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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탄쟁이 Apr 03. 2024

아이에게 남들 다 하는 교육을
똑같이 시켜야 할까

진로*교육*미래

1. 난 아이가 정말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래. 아마 모든 부모들의 바람 아닐까? 그런데 문제는 그 방법에 있는 거겠지. 우리 형님은 이제 초등학교 1학년 짜리 조카가 시험 기간이라고만 하면 학원에서 과외를 받게 해. 초딩 1학년 짜리 그것도 1학년 전부 합쳐봐야 7~80명 되는 작은 학교에서 1등을 꼭 시켜야겠다는 굳은 의지의 빔을 내게 보내면 나도 그렇게 해야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


참 이상하지. 늘 그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누가 그러더라. 모두들 하나 둘 셋 한 다음에 손을 동시에 다 떼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은 계속 되풀이될 거라고. 정답은 없는 것 같아.

그리고 나라도 그렇게 하지 말자는. 난 몸이 좀 힘들더라도 아이를 키울 수 있게 된 감사함을 잊지 말자라는 생각만 하고 있어. 

지금은 이제 10개월이 약간 넘은 아이. 하지 말라는 건 꼭 하고 매우 산만하며 울기 잘하고 땡깡 쓰기 대장 먹는 거 밝히고 은근슬쩍 애교 피울 줄 아는 사랑스러운 내 아기. 정말 어떻게 키우는 게 좋은 걸까?


2. 아이고 머리 아프네. 암울한 이야기지만 행복하려면 결국 돈이 있어야 하는 건데 자본주의 사회에선 어쩔 수 없는 거지.

마왕이 생각하는 자녀 교육관은 참 좋아.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 근데 마왕은 대한민국 사람이잖아. 마왕 2세들도 우리나라 사람이 될 것이고. 대한민국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 말이야. 돈 능력 외모 이게 다 받쳐줘야 되는 거더라. 뭐 이런 얘기하는 게 웃을지 모르지만 내가 주변에서 보고 느껴온 또 주입받아온 바로는 행복을 위해선 나 자신이 잘나야 한다. 내지는 돈이 많아야 된다. 이러거든. 나 잘나지 않으면 돈이 많아봤자 무식하다고 꿀리는 게 대한민국. 돈 많아도 잘 나지 않으면 있는 돈 다 날리는 것이 우리나라야. 

물론 나도 나중에 내 자식이 생기면 죽어라 공부시키고 싶지 않지만 내 자식의 행복을 생각한다면 공부라는 게 필요한 것 같아. 굳이 공부가 아니더라도 뭐 하나 특별하게 잘하려면 그 분야에서 죽어라 투자해야 하는 거잖아. 이러나저러나 행복하려면 처음에 개고생 하는 건 감수해야지. 암울하지만 어쩔 수 없지. 대한민국 사람이니까. 이래서 원정 출산율이 늘어나는 걸까? 그래서 죽어라 놀다가도 결국은 도서관으로 돌아가는 10대 내 인생. 거부할 수 없는 건가 봐. 오호통재라. 




글쎄, 그 자식들한테 억지로 공부시키고 학원 십 수개 보내고 허리 휘청하면서도 그러면서도 아이가 약간 불쌍한 마음은 들지만 어쩔 수 없이 현실 때문에 그런다라는 이야기는 다~ 해요. 

근데 그게 그렇게 핑계처럼 보일 때가 참 많아요. 과연 그런가?


그리고 지금 아이는 전혀 자기가 뒤떨어졌다는 사실에 대해서 분함을 못 느끼고 있는데 분해서 그런 거 아니겠느냐 이런 생각이 좀 들 때도 있고. 물론 아이의 미래가 걱정이 되고 하겠죠. 당연히 부모가 되면 객관적이기 힘들잖아요. 그 애를 야단을 쳐도 어디서 누구 패고 왔다고 야단치는 거 하고 맞고 왔다고 야단치는 거 하고는 분위기가 180도 틀릴 수밖에 없는 거 아니겠어요. 아무래도 맞고 들어가면 더 속상한 거겠죠.


