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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검 Mar 15. 2023

재미있는 연변말 6탄-소캐바지

어제  친구의 페북 홈페이지를 보니 제주에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고 한다. 벚꽃의 개화시기가 작년보다, 아니 매년 점점 더 빨라지는 느낌이다. 지구온난화란 거대한 괴물이 앞에서 바줄로 잡아당기는  듯. 겨울은 더 짧아지고 여름은 더 길어지고 , 봄과 가을이 그 중간에 어정쩡하게 들러리 서는 느낌.


여하튼 주렁주렁한 꽃망울 사이로 수줍게 얼굴을 내미는 벚꽃의 모습이 그려지는 도두봉을 생각하면서 잠에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이건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움에 회답이라도 할 듯이, 아파트 마당에 눈이 한창이다. 어린이 놀이터에 조경나무에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소나무 숲과 도로변에도 눈이 제법 두툼하게 쌓이고 있는 게 아닌가?


제주도의 벚꽃과 이곳 연변의 눈꽃이 어우러져 마음을 즐겁게 한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을 안고, 기후와 관련된 더 엄격히 얘기하면 동한 기와 관련된 연변말을 풀어보려 한다.


연변에서 겨울철에 자주 보게 되는 "소캐바지" . 소캐바지는  솜바지를 가리키는 연변말이다.

연변은 지리적으로  북위 41도에서 44도에 위치, 중국과 북조선과 러시아 3국 접경지에 있으며, 서쪽으로 장백산(백두산), 동쪽으로 동해와 인접되어 있어. 기후가 중온대 계절풍기후에 속한다.


하여 서쪽은 대륙성기후에 가깝고 동쪽은 해양성기후에 가깝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겨울이면 왕창 춥다.  최저 기온이 영하 23도에서 38도까지 내려간다. "바늘구멍에서 황소바람 들어온다."란 속담이 기막히게 어울리는 동네이다.

옷깃을 아무리 여미어도 틈 안으로 찬바람이 비집듯이 들어와 맵짠 추위를 보여 준다. 그놈 추위 때문에 커피는 피곤해서가 아니라 몸을 데우기 위해 그리고 추위를 피해 마시는 아일러니 한 음료로 전락된다.


하여 겨울철 복장은 미관보다는 실용성을 많이 따진다. 겨울철 황소바람과 칼바람을 이겨나가기 위한 복장으로 3件套(3개 묶음)가 있다. 위로부터 아래 순서로 설명해 보자. 일단 이해의 편리를 위하여 영화 "황해"의 포스트를 가지고 설명해 보기로 한다.  



1. 개털모자: 개털모재(모재는 모자의 연변말 사투리)라고도 하며, 개의 털로 만들었기에 개털모자라고 함.  연변에서는 개를 많이 키웠으며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개고기를 많이 먹었다. 지금도 보신탕으로 먹는 사람이 상당하며, 꺼우쓰제(狗市街, 옛날 개 및 개고기를 팔고 사던 곳, 지금 공식 명칭은 광명거리임)에 가면 매화보신탕이라고 개고기 전문점이 성업 중에 있다. 개고기는 먹고 그 가죽과 털로 모자를 만들어 겨울 방한용으로 사용한 것이다. 평소에 위로 접었다가 귀가 시릴 때 내려서 귀를 덮어 보온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2. 소캐바지: 오늘의 주인공 소캐바지는 천과 천사이에 솜을 넣어서 보온성을 높였다. 황해 깡패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는 면가가 입은 바지는 소캐바지는 맞는데, 영화에서 그 강한 이미지를 위하여 좀 세련된 걸로 바꾼 같다. 하이앤드 소캐바지라 할까나?

3. 왕바신발: 그 모양이 자라처럼 생겼다 해서 한어로 王八鞋라고 불리는데, 내가 피뜩 듣기로는 왕바뚜즈(王八犊子)라고도 불리던 같기도 하다. 왕바뚜즈는 자라새끼라는 의미로, 우리말 비속어인 개새끼와 같은 의미이다. 집사람과 확인해 보니 아마 잘못 기억했을 거라 하는데 인상이 있으니깐 그대로 적어본다. 자라나 자라새끼나 그 모양이 그 모양이 아닌 강. ㅎㅎㅎ


* 이외 조건이 되면 군대따차라고 불리는 군대외투도 입곤 하였는데,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좀 있어서 일반인들이 입기에는 좀 부담이 되었다. 역시 천과 천사이에 솜을 넣고 움직이지 않도록 촘촘히 마선질(재봉을 이루는 연변말)을 한 것이 특색이며 그 보온성과 방풍효과는 짱이여서 일선부대에서 겨울 필수 보급품으로 뽑혔으며, 일부가 시장에 흘러나왔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좀 시장을 쌀갠다(건달이나 불량배를  형용하는 연변말)는 사람들이 입고 다녔으며 가장 유명한 사람으로 중국 록음악의 대부-최건이다.

