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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gative to Positive Oct 24. 2018

[퇴사여행⑦] 마약같은 도시여

이제는 끊어낼 시기

치앙마이  2주차. 방콕에 폭탄테러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으로 떠들썩 하다. 다행히 치앙마이는 방콕과는  멀리 떨어진 태국 북부 지역에 있다. 이곳 사람들은 방콕 폭탄 테러에 떠들썩한 전세계 언론과 달리 동요하지 않는 듯하다. 북핵 뉴스만 나오면 정작 한국 사람들이 전혀 동요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문제는 한국에서 분위기다. ‘혼자 재밌나보다’라고 내 장기여행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지인들이 뉴스를 보고는 짠 것처럼  릴레이로 안부문자를 보내온다. 집에선 언제 오냐고 압박을 준다. 필리핀 세부에 있을 때도 한국인 피살 뉴스가 보도됐을 때도 비슷했다. 그때의 장면이 묘하게 겹친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두렵긴 하다. 다급히 치앙마이에서 싱가폴로 가는 비행기 표를 끊었다. 순간의 동요의 감정으로 인한 결정은 아니었다. 원래부터 계획에 있던 일이었다. 처음에는 VIP 버스로 치앙마이에서 방콕으로 이동해 싱가폴로 가는 방법을 생각했다. 하지만 방콕 폭탄테러를 무시한 일정은 나로서도 힘들었다.


결국 저가항공사 타이거에어를 이용해 치앙마이에서 싱가폴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약 10만원에 구입했다. 이 정도면 에어아시아보다도 저렴한 가격이다. 무엇보다 출발 이틀 전 임박해 예약했는데도 가격이 착하가. 경유할 필요도 없이 직항으로 4시간만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문제는 치앙마이가 너무 좋아져버렸다는 건데 그렇다고 마냥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매일 치앙마이를 더 사랑하게 되는 내가 두려웠다. 어디론가 이동하지 않으면 영원히 이곳에 고립될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결국 헤어지는 게 결론이고 그것이 서로에게 좋은 것임을 알면서도 마약처럼 끊을 수 없는 관계 같달까.


떠난다고 생각하니 주변의 작은 것 하나하나 모두 아쉽기 시작한다.  숙소 근처 도보 4~5분 거리에 최고의 로띠집을 뒤늦게 발견한 게 그랬다. 파키스탄 출신 와이프와 말레이시아 출신 남편이 같이 하는 로띠집인데 한자리에서만 26년 동안 한곳에서 장사를 했다. 일본, 방콕, 영국 등 언론에서 이 집을 취재해 갔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이 맛있는 로띠를 한번이라도 더 먹었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이 밀려온다. 점심을 먹곤 시한부가 된 것 냥 내가 좋아하는 치앙마이의 최애 카페에 다급히 방문했다. 매니저처럼 보이는 사람은 평상시와 달리 “안녕히 가세요”라고 한국말로 또박또박 인사한다.



치앙마이 다니는 내내 “니하오”라고 외쳐대는 통에 한번은 발악하듯 “I am a Korean”이라고 했는데 말이다. 떠날 때가 되니 나한테 이러나 싶다. 이제 곧 싱가폴이다. 또 다른 세계가 열리겠지만 벌써부터 아쉽다. 기대보단 아쉬움이 더 크다. 물론 서울에 돌아가는 건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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