근데 또 검토해 봤으면 하는 게 뭐냐면, 그렇게 해서 정말 아이가 경쟁력을 가지느냐라는 얘기예요. 그렇게 했는데 안 되면 뭐해요? 그럼 애는 죽어라고 고생하고 스트레스받고 더군다나 어릴 때 그렇게 스트레스 많이 받으면 그 평생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까? 부모는 부모대로 속상하지, 뭐 돈은 돈대로 많이 썼지, 가정 살림은 당연히 기울지, 아니 그 교육비라는 게 쓰겠다고 그러면 밑도 끝도 없잖아요. 식비 문화비 뭐 적금 깨고 가정 살림을 거덜을 내서 갖다 퍼어도 쓰겠다고 생각하면 끝도 없는 게 교육비인데 당연히 집안 살림은 적막하게 삭막하게 살게 되죠.


그러고 살면 근데 그런 경우 있지 않습니까? 애가 머리가 아닌데. 공부를 해서 남들의 세 배만큼 노력해서 10등 정도 할 수 있는 애라면 다른 재주 찾아주는 게 낫잖아요. 남들의 세배를 노력을 시킨다는 게 그게 애한테 얼마나 못할 짓이야. 그래놓고 이제 10등 안에 들어갔다 이거야. 그러니까 이제 부모 역할을 해냈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이 3배를 공부해야 10등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애가 10등 안에 들어갔다는 거는 청춘 날린 거지 뭐 걔는. 걔는 지금 뭐예요 그러면.


그래서 우리나라에 대학을 딱 한 개만 남겨야 된다니까요. 아예 꿈도 못 꾸게. 그래서 주위에서 쟤는 정말 공부할 놈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다 포기하게 만드는 거야. 그렇죠 뭐. 이게 정답이라니까요. 진짜로. 이런 나라가 외국에 왕왕 있습니다. 독일 같은 경우에도 아예 진로 같은 것들이 중학생 정도 나이에서 이미 팍팍 갈라지는데, 공부할 사람 안 할 사람 같은 경우에 이제 뚜렷하게 갈라지지만 학교에 가서 학위를 받고 공부한다는 거하고 또 다른 공부도 있지 않습니까?


우리는 또 학교 공부나 성적 공부는 엄청나게 강조하는 반면에 남들이 시키지 않아도 자기가 조분 조분 공부해 나가는 인생의 어떤 뭐 지혜에 해당하는 뭐. 이런 얘기 말고. 공부야 진짜 공부. 근데 학위가 인정되지 않는 그런 식의 공부에 대해서는 천시하고 못하게 하는 풍토를 어릴 때 박아버려. 그러니까 만일 아이가 중학생인데, 뭐 극단적인 예일지는 모르지만 정원에 나가서 꽃이 피는 거를 굉장히 신기해하면서 이런저런 거를 뒤적거리고 있잖아요. 암술 수술 학교에서 이거 배우긴 배웠는데 실제로 보니까 이러고 있으면 부모님이 뭐라 그러냐면 시험에 나오냐고. 시험에 안 나온다 그러면 크게 노하고 야단맞는 경우도 있죠. 그러니까 일상생활에서 궁금증을 가지고 자기가 연구를 해야 되는 부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공부를 오히려 못하도록 막고 성적이라든가 영어라든가 이렇게 부모가 의도대로 정해준 순서에 의해서 애가 공부를 하도록 강요를 받잖아요. 


그러니까 아이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경쟁 사회에서 아이들을 위해서 공부시키는 거를 애도 안 낳아본 네가 부모 마음 몰라서 그런다고 그러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모르죠 뭐. 그건 인정하고 처음부터 시작한 얘기지만. 근데 옆에서 이렇게 봤을 때는 저러면 애 공부 못할걸?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모님도 참 많아요.


특히 어떤 면에서 그러냐 하면 저 장담하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때 과외 십수 개 간 애들. 중고등학교 생활까지 못 버텨요. 기계가 아닌데. 그러니까 쉬는 거 하고 공부하는 시간하고 이 왔다리갔다리 왔다리갔다리 할 수 있는 널뛰기를 가르쳐 줘야 되는데 애한테. 자체적으로 지가 뭐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애를 용돈을 넉넉하게 주고 무슨 뭐 영화도 보게 해 주고 놀러 가게 해주고 이게 아니더라도 그게 이렇게 딱 훈련이 돼 있거나 그 맛을 알고 있는 애들은 지 방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공상에 잠긴 것만으로 1시간 만에 스트레스를 풀고 미소를 회복하고 나오는 애들이 있다니까요. 근데 쩔쩔매고 이 쌓이는 스트레스 하고 이거를 어떻게 배설을 해야 될지를 몰라서 쩔쩔매는 친구들이 있어요. 참 안 됐어요. 


