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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윤슬 Mar 18. 2024

34살, 제가 퇴사하는 진짜 이유는요.

: 아무에게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던 진짜 퇴사하는 이유.


34살,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이곳에서 퇴사 결정을 했다


크고 작은 일들은 있었지만 모든 게 잘 흘러갔다. 꽤 안정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퇴사를 한다니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갑자기요?'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던 3월이었던 것 같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어떤 게 옳은 선택일지, 세상에 나를 던지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깊은 고민을 1년간 이어왔다


중간중간 누군가의 갑질도 있었고, 업무 강도가 높아져 버거운 순간도 있었다

그럼에도 모두 잘 지나갔다. 큰 태풍이 지나간듯한 느낌, 바다는 잔잔했다.


'내가 이곳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매달 들어오는 월급을 제외하면 내가 이곳에서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34살, 결국 나는 세상에 나를 던지기로 결심했다.



근데 진짜 퇴사하는 이유가 뭐예요?


생각해 보면 나는 꽤 성실하게 맡은 업무를 충실히 하는 사람이었다

5년 전, 대부분 사무 업무를 해오기도 했지만 인사 업무는 처음이었다. 짧은 인수인계 기간 동안 모든 걸 알 수 없었다. 입사하고 일주일채 되지 않았는데 자꾸만 나에게 질문을 해 오는 사람들, 인수인계를 받은 대로 업무를 익히고 진행하고 있던 거뿐이었는데 본사 담당자는 '이건 아니지 않아요?'라는 질문을 해오기도 했다


내가 이곳에서 5년 동안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빠른 눈치' 덕분이었다

세명 중 둘째인 나는 자연스럽게 눈치를 배우며 살아왔다. 그 덕분에 현재 회사에서도 정말 눈치껏 배우면서 일했다는 표현이 맞는 듯하다. 타고난 눈치와 밝은 에너지 덕분에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누군가는 갑작스러운 내 퇴사를 정말 아쉬운 마음을 전하지만,

누군가는 갑작스러운 퇴사에 호기심 가득한 눈을 보인다, 아무 감정 없는 호기심만으로.


구구절절 내 퇴사 이유를 전달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에게 내 퇴사는 그저 단순한 안주거리일 테니까.



퇴사의 악몽을 용기로.


나는 퇴사를 꽤 해본 사람 중 한 명이다

어쩌다 보니 다양한 이유로 7번의 퇴사를 해 본 사람. 어떤 퇴사는 해방감을 느꼈고, 어떤 퇴사는 우울했다. 어떤 퇴사는 나를 더 힘들게 하기도 했으며 가끔 선택을 후회하기도 했다. 어쩌면 퇴사의 악몽이 꽤 많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되는 상황을 버틸 힘은 없었기에 퇴사를 결정하는 일들이 잦아졌다


이번 퇴사 결정 역시 '퇴사의 악몽'이 다시 찾아올까 봐 두려웠다


그럼에도 퇴사를 해야만 했던 이유는 온전히 '나'를 위함이었다

창문 하나 없는 사무실, 환기가 전혀 되지 않아 앞으로의 건강이 걱정되기도 했다. 늘 같은 자리에 안주해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내 상사처럼 되고 싶지 않아'라는 마음을 늘 안고 출근했다. 즐거울 리 없었다, 배울 게 하나도 없는 윗사람들의 모습과 알 수 없는 사내 정치질까지. 차라리 나 홀로 사무실에서 일을 한다면 꽤 즐거울 것만 같았다


회사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진짜 퇴사 이유는,

회사에서의 삶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그들처럼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삶이 좋고 나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느꼈던 분명한 사실은, 자신들이 겪은 좁은 경험만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잘못되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어떻게든 이곳에서 승자의 모습을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곳의 문화를 나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의 문화에 동참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 아니기에 더 쉽게 퇴사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 정원에 새로운 꽃을 심어 볼 테야.


34살, 삶을 다시 한번 시작하기 위해 퇴사를 결정했다

굳이 안정적인 회사를 퇴사하면서까지 내가 이뤄내고 싶은 삶은 어떤 삶일까.


어떻게든 한 달을 보내면 월급이 꼬박꼬박 나왔던 회사였지만 늘 아쉬움이 남았다

인간은 누구나 성장하고 싶은 마음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나는 성장과 인정을 받는 일에 꽤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오늘 하루도 알찼다!'라는 느낌을 받고 싶은데 그저 긴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야만 돈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나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졌다


'이 시간에 다른 일을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는다. 내 소중한 시간을 건네고 돈을 받는 일에 정지 버튼을 눌렸다.  매달 안정적으로 들어오던 월급이 사라지면 잠시 멈칫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7번의 퇴사 중 가장 마음이 좋은 퇴사이기도 하다.


'새로운 시작을 해볼 수 있겠어!'

34살이 되어 다시 한번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들을 떠올려 본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주는 일, 누군가의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돕는 일. 누군가의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담는 일, 누군가의 외로운 순간에 함께 산책을 하는 일. 결국 나는, 내가 경험한 일들을 통해 타인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다


결국 내가 경험한 것들, 배운 것들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며 성장해 가는 일.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내 삶의 정원에 내가 좋아하는 꽃들을 가득 심어 가는 일. 처음에 뿌렸던 씨앗들은 흙 속에 숨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씨앗들이 점점 자라 싹이 트고 꽃이 되겠지만 어떤 꽃은 시들어 버리기도 할 테지만 이제는 모든 게 자연스러운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안다


20대부터 나는 내 삶에 다양한 씨앗을 뿌려 왔던 것 같다

그 씨앗을 심은 줄도 모른 채 살아왔는데 돌아보니 꽤 많은 꽃들이 자라나고 있다. 이제는 내 삶의 정원을 가꾸는 일을 미루고 싶지 않다. 내 정원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내가 될 테니까. 정원에는 수많은 꽃이 피어나기도 하고 시들기도 할 것이다. 모든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다 보면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내 삶의 정원사로 살아갈 테야!'

두렵기도 하지만 작은 용기를 내본다


이왕 사는 인생,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으니까.



결국 삶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만의 정원에 내가 원하는 것들로 씨앗을 심고 잘 가꾸어 보는 일.


사소하지만 다정한 반복을 이어 가기 위해 나는 살아갈 것이다


꽃피는 봄이 다가온다,

내 삶의 정원에는 어떤 꽃이 피어 날까.


궁금하고 두렵지만 용기를 내 본다.

내 정원의 주인은 바로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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