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유령 고객센터
늘 그러하듯 습관적으로 페이스북 앱을 눌렀다.
어, 그런데 경고문구가 떴다.
본인 실명 계정이 아닌 것으로 신고되어서 확인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실명으로 안 했던가? 아닌데, 나는 실명으로 했는데 이건 무슨 소리일까?
아마도 착오가 있겠지. 별스럽지 않게 넘겼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페이스북에서는 다른 경고문구를 보냈다.
내가 나임을 증명할 신분증 사진을 업로드하여 컨펌을 받으라는 거였다.
좀 귀찮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여권 사진을 찍어 올렸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답은 이것으로는 본인 확인이 충분치 않으니
추가적으로 증빙 자료를 업로드하라는 것이었다.
여권으로 부족하다니.. 허허..
어쩔 수 없이 주민등록증과 학생증, 도서관 대출증(이름과 얼굴이 나온)을 모두 올렸다.
이만하면 됐겠지..
그러나 결과는...
한 달 넘게 여전히 계정이 막혀 있고 '추가 자료를 검수하는 중에 회원님의 계정에 액세스 하지 못했습니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대한 빨리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문구만 뜰뿐이다.
몇 년 동안 사용했던 계정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제는 나를 검색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페이스북 고객센터는 이메일 주소도 게시판도 아무것도 없어서 어디에 물어볼 수도 없다.
주변에 이런 피해 사례를 찾아보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계정이 막힌 이후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그냥 그렇게 계정이 사라지고 말았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간혹 유명인 또는 언론인의 경우는 페이스북 홍보 대행사와 연결이 되어 계정을 복구했다고도 하지만 나로서는 그럴 수도 없으니 그저 내가 나에게 차단된 황망한 느낌으로 닫힌 계정의 경고문구를 바라보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고 보니 오랜 온라인 생활을 하며 PC 통신 시절의 게시판, 넷츠코, 프리챌, 싸이월드, 미투데이 등의 서비스가 종료될 때 사라져 버린 글과 사진들, 백업을 해놓긴 했지만 완벽하게 되지 않아서 그냥 되는 대로 보따리 싸듯 담아놓기만 한 자료들이 주르륵 스쳐 지나갔다. 페이스북은 따로 백업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으니 말 그래도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사라진 셈이 되었다.
어쩌면 여기 브런치에 남기는 글도 별도록 백업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사라지겠지. ㅔ북 계정의 소멸은 온라인에서의 콘텐츠 생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1회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면 결국 출력물이나 출판물로 만들거나 백업 후 모두 출력을 해둬야 하는 걸까.
5년 동안 썼던 일기 파일이 디스크 에러로 한 순간에 날아갔던 때도 떠오른다. 앞으로 글을 쓰려면 노트를 펴서 펜으로 적어 내려가라는 의미인 걸까. 여전히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