뭐 대입시험 치고 나서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그런 친구들 말이에요. 이거를 어디로 어떻게 뿜어내고 어떻게 일단 내 안에서 내보내고 내가 안정을 시켜야 되는데. 내 안에서 삭혀서 가라앉히는 건 한계가 있고 밖으로도 뿜어내고 안으로도 삭히고 이걸 동시에 해야 되는데. 그런 거에 대해서 아이가 지금 내 아이가 몇 살인데 영어 단어를 몇 개 외우고 있느냐라는 거 말고 우리 부모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져주더냐. 그러니까 우리가 다 같이 죄인이 돼버린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제가 공부를 썩 그렇게 잘한 편은 아닌데 능률적으로 했거든요. 뭐냐 하면 그렇게 공부 안 한 것치고는 성적이 좋은 편이었다는 거예요. 제 친구들이 저 맨날 쿡쿡 찌르면서 '너는 공부 진짜 안 하는 거 치고는 성적이 괜찮다'라고 그랬는데, 억지로 괴로워하면서 공부를 하는 일이 많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농땡이는 뭐 수도 없이 깠고. 그리고 짜증 날 땐 억지로 책 붙잡느니 만화책 보고 뭐 이렇게 쉬어주고 막 그랬었는데. 그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참 많아요. 


그리고 만일 제 아이가 공부를 선택하면 마음이 참담하고 싫겠다는 거는 조금 오버해서 농담하고 장난친 거지만, 난 아이가 공부를 한다 그러면은 성적이 얼마나 나왔느냐 가지고 야단을 치고 싶진 않고 얘가 공부하는 패턴이나 방법을 차근차근 습득을 하면서 알아가고 있느냐. 그게 이제 완성이 돼 있으면은 1~2년 정도 마음잡고 공부하는 거 뭐 고2, 고3 정도만 해도 충분히 자기 원하는 대학은 갈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거를 애를 왜 그렇게들 야단을 치는지 모르겠어요.


영어 같은 것도 그래요. 어렸을 때 조기 교육을 시켜야 영어를 잘한다? 어렸을 때 조기 교육 시켜도 영어 잘하는 애들은 있잖아요. 나이 먹고 나서 영어 교육시켜도 영어 잘해요. 주위에 교육하고 관련된 장사치들이 하는 말에 의해서 우리 부모들이 너무 공포에 질려서 우왕좌왕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니까요. 어릴 때 조기 교육 시켰는데 영어 못하는 애들은 어떡하라고요?

있어요. 많아요. 그리고 어렸을 때 영어 조기 교육하고 막 이랬는데도 영어 못하는 정도의 언어 감각을 타고난 애들 다른 쪽으로 가면 되지. 세상 사람들이 반드시 외국어를 다 하면서 살아야 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데. 언어 영역이 아닌 쪽으로 가면 되지 그거를 애를 막 죽어라고 채찍질을 해서 어느 정도 목표에 반드시 도달을 해야 된다?


이 마지막 저의 결론인데 우리가 하나 둘 셋 하고 동시에 그만두지 않는 이상 이건 답이 없다라는 말이 참 정답인데 저는 그게 뭐를 바꿔 말하면 이런 뜻이라고 생각해요. 절대적인 기준으로 우리가 아이를 대하지 않고 상대적인 기준으로 대하고 있지 않은가?  내 아이 하나만 딱 보면서 '얘가 이 나이에 지금 말을 이 정도하고 이 정도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그럼 얘가 뭐를 공부하면 더 재미있게 하고 얘가 더 지식을 습득을 할까' 이게 아니라 '누구네 집 애는~ 어느 학원에서는~ 요즘 조기 교육 풍토는~' 그리고 자꾸 주위를 보잖아요.


