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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Aug 04. 2024

파리 올림픽에 대한 짧은 단상

[Weekly OD Insights] 생각: 새로운 것들을 감당할 자신 


1. 

파리 올림픽이 한창이다. 새로운 시도가 많아서 논란도 많은데, 특히 개막식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본다. 몇몇 사람들에게 이번 개막식은 기존에 없었던 장면이자, 파격이다. 앞으로 파리 올림픽을 기준으로 개막식이 구분될 것이라는 평, 역시 문화 강국의 힘을 보여주었다는 평도 있지만, 비난도 많다. 특히 '최후의 만찬'을 풍자한 것이 종교 비하로 이어지고, 불쾌감을 느꼈다는 여론이 존재한다. 그 외에도 너무 산만했다거나 너무 앞서간 것이 아닌가?라는 여론도 있다. 한국 입장에선 주최 측의 실수로 북한으로 불려진 것에 화가 나기도 했다. 물론 그건 반박의 여지없이 큰 잘못이지만. 



2. 

쨌든, 앞선 다양한 시각을 보면서 한 가지 질문이 들었다. "10년, 그리고 20년 뒤에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기억될까?" 적어도 내겐 기억될 것 같다. 새로운 시도는 늘 저항을 부르고, 논란을 만들지만, 그렇기 때문에 끝끝내 기억된다. 가장 유명한 예시가 마르셀 뒤샹의 '샘'이 아닐까.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작품이지만, 그것이 처음 선보였을 땐 말도 못 할 당혹감과 혐오감이 뒤섞인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 논란은 곧 우리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했고, 지금은 미술의 권위와 사회적 통념에 도전한, 가장 위대한 예술품이 되었다. 



3.

기존의 질서를 뒤엎는 것은 힘들고 불편한 일이다. 기존 올림픽을 따라서 한다고 하더라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어제 했던 대로 오늘 일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정말 많은 곳에서 그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왜 이렇게 했냐'라고 물으면, 대부분 "작년에도, 어제도 이렇게 했기 때문에'라는 답변이 돌아오기 일쑤다. 하지만, 프랑스는 어쨌든 논란이 될 것임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 평가는 나뉘겠지만, 그리고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늘 있겠지만, 나는 그러한 시도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 


4. 

특히, 지금의 우리나라는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있는 상태다. 선진국이 잘하는 것을 그대로 가져와서, 누구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에 강점을 가진다. 모두가 성공 사례를 찾고, 베스트 프렉티스를 따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강점이 그대로 약점이 되었다. 새로운 것, 혁신적인 것은 생각 없이 빠르기만 한다고 만들 수 없다. 새로운 것을 고민하기 위해선,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저항과 싸워야 하고, 인식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심리적 안전감이 필요하고, 더 본질적인 것은 리더들이 '새로운 것을 감당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 큰 방향성과 가이드라인은 공유하되, 새로운 관점과 시도에는 어느 정도 눈을 감아야 한다. 


5. 

관련하여, 떠오른 예시가 '더현대 서울'이다. 처음 만들어질 당시, 백화점이라는 틀을 깨기 위해서 목표를 단순하게 내렸다고 한다. "경영진이 모르는 브랜드로만 준비하라"라는 것.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만, 세부적인 지침은 없었다. 말로만 도전적 목표나 OKR을 떠드는 것보다, 그렇게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감당할 자신'을 갖는 것이 더 본질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새로운 시도는 저항을 부르고 논란을 만들지만, 세상은 그런 방식으로 나아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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