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연재되었던 글 중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는 책들이 꽤 있다. 그중 어떤 책은 많은 사람들 손에 들려 페이지를 펼치고 어떤 책은 몇몇 눈 밝은 독자들만이 발견한다. 11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인 <태어나는 말들>은 고통을 다룬다는 점에서 원가족인 친어머니의 자살을 다룬다는 점에서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자연스레 배경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선뜻 손에 잡히지 않는 책이 될까 걱정하게 된다. 그런 걱정을 떨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우러난 걱정이다.
가족을 자살로 떠나보낸 사람들을 자살생존자라고 칭한다. 조소연 작가는 이십 대 시절 사랑했던 연인을 자살로 잃었고 그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는 어머니를 자살로 잃는다. 위로 오빠, 아래로 여동생이 있는 삼 남매는 부모님의 희생과 헌신으로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얻어 바쁘게 살아간다. 가족 간의 소통이 단절되거나 불화가 생겨난 점은 언뜻 보기엔 보통의 가정이라면 다 겪고 지나가게 되는 일처럼 보인다.
어머니의 자살로 인해 작가가 돌아보게 된 어머니와 자신의 관계, 다른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 가족이 서로를 알지 못하고 각자의 삶으로 점점 더 멀어져 갔는지 알게 된다. 작가 자신 또한 스스로 얼마나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왔는지 몸이 아프게 되고서야 깨닫게 되는 과정을 보면서 여러 사람들이 겹쳤고 나 자신도 겹쳤다.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작가의 고통(사회생활 초년기에 겪은 강간, 어린 시절 지속된 친인척의 성추행, 아버지의 옥살이..)이 오래도록 작가를 아프게 갉아먹고 있었다.
출판사 편집자 생활을 해온 작가의 이야기도 책 곳곳에 녹아들어 있는데 호기심이 생겨 책 속 정보를 통해 어떤 책을 편집했는지 어느 출판사에서 일했는지를 알아내고는 괜히 이렇게 캐낸 건가 싶었다가 혼자서 알고 있으면 되는데 아무렴 어때 싶었다. 굳이 유추를 통해 그렇게 작가의 현생을 되짚어 본 것은 아마도 책을 읽으며 작가의 고통과 글로 풀어내는 치유의 방식에 깊이 공감했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더 가깝게 느껴보고자 했던 게 아닐까 싶다.
작가의 고통이 글로 치유되고 앞으로도 태어나는 말들을 기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