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좋아하는 계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겨울이요!!"라고 주저 없이 답한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겨울이 주는 상대적인 따뜻함 과 눈 쌓인 거리 때문이다.
추운 겨울, 밖에서 오들오들 떨다가 들어간 카페, 그곳에서 느끼는 따스함은 봄의 따스함과는 또 다른 포근함과 산뜻함이 있다. 주말 아침, 환기를 위해 창문을 활짝 열고, 이불 속에 들어가 얼굴만 내밀고 있을 때 느껴지는 아늑함은 이불 밖으로 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이다.
하지만 내가 겨울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눈 덮인 거리를 걷는 즐거움 때문이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해보자면, 아무도 밟지 않은 눈 덮인 거리를 걸을 때의 즐거움이다. 딱딱한 아스팔트 위, 새하얗게 코팅된 눈을 밟으며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들리는 "뽀드득" 소리는 천진난만했던 어린 시절로 나를 데려간다. 마치 소리 나는 신발을 처음 신은 아이가 "삑삑" 소리가 신기해 여기저기 소리를 내며 뛰어다니듯, 성인이 된 나도 집에 가는 것도 잊은 채 여기저기 발자국을 남기며 즐겁게 걷게 만든다.
어쩌면 내가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의 추억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추운 겨울 학교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와 이불 속에 들어가 만화책을 보던 기억, 텅 빈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발자국을 남기기 위해 뛰어놀던 기억, 이런 기억들이 마음 한구석 깊게 자리 잡게 되면서, 추운 겨울을 좋아하게 된 건 아닐까?
밤새 내린 흰 눈을 보고 있으니, 다시 한번 그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