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ho Yoo Dec 19. 2019

일 좀 하게 해 줘, 발목잡지 말고

우리는 구글인가?


최근에 '구글 창의성의 비결'…"안 되는 이유보다 되게 하는 방법 찾아라”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이런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이게 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조직 내에 또라이는 있어도 자기가 다 해 먹어야 하거나 내가 먼저 승진해야 한다든가 하는 논리로 중무장한 개저씨와 상신 기반 피라미드 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상신으로 움직이는 피라미드 조직을 유지하는 한 팀을 운영하는 것도 그 안에서 능력 있는 사람이 숨 쉬는 것도 불가능하다."


전체를 다 보면 그런 개저씨의 기운이 온다 ⓒ KBS 나를 돌아봐 / SBS 뉴스 (http://www.goham20.com/47451)


  사실 ‘상신’이 아니고 ‘품의’인데… 뭐 신기한 건 기사 자체가 아니라 제 코멘트를 포함해서 25명이나 공유를 해주셨네요. 우선 감사합니다. ^^ 그리고 그만큼 이에 대한 갈증 역시 많아 보여서 글을 적어봤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떻게 일하는가? 일할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다.


 뭐 맨날 저런 기사 나오면 뻔합니다. ‘정부에 창의성 부서를 만들자’, ‘창조경제센터 건물을 짓자', ‘창의력 대장에게 상을 주자’등등… 별별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맨날 현실은 시궁창이 됩니다. 한번 고민을 먼저 해봅시다. 우리는 어떻게 일합니까?


 보통 한국 사람들이 회사라고 한다면 어떤 구조를 생각합니까? 평사원-대리-과장-부장-임원의 사다리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을 할 때 위에서 지시가 오면 ‘이러이러하겠습니다’라고 서류를 씁니다. 이게 바로 ‘품의서’죠. 품의의 의미는 받을 품稟 뜻 의議, ‘뜻을 묻다’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제 위로 올라갑니다. 평사원이 품의서를 쓰면 대리에게 보냅니다. 틀린 거 있음 빠꾸, 그리고 통과하면 과장, 부장….. 그렇게 대표한테까지 갑니다. 그리고 또 뭔가 맘에 안 드시면 아아악~~~~~~~ 그렇게 결재를 받으면서 직장인이 되어간다고 위로하죠.


이런 거 한번 안 써보면 한국의 직장인이 아니죠.(http://tip.daum.net/openknow/49267137 )


 

이런 조직의 특징이 있습니다.


이 품의 문서 쓰는 사람, 이 사안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

그런데 보통 품의 문서는 제일 현장에서 현장의 지식을 많이 아는 사람이 쓴다.

이 품의에 사인을 하는 사람은 점점 현장과 멀어져서 뭔 소리인가 한다. 그래서 주로 돌아오는 지적의 대부분은 내용 자체보다는 폰트와 자간 이야기가 많다. (모 재벌회사는 그래서 걍 Text파일로 품의를 올리더군요.)



'최동석,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 2015’에서 저자는 이러한 품의 조직을 강도 높게 비판합니다. 주로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이를 간단히 요약해보겠습니다. (자세한 건 책을 사보세요. 저자분이 요즘 노신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 어디서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 어떤 경우에도 권한과 책임은 같이 있어야 합니다. 조직설계의 기본원리입니다. 그러나 저런 품의 구조는 권한과 책임을 분리시킵니다. 권한은 위로 집중시키면서 책임은 아래로 분산시킵니다. 저 품의로 내린 결정에 문제가 있다면 이걸 결정한 사람들을 자르지 않고 처음 품의를 올린 사람을 자릅니다. 왜냐하면 서류상 ‘명확’하거든요. 올린 사람은 하나 쓰여있고 결정한 사람은 이거 말고 여러 가지 결정했기 때문에 공이 있으니 못 자르고요. 그렇게 몸통은 살아남고 깃털만 날아가는 구조입니다.



합리적 의사결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 토론을 거치면서 모든 상황을 다 이야기 듣고 결정하는 게 아닙니다.  아랫사람이 품의서에 미리 결론을 쓴 다음 ‘이거 받아주세요’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결정권자의 의중을 잘 파악해서 품의를 작성해서 올려야 하죠. 게다가 생사여탈권이 있는 윗분들에게는 함부로 대드는 거 아니니까 회의시간에는 닥치고 있으라고 엄마가 말씀해주셨죠. (응?)



조직의 폐쇄성을 강화시킨다.

 : 자, 합리적인 토론도 못하고 윗사람 눈치만 보는 조직은 자연스럽게 ‘폐쇄적’이 됩니다. 이 폐쇄성이 결국 인간의 ‘자율성’을 깎아먹죠. 어딜 감히!


