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미어 코트를 챙기는 일은 잊지 마, <토니 타키타니>
사람을 완전히 바꿔놓고는 홀연히 사라지는 시간이 있다. 이 황량한 공간을 대체 뭘로 채운담. 한없이 커지는 고독의 그릇 한가운데에서, 아니 방 그 자체라고 불러야 될지 모를 어떤 지나친 밀도를 나는 원망한다. 나는 이 생을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는 있을 때 늘 모른다. 어쩌면 없어지고 나서야 그림자를 보며 고독해지도록 프로그래밍된 존재일지도 모르지. 더 이상 메마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다 이내 다시는 젖지 않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 내 고단한 변명은 절대적인 추상 앞에 가련해지기 일쑤. 특별히 외로울 것도 없는 빈방을 보며 나는 마른 눈물을 흘린다. 그래도 나갈 때, 누구보다 따듯해 보이는 캐시미어 코트를 챙기는 일은 잊지 않아야겠지. 씩씩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척을 해내야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