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게 묻고 싶었다.
한바탕 비바람이 몰아쳤다. 사정없이 휘몰아치는 바람에 시야는 온통 넘실대는 가을색 이파리들로 가득했다. 한바탕 소동이 있고 난 후, 거리는 성실히 제 몫을 다한 가을잎으로 뒤덮였다. 위에서든 아래에서든 여전히 곱고 아름답기는 마찬가지이다. 그 길을 걸으면서 나무에서 내려 온 낙엽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빨리도 가 버린 시간과 계절이 다시 실감났다.
'가을도 끝이구나' 그리고 '겨울이 오는구나' 하고.
가을 낙엽에게 말한다.
'너의 전성기가 가는구나.'
그리고 또 말하고 싶었다.
'그래도 조금 지나면 너에게 제 2의 전성기가 다시 돌아오겠지.'
그러고는 생각했다.
'아니지, 제 2의 전성기는 이미 지났을 수도 있겠구나. 제 3의 전성기인가? 아니면 제 4, 5 ??'
몇 해를 겪었을까? 이렇게 돌고 도는 계절의 굴레를 가을은 몇 해나 맞이했을까?
언젠가 내 나이를 꽃답다고 말하던 상사와의 대화가 생각났다. 꽃다울 나이는 지난 것 아니냐던 내게 그렇게 계속 지고 피고 또 지고 피는 거라던 그 분의 말씀에 무릎을 치며, 꽃도 지고 피기를 반복하는데 나라는 꽃도 어디 한 번만 피고 질까 싶었던.
그러고 나니 문득 궁금해졌다.
너는 몇 해나 이렇게 피고 졌느냐고. 지금 이렇게 지는 것이 그럼 아쉽지 않느냐고. 다시 돌아올 전성기를 위해 그렇게 성실한 것이냐고.
그리고 가을에게 묻고 싶어졌다.
"가을아, 너는 몇 살이니?"
*사진은 몇 해의 가을에 곳곳에서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