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에필로그: 미술관 옆 만화방

웃음과 감동, 그리고 작은 사유를 남기며

by 예나빠
슬라이드1.jpg







슬라이드2.jpg











슬라이드3.jpg













슬라이드4.jpg














슬라이드5.jpg













슬라이드6.jpg








슬라이드7.jpg



팔자에도 없던 카툰 연재를 이렇게 마치게 되었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는데, 어느새 나에게도, 독자들에게도 긴 여정이 되어버렸다. 웃기려다 미끄러진 날도 있었고, 뜻밖의 격려에 혼자 뭉클했던 순간도 있었다. 끝까지 함께해준 독자들에게 고맙다.


이 시리즈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었다. 미술관에서 느낀 감정, 화가들의 삶 속에서 발견한 인간적인 면모, 그리고 그것을 내 삶과 연결하는 과정이었다. 연재를 시작할 때는 주 1회를 목표로 했지만, 어쩔 수 없이 휴지기를 갖기도 했다. 글 한 편을 쓰는 것보다 카툰 한 회를 마감하는 데 훨씬 많은 시간이 들었기 때문이다.


매주 이야기를 만들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스스로 물었다. 답은 단순했다.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나누고 싶은 열망이었다. 가능한 한 쉽고 편하게 전하고 싶었다. 내가 ‘카툰’을 선택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카툰은 회화와 같은 시각예술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 그림을 ‘예술’이라 부르기엔 언감생심이지만). 그림은 그림으로 소개될 때 가장 직관적일 것이라 믿었다.


내가 미술에 깊이 빠져든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다. 대학원 시절 이탈리아 출장을 갔다가 우피치 미술관에서 르네상스 회화의 힘에 압도된 뒤, 미술은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는 출장을 갈 때마다 반드시 인근 미술관을 찾았다. 나중에는 매년 휴가를 내어 네 해 가까이 유럽 미술관을 돌았다 (혼자 떠나는 유럽 여행을 허락해준 아내에게는 지금도 감사한다). 미국으로 건너온 뒤에는 주요 미술관이 있는 대도시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 더 이상 미술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아빠를 닮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아이와 함께, 다시 유럽을 여행하는 것이 지금 나의 버킷리스트다.


여행을 통해 그림을 눈에 담아올 때, 내 가슴에 함께 담긴 것은 언제나 그들의 ‘이야기’였다. 세상의 모든 그림 뒤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때로는 희극이었고, 때로는 비극이었으며, 그 이야기들은 그림만큼이나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간혹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때면 여러 서적을 뒤적였고, 필요하다면 학술서와 논문까지 찾아 읽었다.


이 브런치에 밝혀왔듯, 내 현재 직업은 엔지니어, 정확히는 GPU를 설계하는 공학도다. 전공이 그래픽스이다 보니 사물을 실감나게 화면에 표현하는 일을 오랫동안 추구해왔다. 자연스레 ‘빛’의 속성을 이해하는 일도 내 업(業)의 일부가 되었다.


클라에즈.jpg 피터르 클라스, 촛불이 있는 정물, 1627,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예나빠 촬영


그래서인지 미술관에서 그림을 볼 때마다 나는 조금 특이한 시선을 가진다. 화가가 표현한 빛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 빛이 사물에 어떻게 입혀졌는지 유심히 본다. 이를테면 피터르 클라스의 <촛불이 있는 정물>(1627,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광원인 촛불이었다. 촛불이 발산하는 빛이 유릿잔에 닿아 반영을 만들고, 굴절·관통해 책 위에 집광무늬를 그리며, 불투명한 물체들 뒤로 그림자를 드리운다. 물리적 현상을 그림으로 재현해낸 솜씨에 난 늘 경탄한다.


물론 모든 회화를 이렇게 공학적으로 분석할 수는 없다. 회화는 화가의 사상과 상상력이 담긴 작품이지,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화와 그래픽스 사이에는 놀라울 만큼의 유사성이 있다. 화가가 붓으로 캔버스를 채우는 과정은, 그래픽스가 화면을 렌더링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 모두 ‘빛’을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이 <미옆만>에는 공학자로서 미술을 바라보는 내 관점도 함께 투영되어 있다.


<미옆만>은 전통적인 미술사를 해설하려는 글이 아니다. 그럴 자격도 없고, 의도도 없었다. 그렇다고 미술관 안내서나 여행기를 지향한 것도 아니다. 내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직접 목격한 그림, 그 뒤에 담긴 이야기, 그리고 그림 앞에서 내가 품었던 감정이었다. 웃음, 감동, 사유(思惟). 이것이 이 시리즈의 핵심 키워드였다.


