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교육*미래
오늘 성적표가 나왔거든. 근데 성적 고민은 아니고 내가 언니가 둘이 있는데 언니들은 공부 잘하거든.
근데 난 공부 못해. 솔직히 관심도 별로 없고 흥미도 별로 없어.
내가 딱 관심 있는 게 있다면 영상이거든. 근데 부모님은 날 이해를 못 해.
그리고 내가 무슨 말만 하면 말부터 끊어. 한 번도 제대로 진지하게 들어본 적이 없어. 내가 아직도 애라고 생각하는지 내가 생각하는 모든 걸 철없게 느끼나 봐.
진짜 눈물이 나. 나도 생각 많이 하고 그리고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근데 말부터 끊어. 난 이런 상황이 너무 싫어. 다 얘기 듣고 반대해도 괜찮아. 근데 제대로 말하기 전에 언성부터 높이니까 너무 화가 나는 거 있지.
내가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것 같아. 그래서 점점 부모님한테 소극적으로 대하는 것 같고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말도 못 꺼내고 속으로 삭이니까 너무 짜증 나는 거지.
언제 한번 영상 기법에 관한 책을 사달라고 했어. 근데 공부나 하라더구먼.
그래. 나도 공부해. 관심은 없지만 의무인 건 나도 알아서 공부는 한다고.
뭐든지 공부부터 하래. 내 친구 주위에 있는 애들 충분히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공부도 하거든.
난 그런 기회도 안 주면서 뭐든 차단하려고 해. 내가 뭘 하려고 해도 쓸데없는 짓이라고 무시를 아예 해버리니까.
또 언니들도 가담을 해서 맨날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공부나 해.' 이게 인간 대화냐고. 그리고 또 짜증 나는 거 농담인지 진담으로 말하는 건지 몰라도 난 부모님께 언론 학부나 멀티미디어 과에 가고 싶다고 말했어.
근데 끝까지 경영학부나 그런 데 가라고 하는 거야. 왜냐고? 내가 어렸을 적에 경영학부에 가고 싶다고 말했거든. 근데 내가 날 알아보니까 전혀 맞지도 않는다는 걸 알았어.
근데 내가 말했는지 모르겠네. 말했다고 생각해도 언성부터 높이셨겠지. (어릴 때 니가 거기 간다고 그랬다라는 이유는 조금 황당한데요.)
내가 불평을 해도 부모님은 우리들이 얼마나 잘해주냐 하시는데 웃겨 죽겠어.
너무 웃겨서 웃음도 안 나와.
그래. 나도 고마움을 느껴. 근데 얼마나 잘해주는 건 모르겠다고.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서 비 와도 친구들은 엄마가 데리러 오는데도 난 이해를 했어.
엄마한텐 일이 있고 비쯤은 그냥 맞고 가도 되니까.
근데 너무 많이 쌓인 게 나도 모르게 내 입까지 차오른 것 같아. 막 부모님 면상 대고 욕하고 싶어. 뭐든지 공부 공부하면서 하지 말라고.
난 나를 충분히 알아. 이미 정체성을 깨달았고, 뭐가 해야 할 일이고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은 대충 판단할 수 있다고 부모님한테 정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어.
하고 싶은 거 다 할 순 없다. 근데 그 말을 열 번 이상 나한테 써먹으니까 나만 하고 싶은 거 있어도 할 수 없다로 들리더구먼.
난 아직 청소년이라고 그래서 하고 싶은 건 엄청 많고 그에 따르는 책임도 안다고 그래. 하고 싶은 거 하면서 공부도 하고 싶어. 근데 무조건 놀지 말고 공부나 해라 식이니까 엄청 짜증 나고 증오한다고.
울면서 쓴 거라 글을 잘 못 썼어. 아무튼 내 얘기는 최소한 내 꿈을 인정을 해주고, 최소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알아주고 최소한 내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달라는 거야. 너무 무리한 요구인가?
