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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gative to Positive Oct 24. 2018

[퇴사여행②] 예언의 순간

예언이 현실이 되는 순간

치앙마이 시내에 도착했다. 가성비 따지는 동생이 심혈을 기울여 고른 숙소다. 1박에 3만5000원이면 나쁘지 않은 가격인데 딱히 좋다는 말도 안 나온다.


옆방 사람들이 내 귀에 대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커플이라도 있으면 큰일 아닌가? 호화로운 리조트에서 급변한 현실을 자각하고 나니 나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온다. 동시에  즐겨야 한다는 강한 의무감이 나를 짓누른다. 동생과 함께 치앙마이의 대표적인 관광지라는 도이수텝으로 향했다. 치앙마이에서 상징과도 같은 도이수텝은 규모나 화려함에서 사뭇 다르다. 수텝산 해발 1,000m에 지어져 태국 사원 중 가장 전망이 좋은 사원 중 하나기도 했다. 반대급부로 올라가는 길이 상상 이상으로 험난하다. 강원도 한계령 수준으로 고된 길이다. 이 길을 창문도 없는 성태우를 타고 갔다. 매연을 한껏 들이키니 토할 것 같았다.


힘들게 도착한 이곳 도이수텝에는 특별한 전설이 전해진단다. 란나 왕조 시절 부처의 사리를 운반하던 흰 코끼리가 스스로 수텝산까지 올라 그 자리에서 울고 탑을 세바퀴 돌다 쓰러져 죽었다는 이야기. 당시 흰 코끼리가 운반해 왔다는 사리는 불탑에 안치돼 있다고 한다. 태국은 국민 93%가 불교를 믿는다.

이곳에서 사원의 존재는 막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도이스텝 사원 위로 맑은 하늘이 보인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사원 전체를 휘감은 금색빛이 맑은 하늘을 가리는 것 같다.


저 멀리 전설 속 사리를 갖고 올라왔다는 코끼리를 기리기 위한 조각상이 보인다. 좀더 알고 싶은데 알길이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현지 해설사나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면 더욱 유익한 여행이 됐을 거다. 역시 준비된 여행의 만족도가 높은 법이다.


그나저나 썽태우를 타고 20분가량 힘겹게 올라온 이곳에 코끼리가 그 큰 몸을 이끌고 이곳에 왔다는 게 말이나 되나 싶다. 마치 신라 법흥왕 때 불교를 국가에 들여오기 위해 이차돈이 순교를 했고 그가 목을 베자 그 머리가 멀리 날아 금강산 꼭대기에 떨어졌고, 잘린 목에서는 흰 젖이 수십 장이나 솟아올랐다는 전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신경 쓸 필요 없다. 믿는 사람이 있으니 ‘전설’도 존재하는 거다.



도이수텝에서 시내(님만해민)로 이동했다. 치앙마이 더워도 너무 덥다. 숙소는 시원하지만 치앙마이에서 5분만 움직여도 등줄기로 땀이 줄줄 흐른다. 태국 북부지방인 치앙마이는 산간지대라 시원한 줄 알았다. 아니다. 푸켓보다 덥다. 역시 뭐든 경험해야만 팩트에 도달할 수 있다. 님만해민에는 수많은 카페가 즐비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태양을 피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하다. 그래서 무작정 익숙함 그 자체인 스타벅스로 향했다.


동생이 뜬금 없이 말한다. ‘언니 여기 계속 있을 것 같은데.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그녀의 예언은 적중했다. 난 그후로 보름가량 치앙마이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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