재미를 위해 만화적 과장과 밈을 곁들였지만, 팩트체크만큼은 소홀히 하지 않았다. 과거를 다루는 이상 ‘역사’에 기반해야 했기 때문이다. 신뢰할 만한 문헌을 찾아 교차검증했고, 확언할 수 있는 사실과 전승·일설은 구분해 주석으로 남겼다 (함께 했던 모든 사료들은 참고문헌으로 남겼다). 독자를 호도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믿고 읽어준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웃음과 감동, 그리고 작은 사유가 누군가의 일상에 남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언젠가 다시, 새로운 화가들과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이 여정을 잠시 마무리하려고 한다.



- 예나빠





TMI: 연재는 이렇게 끝났지만, 사실 머릿속엔 다른 순서의 목차가 있었습니다. 혹시 궁금하실까 봐 공유합니다.


프롤로그

Part 1. 빛과 색의 마법

빛을 잃은 천재 화가 이야기 (렘브란트 하르먼손 판레인, 야경)

모네는 어떻게 빛을 그렸을까? (클로드 모네, 수련)

파란색에 미친 남자들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x 제임스 카메론, 아바타)

Part 2. 가족과 삶의 이야기

르누아르가 가족을 사랑했던 방법 (알베르 앙드레, 가족을 그리는 르누아르)

북쪽 마을에서 온 크리스마스 (비고 요한슨, 메리 크리스마스)

세상의 모든 부모에게 바치는 그림 (빈센트 반 고흐, 첫걸음)

Part 3. 인간과 감정의 드라마

얼음위에 웃음을 그린 화가 (헨드릭 아베르캄프, 스케이트가 있는 겨울 풍경)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 (구스타프 클림트, 키스)

꽃처럼 아름답고, 죽음처럼 슬픈 그림 (존 애버릿 밀레이, 오필리아)

Part 4. 혁신과 파격

사과를 그린 자, 사과를 만든 자 (폴 세잔 x 스티브 잡스)

그는 왜 천재라고 불렸을까? (파블로 피카소, 아비뇽의 처녀들)

추상화는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가? (칸딘스키·몬드리안·로스코)

Part 5. 기술과 상상의 확장

VR은 사실 르네상스 시대에 발명됐다 (마사초, 성 삼위일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왜 이리 작았을까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AI와 예술의 미래, 그 전쟁 같은 서막 (글레이즈: AI로부터 아티스트를 지키는 AI)

* 번외편 특집 (Special Feature) - 모나리자를 훔친 애국자

에필로그



부록│작가의 미술관 여정 (2004–2025)

| 한 명의 엔지니어가 도면과 그래프 사이에서, 화폭을 찾아 떠난 기록 (14개국, 65+곳 방문).


Europe

Italy (2004·2011)
Vatican Museum, Galleria dell’Accademia, Uffizi Gallery

France (2011–2012)
Louvre, Musée d’Orsay, Musée Rodin, Musée de l’Orangerie, Centre Pompidou, Musée Delacroix

Austria (2013)
Leopold Museum, Kunsthistorisches Museum, Belvedere

Czech Republic (2013)
National Gallery, Mucha Museum

Netherlands (2014)
Rijksmuseum, Van Gogh Museum, Rembrandt House, Mauritshuis, Kröller-Müller Museum

Belgium (2014)
Cathedral of Our Lady, Rubens’ House, Magritte Museum, Royal Museums of Fine Arts

United Kingdom (2014)
National Gallery, Banqueting House, Courtauld Gallery, Tate Britain, Wallace Collection, Kenwood House, Tate Modern (London)

Spain (2015)
Prado, Reina Sofía, Thyssen-Bornemisza, Museu Picasso, MNAC, Dalí Theatre-Museum

Asia

Hong Kong / China (2015)
Hong Kong Museum of Art

Japan (2017)
National Museum of Western Art, Tokyo Metropolitan Art Museum, National Art Center Tokyo, POLA Museum of Art

South Korea (생활 속의 미술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SeMA, 국립현대미술관(서울·과천·덕수궁), 일민미술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성남아트센터, 호암미술관, 이중섭미술관 등

North America

Canada (2011)
Vancouver Art Gallery

United States (2017–2025)
San Jose Museum of Art, SFMOMA, Metropolitan Museum of Art, MoMA, Neue Gallery,
Stanford University Cantor Arts Center(매년 방문), LACMA (Los Angeles),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Getty Museum (Los Angeles), San Diego Museum of Art, The Huntington Library (San Marino), Orlando Museum of Art,

Upcoming (Thanksgiving 2025, Washington D.C.)

National Gallery of Art, Hirshhorn Museum,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The Phillips Collection, Freer & Sackler Galleries etc.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