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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검 Mar 15. 2023

재미있는 연변말 7탄-앵코

어제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회포를 풀다 옛날 얘기를 하게 되었다. 인생의 절반을 지나서 인지, 아니면 너무 퍽퍽하고 치열한 삶을 살아와서 인지 친구들끼리 만나면 말이 많아진다.

 

이말저말 잘 나가는 동창들 얘기도 나누면서 덕담을 보태고 안타까운 동창 얘기도 나누면서 목소리도 높이기도 하다가 문뜩 타임머신을 타고 10년 전으로 혹은 3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각자 어떤 삶을  선택했을까 생각해 본다.  

비록 우리에게는 앞으로 헤쳐나갈 가시덤불인지 아니면 장밋빛인지 알 수 없는, 아니 알 것 같기도 하면서 조금씩 확실치 않은 미래만 기다리고 있지만 말이다.


가끔은 바꾸고 싶은 인생의 어느 순간들, 그리고 선택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처음에는 봄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 씨앗처럼 질서 없이 떠오르다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 시간을 거슬러 간다. 그러다 멈치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앵코"다.


세계한민족문화대전에서 앵코타기를 검색해 보니, "앵코"는 시소(see saw)를 연변에서 칭하는 표현이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검색해도 몇 줄 밖에 안 나오는 것을 봐서는 진짜 연변사람만이 알고 연변사람만이 사용하는 단어인 같다.

시소(seesaw)에 대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검색해 보면, "긴 널빤지의 한가운데를 괴어 그 양쪽 끝에 사람이 타고 서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어린이놀이"라고 정의되어 있으며, "이 기구는 서양에서 들어왔다"라고 설명되었다.


사진 출처: 구글에서 검색


우리 문화에 대해 근현대 큰 영향을 끼친 일본에서는 이 단어를 어떻게 사용했나 검색하니,

シーソーは明治時代に体育遊戯として伝来した。しかしそれ以前からシーソーに類似した

繰り返し遊びを子供たちは行っていたということが「日本全国児童遊戯法」の「ぎいこばったん」や

「分類児童語彙」の「あずきしょまめしょ」から推察できる。

우리말로 번역하면 시소는 메이지시대(1868년~1890년)부터 체육게임으로 전해 내려 왔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시소와 유사한 게임을 애들이 놀았음을 "일본전국아동유희법"의 「ぎいこばったん」이나 「分類児童語彙」の「あずきしょまめしょ」 등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로부터 보면 일본이 서양문물을 조선반도보다 일찍 접수한 것을 감안하며, 시소(seesaw) 가 일본에 전해지고 구한말이나 일제식민지시기에 조선반도에 전해지지 않았나 싶다.


영어, 일본어, 한국어 다 일치한 발음을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시소와 앵코가 같은 행위를 가리키는가 의구심이 든다. 분명 내가 어렸을 때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도, 그리고 우리 딸내미가 태여 나서 함께 놀 때 하는 앵코는 분명히 시소와 달랐다.

연변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말하는 앵코는 어른이 바닥에 누운 채 무릎을 붙이고 구부린 채 그 위에 갓난아이를 마주 보게 올리고 아기 두 손을 꼭 잡은 채 다리를 아래위로 흔들어주는 것을 말한다.  


그 자세가 Youtube 주성공님의 올린 동영상에 올라와 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며 애기가 앳된 목소리로 "앵코타기"란 연변동요를 부르면서 엄마 무릎에 엎드려 앵코를 흥겹게 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성공님의 유튜브 캡처 사진,

사진출처: 주성공님의 유튜브 화면

관련 동영상 링크.

https://www.youtube.com/shorts/Ca-CMPYVU4M



여기서 애기가 흥얼대는 노래는 윤정석 아동문학가가 1950년대에 창작한 노래로,  그 시비가 2010년 연길인민공원에 건립되었다.

그 가사내용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앵코앵코 난 좋아요, 앵코타고 솟아보면 우리 형님 철공장 한눈에 안겨요.

앵코앵코 난 좋아요, 앵코타고 솟아보면 부러웁던 비행사 단번에 될 같애."


혹시 앵코가 자세를 가리키는 것은 아닌지 해서 일본어를 찾아보았다. 座り方 즉 앉는 자세중 마침 앵코와 비슷한 자세가 있었다. 맨 아래 오른쪽부터 세 번째 자세 참고.

무릎을 붙이고 앉은 자세를 Unko suwari라고 한다. 이 자세대로 누운 상태에서 올리면 마침 앵코타기 자세가 된다.  

사진출처: 구글에서 검색


그래서 Unko suwari에서 앵코타기란 연변말이 나오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일단 갓난아기시절 말도 유창히 익히기 전 부모님과의 친자게임 중 가상 인상적인 것이 앵코타기이다. 나도 그랬었고, 내 딸내미도 그랬었다. 땅에서만 걷고 기고 하다가 인생 처음으로 타는 롤러코스터가 세상 모든 아버지의 앵코타기가 아닐까 싶다.


공기를 헤어가르는 그 스릴감과 허공중을 올라갔다 내려가는 황홀감이 아이들을 즐겁게 했다면, 부모님들은 어린애와의 뉴대감 속에서 아이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했으면 하는 바램과 앞으로 비행사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살짝 들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가령 몇십 년 전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부모님과 다시 앵코타기를 몇 번이고 더 하고 싶지 않을까 싶다. 인생절반을 지나고 보니 기쁨보다는 슬픔이 더 많고, 삶에 지쳐서 정신이 없을 때 부모님들은 어느새 푹 늙으시다가 하나둘씩 떠나가신다.

아마 언젠가는 나도 똑같이 늙어가고 또 이 세상을 넘어 저 세상으로 가겠지.

스쳐가는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말이다.


이상, 앵코 타기였습니다. 읽어보시고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항상 끝까지 읽으셔서 감사합니다.



백검


2023년 3월 15일 저녁 8시 12분 연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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