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빠 일기 - 3편(25년 3월)

실수,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by 강남 아빠 일기

아들! 벌써 3월이야, 매서운 겨울이 점점 끝을 보이고 옷차림도 가벼워졌단다.

너는 무럭무럭 자라서 벌써 출생 체중의 2배가 됐단다! 엄마와 아빠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너의 모습이 아주 아주 신기해.


두번째 편지를 쓰고나서부터 3번째 편지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까 생각했어. 그러던 중 3월 초에 아빠가 생애 처음 겪는 부류의 실수를 하는 바람에 이번 편지 주제는 “실수”가 됐어.


이번 편지에서는 피할 수 없는 실수와 이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해.


2천만 원짜리 실수

얼마 전, 아빠는 수영장에서 나오다 출고한 지 얼마 안 된 새 차를 주차장 벽에 들이받는 황당한 사고를 냈어. 우리가 조리원에서 집에 올때 타고온 그 Q5가 벌써 사고차가 됐단다. ㅠㅠ 21살에 면허를 따고 15년 넘게 무사고 운전자였던 아빠가 이런 사고를 냈다니,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아.


사고 순간,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고 후회와 자책감이 밀려왔어. 수리비도 걱정이었지만, 어디서부터 뭘 처리해야할지 몰라서 더 멘붕이었지. 주체적으로 사고를 낸 건 처음이었으니까.


보험 처리와 수리 기간 동안 불편함을 감수하며 아빠는 많은 것을 배웠단다. 익숙한 일이라도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실수를 인정하고 극복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야.


세계 1등도 하는 실수

이렇게 큰 실수를 하고 나니, 실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어. 그러다 최근 읽은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이 떠올랐어. 혹시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에 대해 들어봤어? 버핏 할아버지는 2024년 주주서한에서 자신도 수많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솔직하게 고백했어. 기업 인수에 실패하거나, 경영진을 잘못 평가하기도 했다는 거야.[1]

(사실 워렛 버핏은 우리 가족과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아빠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점을 공로로 명예 할아버지 칭호를 주는게 어떨까 싶어ㅋㅋ)


전 세계에서 투자를 가장 잘 하는 사람도 실수를 하고, 자신의 실수를 통해 배움을 얻는 과정에 집중해. 버핏 할아버지도 실수를 인정하고 빠르게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어.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거지. 또, 실수 같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내릴 수 있는 단 한 번의 성공적인 결정이 오랜 기간 큰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단다.


우리 경험에 의하면, 한 번만 성공적인 결정을 내려도 장기적으로는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실수는 시간이 흐르면 차차 사라지지만, 성공적인 결정은 끝없이 번영을 부를 수 있습니다.
-워렌버핏, 2024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


역사에 남은 위대한 인물들도 많은 실패를 겪었어. 발명왕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기까지 수천 번의 실패를 거듭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도 사업 초기에는 여러 번 좌절을 경험했지. 하지만 그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했기에 결국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단다.


오히려 좋아!

아들, 아빠가 이번 실수를 겪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거야. 그리고 그걸 피하려고만 하면 오히려 더 위축되고 만단다. 중요한 건 어차피 일어날 실수라는 부정적 사건을 어떻게 긍정적 에너지로 반전시키느냐야.


아빠도 사고를 수습할 때 속상했지만 시간이 지나니까 웃음이 나더라. (특히 주차장 대물 손해 관련 전화를 받고는 크게 웃었단다. 보험 과다 청구 이슈는 나중에 별도 지면으로 얘기할 수 있길!) “참,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으니 앞으로 더 조심하면 되겠지.” 하면서 말이야.


그리고 보험 덕에 수리비도 전체 다 부담하는 건 아니니 얼마나 다행이야? 게다가 이런 사고 처리 경험이 없었는데 이번에 직접 경험할 수 있었으니 분명 나중에 도움이 될거야. 아마 네가 이 편지를 읽을 시점엔 고대어가 돼있겠지만 이런 상황을 2025년 시점 언어로 “럭키비키, 오히려 좋아”라고 한단다.


그냥 럭키비키하고 멈추진 않았어. 수영장 사고 다음날 곧바로 다시 매일 수영 하는 루틴으로 되돌아갔단다. 사고는 사고고, 운동은 운동이잖니. 물론 이렇게 생각하면서 말이야.


“수영장에 걸어갈 수 있어서 더 운동 되겠네, 오히려 좋아!”


실수, 즐기는 자 일류!

힘들 때, 우는 건 삼류 힘들 때, 참는 건 이류 힘들 때, 즐기는 건 일류!

온라인에서 전설의 밈이 되어버린 경구야. 이 말 처럼, 아빠는 너에게 실수를 즐기라고 얘기해주고 싶어. 단, 즐기라는 게 실수를 가벼이 여기라는 뜻은 아니야. 실수를 통해 배울 점을 찾고, 그걸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사용하자는 의미야. 아빠가 사고 처리 하며 “럭키비키”를 외친거 처럼 말야.


너도 커가면서 크고 작은 실수를 하게 될 거야. 시험 문제를 틀릴 수도 있고, 친구와 다투다 실수로 상처를 줄 수도 있지. 그럴 때마다 너무 자책하지 말고, 실수를 즐기는 마음으로 "이걸 통해 뭘 배웠지?"라고 생각하고 부정적 사건을 훌훌 털어낼 수 있다면 좋겠어.


어차피 누구나 할 실수라면 이를 통해 성장하는 게 더 중요해. 버핏 할아버지 말 처럼 실수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이를 통한 배움은 복리로 커져갈 수 있으니 말이야.


아빠처럼 차를 벽에 들이박는 실수는 하지 않길 바라지만, 혹시나 그래도 괜찮아. 그땐 아빠가 옆에서 같이 웃고 즐겨줄게.


실수는 인생의 일부야. 피할 수 없으면 그걸 안고 한 걸음 나아가면 된단다. 아빠도 그렇게 배우고 있고, 너도 언젠가 네 방식으로 배워갈 거야.


네가 이 편지를 나중에 읽을 때 아빠의 실수가 네게 작은 미소라도 주길 바라며, 사랑하는 아빠가.

2025년 3월 31일 월요일


---

[1] [워런 버핏의 주주서한 2024] ‘실수’ 투성이 주주서한, https://buffettclub.co.kr/article-20250227/

작가의 이전글강남 아빠 일기 - 2편(25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