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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통해 나를 배우는 중입니다

서운함이라는 터널을 지난 후 마주한 마음.

by 윤슬
'서운함'이라는 터널을 지나왔습니다

연애 이야기, 사랑 이야기는 늘 나와 먼 곳에 있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뭘까? 연애는 왜 하는 걸까? 결혼은 왜 해야 되는 걸까?'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사랑이라는 감정에 유독 물음표가 많은 사람이었다. 지난 연애 중 쓴 글을 다시 읽어보니 글의 주제가 대부분이 '서운함'이었다. 그렇게 서운함이라는 긴 터널을 잘 건너오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던 나, 분명 혼자가 아니었음에도 다시 돌아보니 혼자 걷고 있는 내가 보여 안쓰럽게 느껴졌다


어쩌면 예고된 결말이 있었는데 그 결말에 책임감을 느꼈던 게 아닐까. 모든 관계의 시작이 책임감이라고 느꼈던 나는, 내가 시작한 관계에 대해서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던 사람이었다. 늘 사랑에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시작했던 연애, 그 연애를 포기하고 싶지 않던 내가 보인다. 말로는 변할 거라고 이야기했던 그 사람은 결국 변하지 않았다. 나는 그 사람이 변하고 있다고 믿었고 사랑을 통해 한번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믿으며 한걸음 한걸음 묵묵히 걸어왔던 시간이었다


결국 우리가 걷는 길에 나 홀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아니라 온전히 '나'로 애쓰고 있었던 나, 결국 우리가 함께 걷고 있던 길에 나 홀로 있다는 사실을 알아 차린 후에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더 이상 서운함을 느낄 여유도 없었고, 서운함을 이야기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그렇게 나는 긴 터널을 홀로 씩씩하게 통과했다.

그리고 사랑을 통해 나를 배우는 중이다.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나에 대한 질문이었다.

'나는 어떤 사람과 함께 할 때 나다울 수 있을까?'


연애와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기. 사람들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그럼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다시 한번 물음표가 가득해진다.


10월, 사랑에 잠시 높은 파도가 불었다

우연히 만났던 사람들. 정말 우연히 마주치게 된 사람과 계속된 우연이었다. 선선한 가을의 시작 함께 산책하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눴던 사람. 그 공기가 평온해서 진짜 내 모습이 나왔던 시간. 세심하게 나를 관찰했던 사람의 다정한 문장들이 나를 흔들었지만 그는 아직 진심 어린 마음에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높은 파도에 잠시 다정했던 마음을 흘려보냈다


다시 깨끗해진 바다에 다시 한번 물음표가 생겼다. 타인을 배려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던 사람, 자연스럽게 모든 사람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를 배려해 주는 모습도 고마웠지만 어딘가 모르게 속도가 다르다고 느껴졌다. 자꾸만 숨이 막혀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오늘을 살고 있는데 그는 이미 저 멀리 가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결국 나는 잠시 멈춤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긴 터널을 지나 오니 감각이 더 예민해진 건 분명하다고 느꼈던 시간이었다


내가 원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리기보다 함께 있을 때의 온기가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서로의 속도가 비슷한 사람, 어느 한쪽의 에너지가 집중되기보다 함께 있을 때 온전히 온기가 느껴지는 관계. 결국 내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함께 있을 때 얼마나 나다워질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혼자가 되고 오히려 마음이 더 평온해졌다


돌이켜 보면 나는 관계에 얽혀 있다 보면 에너지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자연스럽게 에너지가 그쪽 방향으로 흐르는 사람이었다. '신경 쓰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해도 자꾸만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사람. 유독 예민한 안테나를 가지고 에너지를 쓰려고 하니 늘 소진되는 사람이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가끔 자발적인 고립을 위해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했던 게 아닐까.


자연의 곁에서 온전히 나를 알아 가는 시간, 읽고 생각하고 기록하는 시간들이 소중한 이유다.


사랑에도 다양한 모양이 있구나.


10월 동안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배울 수 있었다

진심이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랑도 있고, 너무 주는 것에 익숙한 사랑은 어쩌면 누군가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정말 사랑은 다양한 모양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생겼던 것 같다.


'사랑'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없고,

한쪽의 사랑이 아니라 양쪽의 사랑이 함께 걸어가야 한다는 것.


나는 앞으로 또 어떤 사랑을 경험하게 될까 궁금해진다

앞으로의 사랑에서는 혼자 애쓰는 사랑은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며 걸어가겠지. 혼자 걷는 느낌이 아니라 함께 걷기에 더 든든한 마음이 사랑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배우며 걸어가겠지. 다시 한번 숨을 고르고 걸을 준비를 한다. 나답게, 나다운 속도로, 나다운 방향으로 말이다.



여전히 마음속에서 반짝이는 마음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사랑을 배우는 중이다.

조금은 서툴지만, 여전히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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