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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Dec 31. 2023

2023년 회고 - 새로운 변화

역할 중심으로 회고하기 

2023년을 돌아본다. 사실, 돌아본다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매주 팀원들과도 회고를 하고 있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삶을 돌아보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12월 31일은, 왠지 1년이라는 시간을 한 번쯤 더 기록하고 싶게 만든다. 작년이 역대급 1년이었다면, 2023년은 변화가 많은 1년이었다. 역할을 중심으로 회고해 보자.





[일하는 나] 이직을 했고 역할이 확장되었다.   


이직 의도

2023년 핵심 사건은 아무래도 ‘이직’이다. 버즈빌에서 경험은 다시 돌아봐도 행복했고 EX팀도 안정적으로 운영되었다. 하지만 5년이란 적지 않은 시간이, 나로 하여금 새로운 경험을 쫓도록 했다. 지금까진 어느 정도 갖춰진 체계나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했다면, 이번에는 아예 작은 곳에서 체계를 만들거나 아니면 규모가 큰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내가 해본 적 없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평소 ESG를 비롯한 임팩트 영역에 관심이 있었기에 초기 스타트업인 누비랩으로 이직을 했다. 버즈빌에 비해, 체계나 프로세스가 만들어지기 전이라는 점이 되려 챌린지 하게 느껴졌고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스스로를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올해 5월 말에 입사를 했으니, 벌써 7개월이 지났다.   


역할의 확장

처음 버즈빌에 입사했을 때 HR 매니저로 입사했고, 약 1년 뒤부터 리더 역할을 했는데 몇몇 영역에선 경험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팀원들로부터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누비랩에 입사하면서, HR과 재무 등 경영 지원 전반으로 역할이 확장되었다. 특히 재무 쪽은 전문성이 없다 보니 담당자와 논의하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전문성이 낮은 영역에 대해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늘 도전적이다. 전략 담당자와도 함께 협업하면서, 전사 사업계획과 방향성을 논의하고 있다.


리더로서 이직은 처음이라, 긴장도 많이 했다. 아무래도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을 텐데, 그 높아진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리더 중에는 지금까지의 지식과 경험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기존 구성원들과 충돌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우려를 범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었다. 그렇게 걱정과 부담을 안고 정신없이 지난 7개월이다.   


지금까지의 경험

지금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조직 방향성을 확립하고, 조직 구조와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정비하고, 리더십을 훈련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그 과정에서 업무 프로세스를 정비하고, 구성원들과의 소통 채널을 명확하게 하는 것에 애를 썼다. 최근 OKR을 도입하고 있는데, 기존에 운영되던 OKR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만들어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많이 해왔던 것이지만 또 새롭더라. 전사적으로 우선순위와 얼라인을 잘 챙기는 것이 중요하고, 어떻게 해야 더 원활하게 운영될지 고민 중이다. 고민과 개선은 끝이 없다.


이직 후 하나 뿌듯한 점은 “모든 구성원들과 점심을 먹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지킨 것이다. 거의 60명에 가까운 인원이기에 결코 쉽지 않은 미션이었다. 4-5개월이 걸렸는데, 그렇게 한 분 한 분의 인생을 듣고, 대화를 나누고, 배우는 과정이 즐거웠다. 내년에도 힘을 내자.


최근 송년회 사진 




[글 쓰는 나] <나의 첫 번째 커리어 브랜딩>을 출간했다.


‘책을 쓰는 것’은 인생 목표 중 하나였는데, 올해 이룰 수 있음에 감사하다. 출간과 관련한 후기는 예전에 적은 적이 있다. 책을 쓰고 난 뒤에 기분을 물어보는 분들이 있는데, 기쁘지만 아쉽고, 시원하지만 섭섭하다. 논문을 마쳤을 때와 비슷한데, 시간을 더 들이면 분명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란 걸 알지만, 완벽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일단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나는 언제쯤 스스로의 결과물에 완전히 만족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아쉬움이 남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결과물을 만드는 삶을 살고 싶다. 배우들 중에서도 작품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하는 다작하는 분들이 있는데, 나 또한 하나의 글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꾸준히 쓰고 싶다. 그래서 올해를 되돌아보면서, 출간보다 더 반가운 것은 글을 쓰는 루틴을 만들고, 자신감을 얻은 게 아닐까 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소식을 공유하자면, 지금도 2번째 책을 준비 중이다. 다른 저자 분들과 공저 형식으로 만들고 있는데, 내년에도 한 권의 책을 더 출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조금씩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에 익숙해지고, 언젠가는 공저가 아닌, 혼자서 오롯이 써보고 싶다. 목표는 2025년이다.






[배우는 나] 총 34권을 읽었고, 3권을 선정한다.


