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을 해결하는 산책
고민이 깊을 땐 산책을 나서는 게 좋다. 무작정 걷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고민의 종류에 따라 산책로를 다르게 정하는 것도 방법. 이럴 땐 이런 길을 걷는다는 규칙을 만드는 거다.
산책의 메카 경의선 숲길. 이곳을 빼놓고 산책을 논할 수 없으리라. 특히 대흥역과 공덕역 사이 구역은 반려동물이 없는 사람에겐 지구 최고의 산책로다.
크고 작고 희고 검고 할 것 없이 온갖 귀여운 반려견들이 보호자와 함께 산책하며 열심히 냄새를 맡고 다닌다. 벤치에 앉아 있기만 해도 힐링! 공덕역 근처의 직장을 다닐 땐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숲길을 산책하고는 했다.
한번은 산책하던 강아지 두 마리가 서로 인사하는 모습을 봤다. 그런데 어떤 강아지는 처음 보는 친구에게 대뜸 화를 내기도 하고 서로 으르렁대다 싸움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동물농장 애청자인 나는 반려견 훈련 장면이 떠올랐다. 사교성과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금세 친해지지만 소심하고 겁이 많은 아이들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로 마음을 열고 스스로 다가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관계라는 게 다 그렇다. 결국 상대가 나와 같지 않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동시에 나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내가 좋은 것을 상대방도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배려와 내가 하기 싫은 것은 상대도 싫어할 거라는 공감. 이 두 가지만 지키면 관계의 매듭은 쉽게 풀리는 것 같다.
그때부터 관계가 고민일 땐 경의선 숲길을 산책한다. 산책하는 강아지들을 보며 모두 같지만 다르다는 단순하고 어려운 관계의 법칙에 대해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