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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부각 Jul 14. 2021

평일 낮을 산책하는 즐거움

산뜻한 점심시간을 위해

산책을 부지런히 하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날씨 좋은 평일 낮에 항상 실내에 있다는 것. 산책하기 가장 좋은 시간에 우리는 회사나 학교에서 창밖만 보고 있다. 그래서 최근엔 점심시간 산책을 시작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갔으니 바로 돌아오지 않고 평소 자주 가지 않는 방향으로 걸어본다. 식당도 카페도 없어서 좀처럼 갈 일이 없는 길.
 
일터가 서울역 근처라 산책 코스는 서울로7017. 왼쪽으로 명동과 남산자락이 나오고 오른쪽으로는 만리재와 중림동이 나온다. 오늘의 기분에 따라 방향을 정한다.


하루는 명동 방향으로 걷다가 오르막길을 따라 남산으로 올라 백범광장에 도착했다. 일하던 곳이 멀찍이 보였다. 점심시간 산책의 즐거움은 아등바등 열심히 사는 내 모습을 잠깐은 멀리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 스스로와도 적당한 거리가 생긴다.



사무실에 있을 땐 크게만 보이던 것들이 남산 어귀에 올라서 보니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20분 뒤에는 다시 돌아가겠지만. 하루의 절반이 남은 시점, 마음을 환기하는 건 남은 시간을 잘 보내는 데 도움이 된다.


산책길에 오르면 도시의 소음과도 멀어진다. 건물 사이로 걸을수록 자동차 소리가 사라지고, 마스크 안으로 느껴지는 내 숨소리가 더 크게 들려온다.


탁 트인 공원이나 야트막한 언덕길을 걸을 땐 그 고요함에 잡념이 없어진다. 이럴 땐 산책이 걸으며 하는 명상 같다. 산책을 마칠 때쯤엔 머리가 가벼워지고 뭐든 조금은 해볼 만한 마음이 되는 것이다.


천천히 도심으로 들어서면 다시 자동차 소리가 들려오고 각기 다른 건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산책은 끝나고 산뜻함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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