몇 권의 책을 읽었느냐 보다 중요한 것은, 양질의 책을 반복해서 읽고, 깊이 이해하여 삶에 반영하는 것이다. 올해 읽은 책을 정리해 보니 34권이었다. 작년에 비해 10권이 줄었지만, 개인적으론 반가운 변화다. 책 읽는 시간을 줄이고, 글을 쓰는데 더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읽은 책 중에서 특별히 좋았던 Top를 소개한다.   



위어드 WEIRD

압도적인 올해의 책이다. <총균쇠>와 같은 빅히스토리 분야를 좋아하는데, <사피엔스>에 견주거나 뛰어넘을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동서양의 차이를 다룬 책, <생각의 지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책의 부제는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이며, 현대 서구 사회가 누리는 번영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저자의 논리가 제시된다. 핵심 아이디어는 ‘서구의, 교육 수준이 높고, 산업화되고, 부유하며, 민주적인 사회에서 자란 사람들(WEIRD)’은 지금까지 살았던 대다수의 사람들과 심리적으로 독특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WEIRD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독특한 ‘개인주의자’ 그룹은 인류 사회에 언제 출현하게 되었을까?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친족 기반으로 형성한 전통적 관계는 정서적 상호의존을 낳고, 자신을 내집단과 강하게 동일시한다. 그들은 귄위자를 따르고, 순응하며, 내집단을 외집단과 분명히 구분하며, 집단적 성공을 도모한다. 죄책감이 아닌, 수치심을 강하게 느낀다. 하지만, 개인주의가 강한 사회에선 가족 간 유대 관계가 약하고, 전통을 고집하지 않으며, 이민자를 도와주며, 더 부유하며 경제적 생산성이 높다. 수치심이 아닌 죄책감을 강하게 느낀다. 그들은 낯선 사람과 더 쉽게 연대할 수 있으며, 더 크고 강력한 협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전통적 가족 관계는 어떤 계기로 약화된 것일까? 여기서부터 중세 교회 문화와 무역, 인쇄술의 발달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어지며 풍부한 데이터에 기반한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책에 현혹된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학자의 시각으로 현재를 바라보다 보면, 우리나라의 심각한 세대 갈등을 비롯한 문화적 차이들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한 가지 아이디어가 있다면, 내년에 이 책을 가지고 독서 모임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혼자 보기에 아까워서 함께 읽으면서 토론해보고 싶어졌다. �




기대의 발견

올해 2번째로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자기 계발 서적은 과거에 워낙 많이 읽었고 반복되는 편이라, 인상 깊은 책은 없었는데 오랜만에 집중해서 읽었다. 기존 내용과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저자가 과학 저널리스트로서, 전반적으로 과학적으로 밝혀진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관련 리뷰를 별도로 적은 적이 있어서 공유한다.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기대하면 진짜 그 일이 벌어지게 만드는 기대 효과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데, 그렇다고 ‘원하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논리는 경계해야 한다. 무분별한 기대와 효과적 기대를 구분하고, 적절하게 삶에 잘 반영시킬 수 있다면 충분히 더 나은 삶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평가한다.   




하이 그로스 핸드북

고민을 많이 했는데, 3번째 책으로 선정했다. 조직이 빠르게 성장하는 데 있어서, CEO를 비롯한 핵심 리더진이 어떤 태도를 갖고,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은 드문데 <하이 그로스 핸드북>은 적절한 조언을 제공한다. 올해 누비랩으로 이직하면서, HR를 넘어 재무와 전략까지 좀 더 넓은 범위를 커버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도움을 얻고자 읽었다. 스타트업 CEO 분들이라면 한번 정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인상 깊은 문장은 다음과 같다.


“쉽게 간과하는 부분 중 하나가 가격 책정 전략이다. … 나는 창업자들에게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늘 말한다. … 가격을 높이는 것으로 회사나 제품이 실제로 경쟁 우위를 지니는지 시험해 볼 수 있고, 가격을 높게 매겨 더 많은 돈을 벌고, 이를 기반으로 판매와 마케팅 업무를 강화하여 시장점유율을 높이기가 쉬워진다.”

“직원들에게는 구조적 경계가 필요하되, 지나치게 구속하지 말아야 한다. 예방책으로 전 직원이 따르는 거시적 지표, 운영 원칙, 문서화된 일련의 계획, 그리고 따라야 할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회사가 커지면 정보를 전달하는 소통방식도 변해야 한다."

“유능한 직원, 회사에 계속해서 남아주었으면 하는 직원들의 퇴사를 방지하는 길은 그들의 롤 모델이 될 만한 임원을 채용하는 것이다. 임원이 귀감이 되는 인물이라면 그로부터 동기부여를 받는 직원들은 잔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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