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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요일은 쉽니다 May 08. 2022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모임, 스물다섯 번째

220504, 연휴를 앞두고 모든 게 너무 아름다웠던

※가공되지 않은 raw data 그대로입니다



[대화 시작]


S: 어떠셨나요? 저는 이북으로 읽어서 아쉬웠어요. 스크린으로 그림을 보는 거랑 종이로 보는 거랑 느낌이 다르지 않을까 해서요. 


Y: 중간중간에 그림을 보면서 너무 놀랐어. 취미로 한 실력이 이 정도라니! 


S: 그래서 다 읽고 나서 보니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싶었어요. 한편으로는 박막례 할머니를 보는 것 같았고요. 인생이 후반부에 가서 뒤바뀐 사람들이잖아요. 나는 정말 박막례 할머니를 볼 때마다 신기하단 말이에요, 인생에 저런 반전이 있을 수 있나 싶어서. 그런 면에서는 참 인생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겠죠.


Y: 맞아. 또 나는 깊이와 연륜이 묻어나는 그림책이었고 읽으면서 힐링했어. 나도 이렇게 늙어가면 좋겠다 싶었고. 그리고 세대 차이는 있지만 결국 사람 사는 건 똑같다고 느꼈어. 


[SKIP]


Y: 모지스 할머니는 되게 여러 지역을 거닐면서 새로운 농장들에 정착하다 결국에는 자기가 원래 살던 동네로 다시 가서 마무리 짓잖아. 너에게도 그런 영혼의 고향이 있어?


S: 없어요. 그곳이라고 말하지 마요!!! (웃음) 그곳을 한 번도 고향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Y: 근데 어릴 적 추억이 많지 않아? 


S: 그렇죠. 오히려 한국에 대한 기억이 없죠. 근데 딱히 정을 못 붙여서 고향이라고 생각은 안되더라고요. 그렇다고 서울을 집이라고 느끼지도 않고... 서울을 고향으로 삼고 싶었는데 한국에서 일하면서 그 모든 환상이 깨져서 (웃음). 서울에서 회사를 안 다녔으면 환상이 깨지지 않았을 텐데 (웃음). 언니는요? 


Y: 근데 나도 없어. 그나마 제일 오래 살았던 게 충남이었고, 거기에 학창 시절 추억이 제일 많기 때문에 나름 영혼의 고향이라고 하면 그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실제로 난 또 대전에서 태어났단 말이야. 서울은 진짜 어렸을 때랑 성인이 돼서 올라온 후 근 10년을 지낸 곳이고. 근데 뭔가 서울은 고향이라는 느낌이랑 안 어울려. 그보다는 내가 젊을 때 치열하게 살았던 곳인 것 같아. 


만약 영혼의 고향을 삼는다면 글쎄... 나도 딱 어디라고 얘기는 못하겠는데 영혼의 고향이 여러 곳이었으면 좋겠어. 내 영혼이 평안할 수 있는 곳. 그게 미국이 됐든 한국이 됐든 대전이 됐든... 근데 그게 또 장점인 것 같기도 해. 그냥 어딜 가도 나는 잘 적응해. 나는 꼭 여기에 살아야 한다는 친구들도 있잖아. 무조건 서울에 살아야 한다던지, 무조건 제주도에 살아야 한다던지. 그런 욕심은 없어. 오히려 내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고향이 많았으면 좋겠어. 


[SKIP]


S: 크리스마스 얘기가 있었어요. 

그러다 보면 겨울이 옵니다... 다 함께 모여 크리스마스에 쓸 나무를 구하러 갈 때면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몰라요.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밀 공상을 하며 언덕을 미끄러져 내려올 때면 또 얼마나 설레었는지요. 참 그리운 날들입니다."

언니는 크리스마스에 얽힌 추억이 뭐가 있어요? 


