삼십 년 전, 유치원생 시절 교외로 1박 2일 캠프를 갔다. (요즘 같으면 엄마들 대부분 안 보내겠지만 당시엔 나와 내 친구들 모두 갔다)
가기 전 날 선생님이 “칫솔만 가져오면 되고 치약은 가져오지 마세요. 선생님이 아주 큰 치약을 가져올 거예요. 큰 치약이니 우리 모두 함께 쓸 수 있어요”라고 했다.
난 엄청 기대했다. 도대체 얼마나 큰 치약일까? 당연히 나보단 클 거 같고, 선생님보다 큰 치약일까? 그렇게 큰 치약은 어떻게 짜야하지?
캠프 가서도 씻는 시간만 기다렸다. 드디어 밤이 왔고 “칫솔 들고 줄 서세요”라길래 잽싸게 줄을 섰다. 선생님이 차례로 치약을 짜주셨는데, 집에서 흔히 보던 엄마 아빠 치약이었다.
그때의 실망감이란.
지금 내 아들은 치약 크기를 상상하던 그때의 내 나이와 같다.
아이는 가끔 내가 사 온 장난감이나 데려간 곳을 보고 실망한 표정을 지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난 일곱 살의 내가 상상했던 치약을 떠올려본다. 내 아들은 무엇을 상상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