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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윤슬 Jul 08. 2023

여름 산책, 자연에게 선물 받은 마음

: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산책을 해요, 나 홀로 내 마음을 마주하곤 해요

7월 7일, 오늘 참 예뻐요


7월 7일,

'오늘 참 날짜가 예쁘네'라고 괜스레 혼자 생각했던 날이었어요.


요즘 무더운 햇빛에 좋아하던 산책이 무겁게 느껴져 실내 산책만 하고 있었거든요. 오늘은 유독 자연 곁으로 가고 싶었던 날이었어요. 동네 한 바퀴를 걷고 돌아와 오랜만에 우리가 함께 쓴 글을 읽으려 들어왔는데, 글쎄 제가 지난 답장을 읽지 못하고 있었더라고요


'아이코, 내가 이렇게 글을 읽지 않았다고?'

슥슥, 저는 그동안 어떤 시간들을 보냈던 걸까요.


조금 늦게 답장을 읽고 있는데 괜스레 웃음이 났어요

수영을 배우고 있다는 저에게, 제주 바다에서 수영하는 모습을 떠올리고 글을 쓸 거라고 하셨죠?

마침 곧 제주로 떠나 처음으로 제주 바다에서 튜브가 아니라 수영이라는 걸 할 수 있을 거 같아 설렘이 가득한 시기였거든요. 그리고 윤슬 사진을 좋아해 주셨던 슥슥님이 떠올라 윤슬 사진도 선물해 드려야지 생각하고 있었던 찰나였답니다




몇 달 전의 글인데 어제의 글처럼 다정함이 느껴졌어요

오래된 친구보다 어쩌면 슥슥님은 제 깊은 취향을 더 잘 알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일 년에도 여러 번 제주에 가는 저에게 사람들은 늘 묻곤 해요. "아직도 제주에 볼게 남아 있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애써 숨기면서 말이죠.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되면서 더더욱 "이제 해외로 가보는 건 어때?"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예전의 저였더라면 이런 질문들을 받으며 마음에 서운함이 쌓였던 것 같아요.

왜 제주가 좋은지 묻는 사람들은 없었고, 그저 제가 제주에 가는 횟수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 사람들과의 대화에는 늘 서운함이 가득 차올랐답니다.


우리는 왜 이유에 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고 자신의 기준으로만 타인을 판단할까요? 그런 사람들 곁에서 늘 마음을 먹었던 건 '내 기준을 강요하면서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라는 마음이었답니다. 그 이후로 내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은 타인에게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우리는 가끔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지만,

그 속에서도 삶의 태도를 배운다는 점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되기도 하네요.



여름 산책을 다녀왔어요.


밖으로 나가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느낌에 산책을 자주 나가지 못했어요. 오늘은 바람이 솔솔 부는듯해 오후 시간을 이용해 잠깐 산책을 다녀왔어요. 오랜만에 만나는 파란 하늘과 초록초록한 잎들이 흔들리는 풍경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말이죠.


슥슥님의 핸드폰에도 이렇게 파란 하늘과 초록초록한 잎들, 꽃들이 가득하다고 하셨죠? 제 사진첩 역시 자연과 책, 음식들 사진들로 가득하네요. 우리가 함께 글을 쓸 수 있는 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비슷한 덕분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비슷한 사람과 함께 산책하듯 글을 쓰는 이 순간이 더욱 감사해지는 마음이에요.




따스했던 봄,

점심시간의 산책이 슥슥님에게도 마음의 평온을 선물해 주었던 것 같아요.


글쓰기에는 도통 속도가 나지 않았던 날들, 어쩌면 매일의 산책이 제 삶의 용기가 되기도 했던 것 같아요


따스한 봄을 느끼고 싶은 마음에 점심시간이 되면 일단 밖으로 나가야만 했어요.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쨍한 햇빛에 모든 게 사랑스럽게 느껴졌어요. 길가에 핀 들꽃도 아름다웠고, 연두연두한 잎이 올라오는 풍경도 참 아름다웠던 봄이었답니다.


사랑스러운 풍경 앞에서 늘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자연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지나 우리 곁에 찾아온 걸까?' 벚꽃을 보며 유독 그런 생각이 깊어졌어요


1년이라는 시간을 준비해 우리 곁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찾아온 벚꽃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아름답다'라는 생각은 물론, '정말 깊은 인내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낸 꽃에게 삶의 지혜를 배운 느낌이었어요.


1주일의 행복, 많은 사람들이 벚꽃의 끝을 아쉬워했지만 저는 오히려 담담한 마음이었답니다. 벚꽃의 아름다움만을 느끼는 걸로 부족했던 사람들은 꽃을 꺾기도 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며 자연의 아름다움만 알고 그 깊은 마음을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자연도 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날들이었답니다.