네 무리한 요구세요. 무리한 요구예요.
그러실 수 있는 분들이었으면 진작에 그렇게 하셨어요.
그리고 그런 식으로 아이하고 대화를 하고 뭘 하려 그래도 그렇게 해본 적도 없고 또 그런 대우를 자기 당신들께서도 부모님한테 받아본 적이 없으시고.
그리고 부모님이 이제 막내하고 '그래 멀티미디어 학과를 가고 싶다고? 아버지가 생각할 땐 말이다, 이 멀티미디어 시대의 미래는 굳이 멀티미디어 학과를 간다고 해서 개척이 되는 게 아니에요~.'
이 대화가 되시겠어요? 아버지가 아니, 멀티미디어나 영상이나 이걸 부모님이 뭘 아셔야 애가 뭘 한다는 건지를 알고 얘기를 해주지. 얘기할 땐 안 되잖아요.
물론 부모님들의 태도가 옳은 것은 아니에요. 그리고 새로운 뭐가 나오든 애가 무슨 뭐 관심을 가지고 있든 당신께서 아시든 모르시든 간에 최소한의 관심을 기울이고 들어줄 의무는 있으시죠.
자 그런데 부모님께서 그런 타입이 아니시죠. 그래서 그런 타입 부모님이 아니라서 '영상 안 할래요' 그러면 그런 타입 부모님이 아니라서 멀티미디어 못 할 거냐고요.
그래서 그런 부모님이 아니어서 영상 못하고 좋아하는 거 못하겠냐고요. 뭐 어떡하라고. 그래 불만은 알겠어요. 불만은 알겠는데.. 요 위에 자기가 답을 썼던데요?
'난 나를 충분히 알아. 이미 정체성은 깨달았고 뭐가 해야 할 일이고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은 대충은 판단할 수 있다고.'
약간만 정정해 드릴게요.
'난 나를 충분히 알아. 이미 정체성을 깨달았고 뭐가 해야 할 일이고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고'라고 생각하시고 정확히 판단하세요. 대충은 판단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하고 대충 판단하지 마시고.
자 그러면 같이 정확히 판단해 볼까요? 당신이 당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영상을 하든 상영을 하든 영영을 하든 상상을 하든 간에 부모님이 그 얘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그거에 맞춰서 같이 꿈을 검토를 하고 길을 앞길을 이렇게 같이 의논해 주는 그런 타입의 부모님이 아니다 하는 사실은 그냥 당신이 가지고 있는 요소 중에 하나에 불과해요. 그게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란 말이죠.
지금 그러면 불평할 시간에 영상 공부나 좀 하지 그래요?
영상 공부를 한다는 게 뭐예요? 감독들 중에서 어린 시절 얘기를 해보거나 감명 깊게 봤던 영화 이런 거 얘기하면 그런 얘기들 많이 해요. 어릴 적에 동네 극장에 개구멍 타고 들어가서 거기서 몰래 훔쳐보던 그 이소룡의 그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던가 이런 얘기를 하죠.
그래 요즘에 인터넷에서 다운도 많이 받아서 참 볼 수 있는 그 무언가 연구할 수 있는 것들은 손 안에서 넘쳐나게 됐어요. 그게 꼭 영상학부를 가야만 멀티미디어 학과를 가야만인가요?
자기가 좋아하는 거를 좋아하고 연구하고 이런 데다 보내는 시간은 부모님이 무슨 뭐 입에다가 재갈을 물려서 어디다가 집어넣어 논다고 그래도 그 사람 못 말려요.
부모님한테 불만이 있는 부분은 불만인 부분이고, 내 의논 상대가 안 되어 주는 그럼으로 해서 나 역시 불안하고 짜증 나고 그런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그러면 그게 안 되는 부모님한테 그걸 요구하지 마세요.
