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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Apr 11. 2024

전사 OKR 조정을 마치며

[위클리 HR 인사이트] 경험: OKR 얼라인먼트


2024년 2분기 전사 OKR 조정을 마치며 짧은 회고 (2024.03.29)


1. 

HR 담당자라면 다들 그렇겠지만, 분기 마지막 달은 정말 정신이 없다. 최근 2주 동안 2분기 OKR 세팅을 위한 막판 조율 때문에 치열하게 논의했고, 이제 거의 마무리되어 가는 중이다. 다음 주 타운홀 발표를 앞두고 있다. 


2. 

개인적으로 2017년부터 OKR을 도입하고 운영하고 또한 개선하고 있다. 서로 다른 3개의 조직을 거치며, 7년 정도 다루고 있는 주제인데, 부끄럽게도 이제야 조금이나마 OKR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분명 몇 년 전에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판단도 또 달라지겠지만. 


3. 

첫 번째 조직에서 OKR을 접했을 땐, 국내에서 사용하는 기업이 거의 없었다. 외국 사례를 참고해야 하다 보니, '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되기 마련이었다. 존 도어가 말하는 것들을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그 함정에 빠지면, OKR은 OKR대로 회사 운영은 운영대로 디커플링 된다. 더 중요한 건 지속 가능하지 않다. OKR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그로 인한 효능을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시 1,000명이 넘는 조직이라 도입이 더욱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4.

그다음 조직인 버즈빌에서 OKR을 운영했을 땐, 조직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활용했다. 처음에는 개인 OKR까지 다 운영하다가, 얼라인이 중요하다는 기조로 팀 OKR 중심으로 바꾸기도 했고, OKR 사이클도 분기가 아니라 반기로 변경하면서 '회사에 맞춰 OKR을 활용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배울 수 있었다. 특히 프로덕트와 비즈니스, 그리고 엔지니어링 직군이 서로 따로 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우선순위를 좁히고, 서로가 서로의 OKR에 더 많이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5년을 운영하며 점진적으로 개선했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느꼈다. 


5. 

지금의 누비랩은 65명으로 구성되며, 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다. 새로운 시도도 많고, 변화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OKR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까. 원래 OKR은 '집중' '얼라인' '도전적 목표' '지표 추적'이라는 4가지 특징을 가진다. 누군가는 도전적 목표가 중요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얼라인이 중요하다고도 한다. 4가지를 모두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 아닐까, '모든 것을 잘 하자'만큼 의미 없는 메시지도 없다. 


6. 

이제 와서 새삼 느끼지만 '전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목표'를 정하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일단, 집중해야 할 목표가 결정되지 않으면, 뒤이어 팀별 얼라인이나 도전적 목표 설정도 힘을 잃는다. 존재하는 모든 조직은 엔트로피 제2법칙이 작동하는데, 인위적으로 방향을 집중시키지 않으면 조직은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선택과 집중은 조직 생활 내내 듣는 말이다. 그만큼 잘 안 되기 때문이다. 


7. 

우선순위 조정을 위해, 선제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CEO 및 리더 그룹의 결단'이다. 그 결단은 지체되어선 안 되며, OKR을 조력하는 HRBP는 '무엇을 버릴지' 의사결정을 독려해야 한다. 즉, 분기 마지막 월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예를 들어 3월 초부터) 2분기 OKR은 시작된다. 어떤 프로덕트 혹은 프로젝트를 멈출지 빠르게 의사결정하고, 집중할 목표를 결정했다면 '전사 얼라인'을 위해 한 달 내내 오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리소스 재분배 및 조직 구조 변경, 목표 재조정이 다시 일어나기까지 최소 1~2주가 걸리고 그때부터 다시 목표 얼라인,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팀원들 주도의 이니셔티브가 채워질 수 있도록 한다. 그 와중에 1분기 OKR 회고도 해야 하니, 온갖 소란을 마주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8. 

한 달 내내 대화하고 논의하고 합의해도 모자랄 정도로 '우선순위 조정'과 '팀 간 얼라인'은 어렵다. 얼라인 되었다고 생각하고, 잠시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미세한 균열이 느껴진다. 그걸 발견하고, 미팅을 주최해서 명확하지 않은 우선순위를 다시 정립하고, 부서 간 애매한 영역을 나누고, 조직도를 살피고 나아가 자리배치도까지 고민하는 것이 HRBP의 일이다. 그렇게 해서 2분기 시작과 함께 전사 및 팀 OKR이 공유되고, 사람들은 새로운 목표와 팀 아래에서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면, 해야 할 일을 마친 것이다. 


9.

이 모든 과정이 반드시 분기별로 일어날 필요는 없다. 비교적 안정적인 매출이 일어나는 조직이라면 반기 단위의 운영과 분기 단위의 미세 조정도 충분하다. 하지만, 아직 그렇지 않은, 변화가 많은 조직이라면 앞선 프로세스가 분기 단위로 일어나는 것이 더 낫다. 결정을 미루지 않도록 하는데, OKR 사이클은 도움이 된다. 때가 되면 리더는 결단해야 하고, 구성원들은 모든 변화에 열려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복잡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생존해 나가기 어렵다.


10. 

물론 머리로 다 알고 있는 내용이고, 일부 경험도 있지만, 초기 스타트업에서 몇 바퀴를 운영하다 보니 왜 존 도어가 '회사 구성원들이 한 방향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도구'라고 정의했는지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그리고 그때 HR 담당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OKR은 수단이고 본질은 '우선순위와 얼라인'이다. 


11. 

누군가는 OKR의 '도전적 목표 설정'이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앞선 우선순위와 얼라인이 다 끝난 다음에서야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선 2가지 조건이 만족되는 회사가 얼마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난도가 높다. 그 와중에 도전적 목표 설정까지 강조하는 것은 '모든 것을 다 하겠다'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너무 많은 욕심을 내기보단 '우선순위'와 '팀 간 얼라인'만 제대로 잘해도 충분하며, 그것이 안 된 상태에서 '도전적 목표 설정'은 되려 조직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리스크도 품고 있다고 본다. 조직 목표에 얼라인된 팀 OKR까지가 1차 목표, 그다음에 팀원들이 바텀업으로 이니셔티브를 내도록 하고, 이를 적극 독려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결국, OKR에 있어서 만큼은 리더 그룹들의 결단과 책임이 훨씬 크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래서 실질적 운영이 어렵기도 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고생 많았을 HR 담당자들의 건투를 빌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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