Y: 나는 새벽종. 우리는 크리스마스 예배를 드리고 나서 같이 캐럴을 부르면서 종을 울렸어. 근데 또 막상 당일보다는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시간이 좋았던 것 같아. 언니 오빠들이랑 모여서 준비하고, 간식 먹고, 연극 연습하고... 


S: 언니는 항상 마리아였어요? 


Y: 아니 난 천사. 근데 내가 대본을 못 외워서 아빠한테 혼났어 (웃음). 


S: (웃음) 저도 크리스마스에는 항상 예배를 드리러 갔는데, 나는 크리스마스 하면 생각나는 건 옛날에 왜 그렇게 좋아했는진 모르겠는데 그 시즌에 나오는 광고들이 있어요. 우리 어렸을 때는 뚜레쥬르나 파리바게트가 꽤 막강한 브랜드였기 때문에 겨울 케이크 광고를 밀어줬단 말이에요. 그중에서 크리스마스 분위기 배경에 갑자기 원빈이 나와서 케이크 들고 서있는 광고가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기억에 남아요. 그 광고를 보는 게 드라마 보는 것처럼 너무 신나고 좋았단 말이에요. 반짝반짝 빛나고 호호호 웃고 산타가 나올 것만 같은 그 분위기가, 그 모습이... 


그래, 그때는 행복했을 수도 있어요. 그냥 그걸 보는 게. 그런 작은 것들이 행복이었을 수도 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o5ugKvy8k0

0:04에 나오는 눈 내리는 배경에 뚜레쥬르, 가득 쌓여있는 빵, 그리고 장인의 포스를 뿜어내는 할아버지

https://www.youtube.com/watch?v=lDQkgZ1xJzk

그 시절 나에게는 정말 크리스마스 = 뚜레쥬르였다


[SKIP]


S: 가장 좋았던 문장을 나눠주세요.


Y: 나는 

나는 행복했고, 만족했으며,
이보다 더 좋은 삶을 알지 못합니다. 
삶이 내게 준 것들로 나는 최고의 삶을 만들었어요. 
결국 삶이란 우리 스스로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그래왔고, 또 언제까지나 그럴 겁니다.


S: 저는 

사람들은 내게 이미 늦었다고 말하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이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꿈꾸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이거든요.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 말이에요.


[EXTRA]


마침내 교회에 도착하면 얼마나 즐거웠는지. 한 주간의 소식들을 주고 받고, 아픈 사람들, 건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도와 감사와 노래로 하루를 보냈지요. 일요일은 고단한 삶으로부터의 휴식과 즐거움을 누리는 날이었어요.


나는 늘 내 힘으로 살고 싶었죠.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진 않았어요.


나는 우리가 정말 발전하고 있는지 때로는 의문이 듭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여러모로 지금보다 느린 삶이었지만 그래도 좋은 시절이었지요. 사람들은 저마다 삶을 더 즐겼고, 더 행복해했어요. 요즘엔 다들 행복할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죽는 건 정말 두렵지 않지만, 당신 혼자 여기 두고 나 먼저 가느니 차라리 당신이 설원 아래 묻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겠어요."
"토마스, 난 당신을 만나기 전에도 혼자 잘 살았거든요?"
"나도 그건 알아요. 하지만 당신이 지금 혼자가 된다면 그때와는 다를 거예요. 만약에 이승으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나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당신을 보살필 거예요."
마치 머지않아 세상을 떠나리란 걸 아는 사람처럼 그런 말을 했습니다.


"저 그림은 누가 그린 거예요?"
...
"저 그림 참 좋네. 난로 뒤에 있는 저 그림."
나는 그제야 토마스가 말하는 그림이 에드워드에게 주려고 내가 그린 그림이란 걸 깨달았어요. 
"별로 잘 그린 그림은 아닌걸요."
"아니, 아주 잘 그렸어요."
그날부터 마지막 몇 주 동안 내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토마스가 내 곁을 떠날 줄 몰랐습니다.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내 그림을 참 좋아해 주었어요.



커버 사진

"Summertime sadness" https://unsplash.com/photos/FLigbWjCZz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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