부모님이 공부를 할 타입도 아니고 그쪽으로 정체성도 아닌 나에게 공부라는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나 역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조분조분 대화하면서 멀티미디어 관련 대화를 해줄 수 없는 부모님을 향해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잖아요.
부모님을 설득하고 싶어요? 그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있어요.
제일 빠른 거? 공부하세요. 진짜예요. 갑자기 지금 반 석차가 몇십 등이 뛰어오르면서 한 자릿자 숫자 석차가 되고 막 이렇게 됐다고 쳐봐요. 3개월 내로 '아빠 나 영상~!' 그럼 그 얘기 안 들어줄 것 같아? 들어준다.
부모님이 제시한 방법은 이거예요. 이걸 얘기한 거예요.
'니가 너희 언니들처럼 공부를 잘하면 그러면 신뢰를 하고 니가 영상을 하든 상영을 하든 영영을 하든 상상을 하든 엄마 아버지가 한번 들어봐 주겠다'라는 거 아니에요. 근데 잘못된 얘기지만 부모님 시절에는 그게 옳은 줄로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너무 웃긴 게 뭔지 알아요? 그 당시 시대에는 공부 잘하는 애들이 법도하고 영상도 하고 모든 제주라는 게 다 공부를 잘하는 거에서 비롯돼서 거기서 파생되는 건 줄 알았다?ㅋㅋ
우리나라 사회가 그렇지 않잖아요. 뭘 맞아요 맞기는. 그러니까 우리나라 같은 이 시험 제도에서는 법관이 되려면 영화 음악 문화 만화 이런 거 하고는 담벼락을 쌓아야 사실 법관 될 수 있는데, 그렇게 학창 시절 보내고 나서 된 사람들이 만화에 대해서 막 재판하고 이게 내용이 이러네 저러네 막 그런 거를 판단하려고 그러니까 이제 헷갈리잖아요.
그래서 전에 했던 얘기가 '물리학 박사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법관 멋지다. 우리 그 물리학 꿈꾸고 있는 법학도다' 그런 얘기했었죠.
근데 옛날에는 그런 게 인정이 안 됐어요. 무조건 공부 잘해야 장땡이고 '우리 애가 말이야. 전교 석차가 지금 한 3등에서 5등 사이가 돼. 근데 말이야. 아 이놈이 무슨 영상 공부를 해가지고서 뭐를 하겠다는 거야. 그래가지고 내가 웃었지. 그러면 너 그 니 재주 가지고 이 임권택 씨처럼 어디 가서 저 유명한 감독 돼서 세계적으로 명성 날릴 수 있냐 내가 그랬지.'
아버지가 이런 식으로 얘기를 펼쳐가려면 자기가 영상 얘기를 할 때 전교 석차가 3등이 돼야 되는 거야.
근데 그런 일이 벌어지냐고요. 안 벌어지죠. 쉽게 얘기해서 그런 겁니다. 부모님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것. 그렇지만 부모님이 지금 옳다고도 제가 얘기 안 하겠어요.
그렇지만 지금 K양도 그 옳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서 같이 옳지 못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그게 뭐냐 하면 이 불만에 대한 것만 계속 생각하고 거기에 얽매여 있으면 나 앞길 못 갑니다.
그래요. 부모님께서는 어떻게 보면은 약간 시대에 뒤진 면을 가지고 계세요. 그렇지만 부모님의 우려 중에서 또 일부는 엄연한 사실이에요. 부모님께서 시대에 뒤떨어진 부분은 영상이야, 멀티미디어 학부야, 막 이런 비전과 미래의 문화에 대해서 전혀 이해를 못 하는 부분. 그 부분은 10년이 지나면 짜증이 아니라 '아유 우리 부모님 측은해. 두 분이 맞벌이 부부로 어릴 때부터 나 기르느라고 문화니 뭐니 전혀 즐기지 못하고 뭣도 모르고. 미래가 뭐 어떻게 바뀌어요~ 어떻게 얘기해 봐도 우리 엄마 아버지 사실 잘 몰라.'
