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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ji Forrest Lee Jul 06. 2020

에니어그램과의 인연


에니어그램과의 인연은 꽤 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생 때 교회에서 함께 사용하던 큐티진(QT+magazine)이라는 큐티 책이 있었는데 제목 그대로 큐티 부분 뒤에 다양한 분야의 연재 글을 실어주는 형식이었다. 그중에 하나가 '커피 한 잔과 함께 떠나는 에니어그램' 코너였는데 그 당시 매우 즐겨 읽었었고 그 글이 얼마나 소중했던지 큐티 책을 다 버리면서도 에니어그램 연재 부분만 따로 오려서 보관해뒀었다.


그리고 꽃다운친구들에 합류하게 된 2015년 여름, 이수진 대표님의 여사친을 소개받게 되었는데 그분이 바로 내가 소중하게 간직하던 에니어그램 연재 글을 쓰신 정신실 작가님이었다. 그분은 곧 꽃친 1기 부모님이 되셨고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레 정기적으로 에니어그램 세미나를 진행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 읽었던 연재 글은 가물가물하고 새로 만난 에니어그램 세미나에는 큰 관심을 두지 못하고 있었을 때, 수진쌤의 요청으로 신실쌤의 강의를 보조해드리게 되었다. 보조라고 해봤자 그 당시 세미나 장소로 쓰던 우리 사무실 3층의 문을 내 지문으로 열어드리는 게 제일 큰 역할이었고 그 외에 소소하게 자리 세팅, 간식 세팅 등을 도와드렸다. 그리고 도와드린 것에 비하면 아주 큰 선물을 받게 되었는데 바로 세미나 무료 참석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대학생 때는 내가 에니어그램 3번 유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성취지향적인 3번 유형은 '잘했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가장 기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딱 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신실쌤의 에니어그램 세미나를 통해 나는 내가 8번이라는 것을 새로 알게 되었다. 무언가를 잘 해내고 싶은 것도 분명히 나의 한 부분이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군중들 속에서 '힘'을 얻고자 한다는 것이 더 큰 나의 욕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나를 더 잘 설명해주는 기제였다.


그리고 나아가 에니어그램이라는 것이 MBTI와 같은 성격유형 분류가 아니라 내적 여정을 위한 영성 수련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에니어그램의 유형은 나의 불변하는 속성 같은 것이 아니라 나의 가짜 자아라는 것이다. 태어나 보니 이 세상은 너무 험한 곳이었고 그곳에서 내가 살아남기 위해 개발한 사회적 자아인 것이다. 나는 어떤 계기로 인해 '아, 이 세상에서는 힘을 가져야 살아남겠구나.'라는 생각을 각인하게 된 것이다. 이 가짜 자아는 알면 알수록 나를 해방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나를 괴롭게 한다. 9가지 유형으로 나를 들여다보게 되면 어쩐지 나는 죄인이기만 한 것이다. 이 유형이 나의 가짜 자아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지. 가짜 자아를 직시하고 사라지게 하고 신의 속성을 닮은 진짜 자아로 나아가는 것이 에니어그램을 공부하는 진짜 목적이다. 그래서 에니어그램은 영성수련이다.


그날 참석했던 세미나는 총 6단계의 내적 여정 과정 중 첫 번째 단계에 불과했다. 그날 세미나를 듣고, 다시 작가님의 글과 단행본으로 쓰신 책을 읽기도 했지만 그 이후 단계의 세미나는 참석하지 못했다. 다른 이유는 아니고 세미나 비용이 많이 부담되었기 때문이다.


들어야지 들어야지 생각만 하고 시간이 흘러가는 사이 신실쌤은 <정신실마음성장연구소>라는 단체를 세우기까지 했다. 여행을 하던 중에 소식을 듣고 정말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작년 하반기 여행에서 돌아와 세계여행보다 더 험난한 내면 여행이 시작되어버린 나에게 수진쌤이 올해 내적 여정 세미나를 쭉 한 번 들어보기를 권하셨다. 안 그래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반갑게도 수진쌤이 권해주셔서 올해는 꼭 세미나를 시작으로 좀 더 공부를 하리라 마음먹게 되었다.


그리하여 지난겨울 야심 차게 세미나를 다 신청해놓았는데 예기치 못한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무기한 연기가 되었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5월 말부터 다시 재개되었다. 비록 강사도 수강자도 모두 8시간 내내 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는 고된 상황이었지만 무사히 5번의 세미나를 마치게 되었다. 


마치고 나니 드는 생각은, '아니, 이제 시작이잖아?!' 


세미나 후기, 생활 속에서의 영성 훈련, 어디로 이끌리게 될지 모르는 내적 여정의 기록을 이 매거진에 남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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