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20대 시절 알고 지냈던, 두 명의 지인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몇 번의 술자리를 통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한 명은 대학교 친구였다.
힙합을 하고 싶다며, 학기 중에 자퇴를 했던 친구로,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기에 자퇴 후에도 종종 술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당시 그는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했지만, 그때의 나는 그의 이야기에 공감하기보다는 "너무 무모한 도전 아닌가?" 라며 내 기준으로 그를 재단하고 평가했었다.
또 다른 한 명은, 그림에 푹 빠져 있던 시기에 알게 된 사람이었는데, 잘 나가던 건축가였던 그는 그림의 매력에 빠져 회사를 그만두고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왔었다고 했다. 여행을 다니며 그림을 그리고, 그린 그림으로 돈을 벌어 다시 여행을 다니는 자유로운 삶을 살던 그는, 당시의 나에게 꽤나 큰 여운을 줬던 사람이었다.
당시 들었던 그림 수업의 마지막 날, 선생님의 초청으로 와서 강연을 해줬던 그는, 여행 중 그렸던 그림 노트를 보여주었다. 여행지의 느낌, 당시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그림과 글로 채워진 노트는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고, 수업을 들었던 모두가 그의 자유로움과 예술적 감각에 감탄하며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수업이 끝난 후 가졌던 술자리에서 그는, 작가가 되어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전시를 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그 후로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우연히 유튜브에서 다시 본 그는 작가가 아닌, 한 아이의 아버지로 다시 건축 관련 일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목표였던 작가가 되지 못한 그가 불행해 보였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원래 하던 일과 잠깐의 일탈로 배웠던 그림 감각이 어우러지며, 집 리모델링을 의뢰했던 고객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고 있었다.
대학교 때의 친구 역시 지금도 힙합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학교를 돌며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는 모습이 보였다. 꿈이 없던 시절의 나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고, 오히려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이제는 그의 열정과 노력이 부럽고 멋지게 느껴진다.
꿈을 위한 노력을 평가절하하던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말과 행동은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한다고 한다. 어떤 일을 하면 그것에 대해 말하는 것만으로도 통찰력은 줄어든다. 어쩌면 나는 그럴듯한 말로 나를 포장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행동으로 가야 할 모든 자원을 말에 쏟아부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미래의 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알지 못한 채.....
오래간만에 본 두 사람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모습에, 약간의 위안과 자극을 받게 되었다. 나도 그들처럼 조금씩 성장하며, 나의 길을 닦아 나가기를 그들의 미래도 나의 미래도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기를 바라본다.
오늘도 꿈을 향해 달리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색을 가진 아름다운 무지개를 피워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