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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정욱 Jul 07. 2024

공감은 따뜻하게, 결정은 단단하게

[Weekly OD Insights] 조직 커뮤니케이션(3) 논리와 공감

소통은 어렵습니다. 결혼한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단 둘이서 마음을 맞추는 것도 이렇게나 어려운데 하물며 조직이라뇨. HR 담당자 입장에서,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은 늘 마음처럼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기에, 아무리 ‘아’라고 여러 번 말해도 듣는 사람들은 ‘어’ ‘우’ ‘애’ 등 다양하게 해석하고, 오해하고 또한 상처받습니다.


제 경력은 세일즈로 시작하는데요. 그때 결국 모든 업의 본질은 ‘설득’, 즉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는 걸 어렴풋 느꼈습니다. HR을 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에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지가 정말 중요하다는 거을 느끼고 있죠. 아무리 제도나 프로세스를 잘 만들어도, CEO를 비롯한 리더들과 구성원을 설득시킬 수 없다면 끝끝내 조직 변화를 추동할 수 없을 테니까요. 너무 어렵지만, 또한 재미있는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그간의 경험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세 번째 글의 주제는 논리와 공감입니다. 


첫 번째 글: 원칙과 예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법

 번째 글: 개념과 구체성, 뭐가 중요한가?




공감과 논리의 균형  


"공감은 따뜻하게, 결정은 단단하게"


HR을 하면서 정말 자주 언급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명분’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HR이 명분만큼은 밀려선 안 된다는 것이죠. 의사결정을 할 사항이 많다보니, 결정 하나하나에 대한 이유(Why)가 명확해야 합니다. 모든 결정은 흔적과 자취를 남기는데,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명분없는 결정을 해나가다 보면 결국 CEO와 구성원 모두에게서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HR은 제도, 구조, 프로세스를 설계하며 끊임없이 누군가를 설득시키는 일이기에 최대한 단단하게 논리를 설계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린 다 알고 있죠. 논리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머리로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되, 가슴으로 결제 도장을 찍는다는 말이 있듯, ‘옳고 그름’보다 ‘좋고 싫음’으로 반응하는 것이 사람이고, 우리가 처한 현실이죠.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득을 위해선 메시지를 넘어 맥락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HR이 구성원들을 부지런히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설득하는 과정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결국, 논리적인 메시지와 맥락을 기반으로 한 공감이 모두 필요한 법이죠. 이를테면, 저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소통합니다. 




1. 일단 경청하고 공감하기 

조직 구성원들의 불만 사항이 있다면, 일단 들어야 합니다. 충분히 공감하고, 실제로 구성원들의 고충을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타인이 될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의 신발은 잠깐 신어볼 수 있습니다. (Put yourself in someone's shoes) 경청과 공감없이 그저 논리적인 답변으로 대응한다면,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겠죠. 물론, 불만을 드러내는 대화가 불편할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을 묻어두거나 무시로 일관한다면 점차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나중에라도 긍정적인 변화를 추진할 때 호응을 얻기 어렵습니다. 

2. 명분에 근거한 명확한 의사결정

공감과 결정은 다릅니다. 충분히 공감하고 맥락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의사결정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뤄져야 합니다. 적절한 예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장난감을 사달라고 우는 아이에게 충분히 공감하고 안아주는 것은 중요합니다. 허나 울음을 그치고 나면 “장난감은 사줄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실 육아에선 반대 상황이 더 많습니다. 마트에서 우는 아이에게 버럭 화를 내고 나서, 미안한 마음에 장난감을 사줘버리는 셈이죠. "감정은 수용하고, 행동은 통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듯, 소통에 있어서도 불만은 충분히 공감하되 의사결정은 명분과 논리에 따라서 단단하게 하는게 좋습니다. 

3. 다양한 메시지 채널 사용하기 

공감하는 행위는 ‘글’이 아니라 ‘말’로 이뤄집니다. 종종 HR 매니저 중에선 슬랙이나 메일로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조금 귀찮거나 불편함이 있더라도 직접 만나서 대화하라고 조언합니다. 1:1 미팅을 하든, 모두 모인 자리(타운홀)에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언어적 뉘앙스를 함께 전달하고, 의사결정을 명확하게 하고, 불만을 듣고, 용기있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모습도 중요한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는 직접 만나 공감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소통을 경험합니다. 더불어, 중요한 의사결정은 추후에 입사하게 될 구성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문서화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어떤 배경과 근거로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고,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기대하는지 등 상세하게 적어놓으면 좋습니다. 




공감과 논리: F(감정형)과 T(사고형)


MBTI로 이야기해보자면, 공감 능력은 F(감정형)으로 논리는 T(사고형)로 대표되는 성향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F형이 더 감정적이다고 오해할 수 있는데, 그보다는 사실 감정형이 '상대방의 감정과 맥락을 고려한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사고형은 메시지에 집중하지만, 감정형은 메시지를 둘러싼 상대의 반응이나 맥락을 더 고려하죠. 결국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선 두 가지가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은 어렵습니다. 논리와 감성을 뛰어넘어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신뢰 관계가 충분히 쌓여있는가?가 더 본질적으로 중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신뢰를 쌓아가기 위한 시작은 논리와 감정을 섬세하게 고려한 커뮤니케이션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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