아름답고 속상했던 날들, 고맙고 또 고마운 봄이었답니다.


'고생했어! 내년에 또 만나자!'

일 년 동안, 자신의 몫을 다한 벚꽃도 이제는 온전히 쉴 수 있는 시간이 되었네요.


자연을 좋아하면서 자연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며 자신이 피어나야 할 때를 기다리는 자연, 그 깊은 마음을 알게 되니 자연을 마음껏 만날 수 있는 오늘이 참 고마운 마음입니다.


꽃, 잎, 바다, 하늘.

늘 많은 지혜를 주는 자연 덕분에 제가 살아갈 수 있다고 느끼는 날들이기도 했답니다.


삶이 불안하고 막막할 때 자연 곁으로 가는 한 사람으로서, 자연의 감사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봄이었어요.  슥슥님도, 자연에게 위로받았던 계절이었을 거라 생각해요. 우리의 봄, 참 고마웠던 계절이었네요.


나를 웃게 하는 것들.


슥슥, 질문을 받고 요즘의 나를 웃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곰곰이 떠올려 보곤 했어요.


요즘의 일상은 평소처럼 출근을 하고 퇴근 후에는 운동을 해요. 그동안 잠시 흥미를 잃었던 책들을 꺼내 읽기도 하고, 다시금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용기를 얻기도 해요. 쉬는 날에는 새로운 곳으로 떠나기도 하고, 수영을 하며 제 자신을 연구하기도 한답니다


몸이 바빠지면 좋은 점도 분명 있지만 가끔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해지면 공허한 느낌이 생기더군요. 역시 나는 '나'와 '우리' 사이의 균형이 참 중요한 사람이구나 느끼기도 해요. 저는 역시 혼자만의 시간이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기도 했고, 어떤 날은 함께 하는 이들이 있어 감사함을 느끼기도 한 날들이었답니다.


그리고 여름이 오면서 유독 마음이 흔들거렸던 것 같아요

'새로운 시작이 필요해!'라고 느꼈던 날들이었는데,

용기마저도 와르르 무너 지는 하나의 사건이 생기기도 했네요.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며 강의도 듣고, 새로운 경험을 하기도 했던 소중한 한 주를 마무리하고 출근했던 어느 날이었어요. '이제 어떤 방법을 시도해 볼까?'라는 고민을 하던 찰나였는데, 불쑥 부정적인 마음이 저를 덮어 버린 거 있죠


모든 게 멈춰 버린 듯한 느낌이었어요. 이 감정에 흔들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부정적인 마음은 제 곁에 딱 붙어 저를 마음껏 흔들어 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럼 이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몇 년 전, 누군가 나를 괴롭 힐다는 이유로 회사 생활이 힘들어졌던 적이 있어요. 그때는 어린 마음에 일단 그곳을 도망치는 쪽을 택했던 것 같아요. 몇 년 후, 다시 그 시간이 돌아온듯한 느낌이었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나를 웃게 하는 것들을 더 가까이하며 차근차근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요즘 나를 웃게 하는 것들은요, 날씨가 좋은 날 산책하면서 만나는 자연의 풍경들이기도 하고. 퇴근 후 무거운 몸을 이끌고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며 땀을 흘렸을 때 저도 모르게 웃고 있더라고요. 책을 읽으면서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겼을 때 웃음이 나기도 하고요.


결국 저는 자연을 따라 산책을 하고,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는 일들이 저를 웃게 하는 전부인 듯해요.

슥슥님도 불안하고 무거운 마음을 저와 비슷한 방법으로 채워 나가지 않을까 생각하니, 가까이 있지 않아도 비슷한 우리의 마음은 더 단단해지고 있는 느낌이 드네요.




슥슥,

새로운 것들을 배우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렇게 무더운 여름이 왔어요. 날이 너무 더워서 산책을 하기 힘든 계절이기도 하지만 책 한 권 들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에 참 좋은 계절이 되었네요.


오늘은 운전을 하고 오는데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무궁화가 유독 반짝이더라고요. 무궁화는 7월부터 시작을 하네요. 슥슥의 주변에도 무궁화가 피어있을까요? 자연은 이렇게 우리에게 늘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해 주네요. 다음 주는 한주 내내 비가 온다고 해요. 산책을 하기는 힘들겠지만, 슥슥의 마음이 화창 하기를 바랄게요.


저는 제주에 가서 슥슥에게 한번 더 편지를 남길게요.

반년 만에 만나는 제주에서 또 어떤 마음들이 피어오를지 궁금하네요.


슥슥, 여름이라는 계절은 슥슥에게 어떤 계절인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이번 여름에는 어떤 마음을 채우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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