그 부분은 측근함과 미안함으로 바뀌게 될 거예요. 그 증오는. 그리고 부모님이 시대에 뒤떨어졌다? 그건 너무나 당연해요. 아니 인류 역사 이래 언제 뭐 안 그런 적이 있었겠냐고요.
오히려 정말 무섭고 비참한 게 애보다 부모님이 더 시대를 앞서가 가지고 부모님이 '야 이렇게 해지고 이렇게 이렇게 해야지. 너는 그건 뒤떨어진 생각이야' 이걸 자식한테 하고 있다? 그 사회는 망한 거예요. 죽은 거예요. 나이가 더 드신 부모님 세대가 시대에는 조금 뒤떨어지는 듯이 젊은 애들한텐 보이지만 그 중심에 변하지 않는 그 무언가를 제공을 해주고 젊은 애들이 시대를 앞서 나가는 게 맞죠.
또 부모님의 얘기 중에서 일부분은, 사실 영상 쪽 작업하고 그러는 거 노가다예요. 굉장히 힘든 작업들이란 말이에요. 그것들을 하고 그럴 때 내가 배가 고플 때 부모님 말이 또 귀에서 쟁쟁쟁 울릴 때가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부모님이 그래서 멀티미디어 영상이야 이런 거 이해 못 하고 얘기 안 해준다고 해서 내가 부모님 따라갈 수 있나. 나는 부모님을 쑥 앞질러 가버려야죠. 하는 수 없죠. 나는 시대에 따라가고 부모님은 그 시대로 계속 사시겠죠.
그러면 자, 현실적으로 부모님의 동의를 얻지 못했을 때 그럼 영상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지금 부모님의 동의 하에 부모님이 학비를 내어준다는 그리고 입학 허가를 내어준다라는 이 전제조건 말고는 영상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서 아무것도 생각 안 해본 것은 아니겠죠. 그만큼 자기가 자기 정체성이라고 말할 만큼 자신이 있고 자기가 갈 길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부모님의 반대가 있을 경우에 어떤 방법으로 내가 이 공부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는 정도의 작전 계획은 수립해 봤겠죠. 없어요? 설마~ 수립해 봤겠죠. 그 작전 계획서를 A4 용지로 여덟 장짜리로 정리해서 A안 B안 C안 D안 E안까지 다섯 개를 저한테 제출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그렇게 하시다 보면 '부모님이 그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는데~ 내가 무리한 요구냐고~ 내가 울면서 글을 썼는데 우리 부모님이 말이야~ 이제는 지금 입에서 토 나와~' 이런 얘기할 그럴 시간 없어요.
지금 당신의 라이벌이 될 애들은 학교 공부를 하면서 석차가 높고 막 이런 애들이 아니라, 물론 그중에도 라이벌이 있어요. 그중에도 공부 잘해가지고 영상 하는 놈 있다. 짜증 나지만 영상을 하기 위한 조건이 공부를 못해야 되는 건 아니걸랑. 공부 잘하는 애들 중에서도 나중에 영상 하겠다라고 이를 뻑뻑 갈고 있는 애들이 있습니다.
당신은 근데 심지어 공부까지 못해. 그러면 지금 걔네들은 또 눈이 시뻘겋게 돌아가는 이런저런 것들을 보면서 자기가 만들고 싶은 영상과 멀티미디어 막 이런 꿈을 꾸고 있단 말입니다. 그런데 책상머리 앞에 앉아가지고서 징징 울면서 부모님 원망이나 하고 있을 수 있나? 날라가는 거예요 그러면.
그건 부모님 때문에 안 되는 게 아니고 그 라이벌들이 지금 날뛰고 있을 시간에. 이런 식으로 경쟁 심리 부추겨서 문제 해결하려는 얄팍한 상담ㅋㅋ 그럴 시간에 눈물 줄줄 짜고 있고 그러면 안 되겠죠.
@2005.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