근데 세상이 아무리 빨리 변해나가고는 있지만 인간의 학습 능력 그리고 뭐 이런 것들은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았거든요. 요즘 아이들이 뭐 많이 영악해지고 빨라졌다 그러는데 제가 볼 땐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 말문이 트이는 시기, 그리고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예전에 부모가 얘기해 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는 창구나 이런 것들이 다양해지면서 아이들이 빨리빨리 지식을 습득해 나가고는 있지만 특별히 갑자기 십수 년 사이에 아이들의 IQ가 급상승하거나 두뇌가 빨리 돌아가거나 그런 것도 절대로 아닌 것 같고. 몰라요. 교육을 시키고 그런 행위를 제가 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만일 속아 넘어가서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서 애를 쓸데없이 닦달해서 소중한 어린 시절하고 청소년 시절을 아이를 억압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우리나라의 부모가 10만 명이 지금 있는데 예를 들어서 10만 명 중에서 아이한테 과외시킬 수 있는 한 맥시멈 시키고 할 수 있는 거 다 시키고 아이를 몰아세울 확률을 가진 부모가 얼마나 될까요. 90% 일 거예요. 그렇죠? 그중에서 뭐 좋아서는 아니더라도 어쩔 수 없잖아 하고 몰아세우는 게 90%. 근데 형편이 안 되어서 어쩔 수 없이 하면서 부글부글 끓이는 사람들이 있다고 치고, 있는 돈 다 퍼부어서 버는 돈 다 투입해서 애들 몰아세우는 사람 절반은 넘을걸요? 그럼 그 절반 중에서 5만 명이라고 치면 나중에 10년이나 15년 지났을 때 사실은 쓸데없는 경우에 아이들을 무자비하게 몰아세워서 아이들 청소년기하고 청춘 하고 어린 시절을 압박한 실패 케이스가 안 나올 것 같으세요? 사람마다 개인 차이는 있는데 저는 그중에 실패 케이스가 4만 5천 정도라고 봐요. 대부분 실패한다고 보거든요. 성공 확률이 거의 없는 싸움이라고 생각하는데, 나중에 굉장히 간단한 말로 얘기하더라고요.

'아이를 위해서 그랬다.' 

물론 아이를 위해서 그랬는데 중요한 건 결과 아닙니까? 아이를 위해서 그렇게 했는데 결과적으로 어떻게 됐냐고. 애는 공부 쪽으로 성공하거나 학문적으로 크게 되거나 뭐 이 학력 사회에서 뭐 어쩌고 저쩌고 뭐 이런 것도 아니고 단지 죽어라고 고생하고 느낀 것은 열등감이죠. 


댓글로 이런 글을 올렸네요. '60년대보다 사람들 공부 못해요 학원이 아니면 공부를 하지 않죠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대입 시험도 보면 가면 갈수록 쉬워지는데 가면 갈수록 점수는 떨어지잖아요. 한때 96학번하고 00학번이 같이 수업을 들었는데요. 좀 그거 심각하더군요.'


이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각종 과외를 통해서 아이를 가르치니까 스스로 생각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그래서 옆에서 보면은 되게 웃기는 게 뭐냐 하면 대입 시험 때까지 벽에 붙어서 엿 붙여놓고 부모님이 기도하고 같이 고3 애랑 밤새고 울고 껴안고 하면서 공부했다? 죄송합니다. 그 가정의 그 분위기를 비웃는 게 아니고 나는 그런 분위기를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ㅎㅎ 아니 애가 공부하는데 엄마가 그걸 왜 껴안고 울어? 공부가 뭐 잘난 거라고. 그런데 그렇게 공부를 했다? 그러면 애가 나중에 대학 졸업하고 입사 시험 칠 때도 그 회사 벽에다가 엿 붙여놓고 옆에서 울면서 아이랑 부둥켜고 공부할 거냐. 그리고 입사 시험 칠 때도 과외 붙여 준다면서 그래서 하다 하다 안 되니까 이제는 직장 취직하는 그 입사시험에도 과외 선생을 붙여서 가르친다대요. 나 참. 그 부모님 돌아가시면 어떡하라고. 


