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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구름 Nov 08. 2024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


 오랜 시간 알아온 사람들과의 만남일수록 만나서 하는 이야기의 주된 내용이 과거에 머물러 있을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내 경험에 비추어 말하자면 그건 그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십수 년 지기라 하더라도 바로 엊그제 이야기나 오늘, 또는 근미래의 일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한편 알고 지낸 지 일 년 남짓 되거나 그보다 짧은 경우라 하더라도 주로 과거의 어떤 시점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쩌다 한 번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그 모임만 가면 대부분의 모임 구성원들이 과거의 이야기에 열을 올린다면 그 이유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런 패턴의 대화가 반복된다면 더 그렇다. 이 책의 제목처럼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나기야 하지만 빛나는 삶이 모두 어제여서는 곤란하다. 

 우리는 과거의 결과물인 현재를 살아가며 현재를 단단하게 다져 과거로 만들면서 오지 않은 미래를 기대하고 희망을 품는다. 사실 우리의 기억이란 상당히 허술하고 제멋대로 부풀려지거나 축소되며 왜곡되기 일쑤다. 그런 모든 것이 과거(어제)로 통칭되어 기억 속에 남아 있으니 그 기억만 가지고서는 온전히 실제 벌어졌던 모든 것이 담겼다고는 볼 수 없다. 이런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내가 취사선택했거나 편집을 가미한 편집본의 과거가 기억에 남아 있음을 감안하여 어쩌면 기억으로 남은 그것들 자체보다 그러한 기억을 품고 있는 스스로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우리를 이루는 상당 지분인 과거(어제)와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예전에는~, 그때는~, 이렇게 서두에 시작하는 말이 습관적으로 생긴다면 현재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거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반면 과거에 있었던 일 중 실패와 후회의 기억에 사로잡혀 어둠 속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는 경우도 현재와 미래에 대해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얼마든지 자신의 과거를 재해석할 수 있고 과거를 재방문하면서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럴 때 인생의 성장 그래프가 점프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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