* 하지만 세월이 흘러 군대따차는 추운 날 태산을 올라 해돋이를 보려는 사람들,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세트장에서 밤새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나 가끔 입는 옷으로 각인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개털모자, 왕바신발과 소캐바지는 과거 중국 북방 겨울의 필수 세트로 알려졌으며 현재도 북방에서 추운 지역에 가면은 왕바신발과 소캐바지 입은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중에서 내가 소캐바지를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적어서 내가 어렸을 때는 연변에서 소캐바지는 대명사였다. 예를 들면 내가 다닌 마을에 조선족 학교와 한족 학교가 해란강을 사이 두고 있었는데, 그때는 왜 애들 싸움이 그렇게 자주 발생하였는지.


아마  학교가 일찍 하교한 데다 시골이라 애들 놀거리도 별로 없고 , 손바닥만 한 동네에서 애들끼리 놀만한 데는 강뚝밖에 없었다. 여름이면 수영하러, 가을이면 물고기 잡으러 겨울이면 얼음 지치러 가군 했는데, 당연히 해란강 강뚝에서 만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한어시간도 조선어로 강의한 만큼 조선족 학교를 다닌 학생들 한어 실력이 빈약했고,  시골이 시골인 만큼 말보다는 주먹으로 상대방을 설복하기를 즐겼던 것 같다. 일단 본격전인 육탄전이 붙기 전, 전초전은 항상 욕으로 상대방을 공격하였는데,  한족애들은 우리를 꼬리빵즈(高丽棒子,고려방자를 가리키는지 아니면 대못 달린 고구려 방망이를 가리키는지는 확인필요.)라고 불렀고 우리는 걔네를 소캐바지로 불린 같다.


여하튼 소캐바지라고 하면 적어도 내가 어렸을 때는 한족 친구들을 지칭했으며, 그러한 연고로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속옷을 두 벌 입을지 언정, 소캐바지는 절대 입지 않았었다. 얼어 죽어도 겻불은 안 쬐는 양반처럼.


물론 그놈의 소캐바지를 입으면 곰처럼 뚱뚱해지니 사춘기에 접어들어 옷맵시에  신경 쓰기 시작하는 우리에게는 더욱더 그러했다.  


혹시 일부는 황해에 나오는 조선족 깡패들은 소캐바지 입는데  그건 또 뭔가 하는 식으로 안다리 걸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어서 답한다. 면가가 입은 소캐바지는 절대 내가 어렸을 때 주변에서 보았던 메케한 소캐바지가 아닌, 세련된 하이앤드 소캐바지이다.  저런 맵짠 소캐바지라면은 당연히 말이, 아니 행동이 아예 달라지지.........

재미있는 것은 지난달 고향에 다녀왔는데, 일을 끝나고 마을 중심에 위치한 식당에 식사하러  익숙한 얼굴을 보았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삼촌께서 니네하구 비슷한 나이또래 아무 아무개라고 귀띔해 주기에 찬찬히 뜯어보니 어렸을 때 싸움친구가 아닌가. 나를 꼬리빵즈라고 욕하던 "소캐바지" 말이다.


세월의 풍파를 제대로 맞고 힘든 시골생활에서 지쳐서 얼굴에 주름살이 밭고랑처럼 이리저리 났지만, 어렴품했지만 조금씩 조각이 맞춰지면서 어렸을 때 얼굴이 떠 오른다. 서로 가볍게 목례를 하고 나왔다.


철이 없던 그 시절도 지났고, 그 시절 마을도 거의 1/4 정도로 줄어들고,

그때 다니던 소학교도 초중도 모두 철거되고 건물만 뎅하니 남았다.


"소캐바지"도 이젠 그때의 "소캐바지"가 아니다. 생활수준이 제고되고, 또 의류제작기술 및 보온 관련 기술이 제고되면서 더욱 슬림하게 더욱 패션 하게 변하고 있다. 게다가 지구 온난화에 맞물려, 입으면 흑곰처럼 육중했던 그 "소캐바지"가 이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마치 조선명태가 이젠 한반도에서 사라진 것처럼,


끝으로 내가 어렸을 때 다른 친구들이 입었던 소캐바지 사진을 올리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그때는 멋따개(멋쟁이의 연변말)도 아니면서 왜 소캐바지가 그렇게 싫었던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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