그런 얘기 있지 않습니까. 아이가 뭐든지 그 하는 짓을 다 오냐 오냐 오냐 했던 그 엄마가 있었는데 정말 맹목적인 사랑으로 아이를 위해서 헌신적으로 모든 것을 베풀어주면서 아이를 위해서 모든 걸 다 했대요. 근데 모든 것을 다 받아주니까 아이는 삐뚤어져서 나중에는 도둑질도 하고 그러다가 결국은 사형수가 되었대요. 그래서 처형당하는 그 처형대에 매달렸는데 엄마한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엄마가 울면서 가서 아들아 무슨 일이냐 하고 귀를 이렇게 기울였는 데 있는 힘껏 고개를 내밀어서 엄마의 귀를 물어뜯었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엄마가 당황하고 황당해서 울부짖자 '엄마가 나를 이렇게 기르지만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다'라고 했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얘기의 진위나 뭐 이런저런 이야기는 크게 따질 필요는 없겠지만 맹목적으로 아이를 위해서라는 그 명분 그거 수긍 안 가요. 


아이를 위해서 저는 부모가 할 수 있는 일들 중에서 그런 걸 생각해 봤어요.

최대한 아빠가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돈을 많이 벌든 적게 벌든 일이 잘 되든 안되든 엄마랑 사이가 좋든 나쁘든 어떻게든지 행복해하는 모습을 너한테도 보여주고 싶고, 그리고 세상의 중심은 네가 아니고 우리 가정의 중심은 네가 아니기 때문에 엄마 아빠가 열심히 일해서 너 학교 보내주고 그러고 있으니까 우리 둘이 좀 쉬어야겠으니까 너 그 정도 컸으면 이제 집 지키고 엄마 아버지 놀 때 뒷바라지 좀 해줘라' 얘기 딱 하고 떠날 거고, 미안하다는 얘기 안 하고 떠날 건데요. 뭐가 미안해요. 그런 식으로 살려고요. 공부할 때 되면 다 알아서 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저는 학교 때려치우고 났더니 공부가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는 아닌데 공부가 제일 재밌더라고요. 그러니까 학교 다닐 때 그렇게 지겹던 책이 남이 안 시키니까 왜 그렇게 깨소금같이 재밌고 눈에 들어오는지. 그래서 20대 중반부터 지금 30대 중반까지 읽은 책이 제가 중학생 때부터 학교 때려치울 때까지 읽었던 책의 그 한 20배에서 30배 정도 되는 것 같은데 분야도 완전 개 잡다 마구리로 읽었거든요. 이 전자공학에서 저 무슨 뭐 신화 체계에서부터 뭐 역사학에서 막 왔다 갔다리 왔다리 갔다리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했는데 너무너무 재밌고 행복했어요. 


그래서 애한테는 과외 같은 거 보낼 필요 없고, 저는 그 애기 공부하는 거 막 이렇게 다 따라다니는 부모님한테 여쭤보고 싶은 게 딱 하나 있어요. 

책을 읽으면서 얼굴이 빨갛게 상기돼서 너무너무 재밌어가지고 눈이 말똥말똥해서 '미안 미안 미안 조금만 이따 얘기하자 조금만 있다 이거 너무 재미있어서 그래'라고 애한테 책을 보면서 미쳐 있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느냐. 그래서 아이가 볼 때 엄마랑 아빠는 가끔 저렇게 책만 잡으면 돌아가지고서 밥도 안 먹고 라면 먹다가 젓가락 이렇게 든 채로 30분 동안 한 페이지 보고 있고 막 그러는데 '뭔가 저게 되게 재미있는 게 있나 보지'라는 걸 아이한테 보여준 적이 있느냐.

혹은 깊숙이 공부하고 연관 있는 삶을 사는 게 아니더라도 뭐 그런 정보나 학문이나 이런 걸 대하면서 재미있어하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느냐.

근데 그런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보여주면 공부는 그다음에 내가 자기가 재미있어서 알아서 할 텐데 아이를 과외를 보내놓고 막상 본인들은 책도 안 읽고 요즘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보에 대해서 관심도 없고 본인들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라면.

'니가 학교를 마치고 나서도 있지? 엄마 아빠도 학교 그만둔 지 오래됐는데 계속 책 보고 이렇게 공부하면서 사는 거거든? 사람은 다 이러고 살아야 되고 재밌는 거야. 너도 어차피 해야 돼'라고 던져놓으면 자기가 알아서 하지 않아요? 그럼 지가 '이거 하고 싶어요. 저거하고 싶어요' 하는 공부만 시켜주면 되고. 난 이게 맞는 것 같아. 끝까지 이쪽으로 개길래.


@200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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