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다 절교할 뻔

 

 책을 이야기하는 책은 위험하다.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 특히 이 책을 읽는 사람이 책을 무척 좋아하고 아끼며 읽는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자칫 잘못하면 책에서 다룬 책 리스트를 살피면서 자신이 읽은 책, 읽으려고 했으나 못 읽은 책, 처음 발견한 책을 체크하느라 책 읽는 시간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 읽으려고 했으나 못 읽은 책과 처음 발견한 책을 어느새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담아 두거나 도서관 대출을 위해 검색하고 저장해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책 읽다 절교할 뻔>은 위험한 책이다. 책방을 운영하는 두 사람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편지글을 모은 책이니 얼마나 위험한가. 

 이 책의 저자 구선아, 박훌륭 두 사람이 운영하는 책방 중 박훌륭 저자가 운영하는 책방인 아독방에서 책을 주문했던 적이 있다. 약국 내에 있는 아직 독립하지 못한 책방이라는 콘셉트에 어울리게 책을 주문하니 비타민씨 영양제가 서비스로 같이 와서 그 비타민씨를 먹으며 책을 읽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제목에서 '절교'라는 꽤나 극단적인 의미의 단어가 들어간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지만 두 저자의 성향은 많이 다르다. 닮은 듯 다르다고 하기에는 그냥 별로 닮지 않았고, 그래서 다른 것 같다. 책의 기획이 바로 그 다름에서 시작한 것일 텐데 마치 이과생과 문과생의 대화 또는 MBTI 에서 T와 F의 대화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글을 쓰고, 강연을 하고, 책방 운영을 하며 행사를 기획하고, 숨 쉬듯 책을 읽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만은 꼭 닮았으나 그것을 제외하고는 책에 대한 취향이나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비슷한 점을 찾기는 쉽지 않은 두 저자의 편지글에서 때로는 팽팽한 긴장감도 살짝 엿보이고, 서로를 이해하고 품어주려는 따뜻한 노력도 느껴진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도 사이좋게 나눠서 한 명씩 써 내려간 것을 보고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 평소에 편지로 구성된 책을 워낙 좋아하는 편이라 애정하는 마음을 갖고 읽어서 더 이 책이 애틋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지만 즉답 내지는 그에 준하는 답이 요구되는 메신저나 문자의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편지라는 적절한 시간과 거리가 보장된 커뮤니케이션이 주는 안정감을 느끼며 두 저자의 커뮤니케이션을 느긋하게 만끽할 수 있었다. 좋은 기획으로 이 책을 내준 그래도봄 출판사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내지 폰트가 너무 딱 내 스타일이라 가독성도 좋아서 읽는 기쁨이 추가로 생긴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