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친절함은 낡은 시설도 잊게 만든다
우선 피렌체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방법은, 쉽다.
공항 오른쪽 끝으로 간다. 지붕에 downtown shuttle 이라 써 있는 정류장이 있다. volainbus를 기다린다. 30분 간격으로 온다. 버스기사에게 6유로를 내고 탄다. 종착역은 santa maria novella 역이다. 사람들이 우르르 내릴 때 같이 내리면 된다.
숙소는 기차역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골랐다. 예전 같았으면 시설상태를 1순위로 뒀겠지만, 피렌체는 울퉁울퉁불퉁불퉁한 돌길이니까 역에서 무조건 가까운 게 좋다. (호스텔 예약에 관한 나만의 팁은 번외 편에~)
오래된 석조 건물, 철제 창살문,
도어록이 아닌 짤랑거리는 열쇠,
이런 것들이 나는 참 좋다.
호스텔은 아담했다. 호스텔 문을 열고 작은 복도를 지나면 자그마한 다이닝룸을 중심으로, 부엌, 화장실, 도미토리, 2인실이 있다. 구조가 워낙 특이해서 설명하기 힘들지만,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다. 마치 백설공주의 집 같달까?
다이닝룸에는 커다란 창문 하나와, 벽에 붙인 원목 식탁, 등받이 없는 원형 의자들이 있었다. 이 테이블에서 아침식사도 하고, 다른 투숙객들이랑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식탁 위엔 봉지가 뜯겨진 견과류, 올리브, 비스킷 따위가 있었다. 함께 나눠먹자며 일부러 그곳에 두었을 투숙객의 푸짐한 마음이 느껴져 올리브 한 알을 바로 입에 넣었다. 짭조롬하고 신선했다. (이탈리아에 머무는 내내 마트에서 병째 사다놓고 매끼마다 퍼먹었다..)
호스텔 주인 Nadina는 놀라울 정도로 친절했다. 이제껏 만나본 호스텔, 민박 호스트 중 최고다. 굉장히 밝고 유쾌하다. 상냥한데, 부담스럽지 않다. 내가 만약 나중에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게 된다면 꼭 Nadina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정성 가득한 글씨로 지도에 추천 맛집을 표시해주었다. 6일이나 묵는다며 특별히 히터 옆 침대를 지정해줬다. 옆에는 창문, 앞에는 문도 같이 있다는 게 함정이지만.
이곳의 시설은 전체적으로 very good 까지는 아니고 quite good 정도지만, 워낙 주인이 게스트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게 느껴졌고 여기서 만난 사람들도 다들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나에겐 또 오고 싶은 곳이다!
지금 자면 안된다며
나를 말렸던 사람들.. 그립다
오후 4시, 잠이 쏟아지는데, 숙소 사람들이 지금 자면 애매하게 밤 10시에 깨서 안된다며 말렸다. "피곤할 테니 얼른 쉬어-" 가 아니라 "자면 안 돼! 좀만 더 참아!" 라니. 빈말이 아니라 진짜 나를 걱정해주는 듯한 애정이 느껴져서, 속으로 웃음이 났다. 출발이 어쩐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