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의 시작

눈이 깜박일 때 들리는 소리

by Moonjours

겨울이 시작될 무렵, 바람이 차가워서인지, 건조해서인지…

눈을 깜박일 때마다 저걱저걱 소리가 났다.


핸드폰에서 카톡을 확인하고, 보고 싶은 것을 찾아보는 게 힘들어졌다.

몸이 이렇게 사소하게 불편할 때 나는 참아본다.

좀 견뎌보고,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려본다.


그런데, 마흔이 지나면서는 몸이 가을 낙엽 같다.

스치는 바람에 으스러질 것 같다.

참는 게 어렵고 견디기가 힘들다.

어쩐 일로 곧장 안과를 예약하고, 안구건조증에 해당하는 검사를 했다.


첫 아이가 두 돌이 되었을 즈음 라식 수술을 했다.

교회 집사님, 권사님들이 쌍꺼풀 수술을 하러 무리 지어 다니던 때, 시어머니께서 나에게도 쌍꺼풀 수술을 권하시며 수술비 백만 원을 주셨다.

‘아… 쌍꺼풀…’


난 쌍꺼풀이 아니라 눈이 잘 보였으면 좋겠는데.

안경을 쓰고 아이를 돌보는 일이 불편했다.

안과에 가서 검사를 한참 해보는데, 각막이 정말 두껍다고 했다.

수술을 두 번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약 8년 만에 다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니, 이번에도 다시 라식을 세 번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하하하하하!

그리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검사와 경험은 돋보기를 써 본 일이었다.

세상에. 돋보기라니.


확실히 노안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안구건조는 현대인에게 피할 수 없는 질환이고, 내 눈에서는 평균치의 눈물보다 절반이 안 되는 눈물이 분비된다고 했다.

약을 처방받고, 3개월 후에 재검을 예약했다.


노안.

노안이라니.

노안이라니 세상에.

노안이라니 세상에 맙소사.


마흔을 넘어 세상이 더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는데, 노안 탓이었다.

선명하게 보지 못해서였나.

흡. 씁쓸함만 잔뜩 남긴 진단은 밤낮으로 눈찜질을 하게 하고, 인공눈물을 주머니 속에 가득 넣어 다니게 했다.




살아가는 날이 많아질수록, 사람을 잘 보고 세상을 잘 보고 싶다.

노안이라면 노안이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잘 보이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지독하게 내 세계에 갇혀, 나의 철학과 나의 사랑에 머물러 있는 꼰대의 모습이 어쩔 수 없이 생길지 모른다. 그 모습이 보일라치면, 흠칫 놀라 얼른 그 밖으로 나오고 싶다.


노안이 짙어질수록 세상은 흐릿해지겠지만, 사람은 깊게 이해하고, 사랑하고 싶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눈이 노안 속에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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