결과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 품의 제도 아래에서는 의사결정이 ‘사람’이 한 게 아니라 ‘조직’이 한 겁니다. 조직은 인간이 아닙니다. 그러니 사고가 터져도 구속수사나 파면이 안됩니다. 한마디로 사고가 나도 그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교묘한 제도입니다. 실제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32명이나 되는 사람이 죽었지만 회사나 관련 공무원들은 대부분 집행유예, 중대한 사람들은 금고형을 받았습니다. 모든 책임이 조금씩 다 분산되어서입니다. 저 속에만 있음 안전하겠죠? 그죠? 이러니 승진해야 하고 올라가면 놀아도 살아남을 수 있겠죠. 유후~



전문성을 키울 수 없다.

: 저런 구조이니 전문가보다는 일반적으로 두루두루 얼굴도장 잘 찍은 사람들이 승진하는 구조입니다. 정부에서도 이른바 고시 출신들은 승진이 바로바로 되나 정작 전문기술직은 승진이 상당한 정도로 제한이 됩니다. 일반 회사도 공채 출신과 경력직 입사자 간의 경쟁도 이런 비슷한 구조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저 피라미드에 상층부로 갈수록 안전하기 때문에 그냥 윗사람에게 잘 보이고 윗사람 입맛에 맞추면 되는 조직이 되기 때문입니다. 아첨꾼이 살아남는 것입니다.


중요한 결정은 품의 대상은 아니다.

: 조직장이 뭔가 정무적(?)이고 전략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면? 윗분들이 걍 알아서 해버리시는 게 빠르죠. 그런데 품의 제도에 따라 이런 것들을 윗분들은 아래 친구들에게 ‘말로’ 지시하시고 다시 품의 피라미드를 타고 올라오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정작 품의 제도에는 지시하신 ‘그분의 의도’는 없죠. 불명확해지는 겁니다.



제가 ‘개저씨’라고 하시는 분들, 바로 이 품의 제도에 최적화된 우리의 모습을 비유한 겁니다. 미생에서 나온 그 답답한 상사들의 모습들과 위의 품의 제도를 잘 생각해보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의 지금 모습, 지금 직장모습을 생각해보세요.  어떠한가요? 비슷한가요? 답답하시죠?

제가 마 부장님을 모델로 그런 건 아니고요… (http://ggunam.tistory.com/66)



그런데 다른 조직구조를 아는가? 우리는 다른 걸 모른다.


 자, 그럼 여기서 과제 하나. 그럼 다른 조직구조를 아세요? 의외로 답을 하기 힘들 겁니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태어나서 교육받고 자란 사람들은 결국 거기서 못 벗어납니다. 아무리 인터넷에 SNS에 전 세계가 연결된 지금 시대라고 하지만 거의 불가능합니다.


 최근 이런 이야기들을 들어봅니다.  창업자들이 열심히 해서 민주적이고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놨는데 이제 안정된 구조를 만들겠다고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관리자들을 데려왔습니다. 그런데 이 분들이 제대로 품의 제도로(?) 훈련된 사람들이어서 멀쩡한 스타트업 로켓을 그냥 한국식 회사로 만들어버렸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초기 창업자들의 일부가 질려서 나가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농담 같지만 제법 많은 곳에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성장한 스타트업의 엔진도 꺼버리는 품의 제도의 위대함이여! ( 출처: http://ppss.kr/archives/58263 )


“미치겠어요, 이거 나올 수 없는 미로인가요?”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우선 심심한 위로를 보냅니다. 우선 좀 더 깊이 파 들어가 보고자 합니다.


품의 제도 어디서 온 거야?


 최동석의 연구에 의하면 이 품의 제도는 일본산입니다. 약간 명확하지는 않지만 일본 문헌 조사에 의하면 1870년대 ‘오지(王子) 제지’의 전신인 ‘쇼시(抄紙) 회사’의 결재문서 중에 ‘품의 문서’가 처음 등장한다고 합니다. 바로 이때는 이른바 에도막부와 메이지유신 사이의 시대입니다. 즉 막부가 막강한 권력을 누리시던 권위주의 시대에 만든제도라는 것입니다. 원래 이 방식은 막부의 권위를 강화하기 위해 일을   없게 만들기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일이 되는 게 권위주의 사회에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권위 있는 나만 잘 대해주고 내 밑에 다 꿇게 만드는 게 목적입니다. 남들은 관심 없죠. 딱 개저씨의 정신구조 아니십니까? 그렇습니다. 우리 개저씨들의 조직구조와 정신구조는 일본산(?)입니다. 사실은 권위주의죠.

어이, 일본산이 어때서? (출처: http://ko.mythology.wikia.com/wiki/%EC%97%90%EB%8F%84_%EC%8B%9C%EB%8C%80 )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뿐입니다. 중국도 이런 방식을 쓰지 않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일본도 정부를 제외하고 기업들은 이런 방식의 의사결정 방식을 버리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분도 요즘 백 수신 걸로…. (출처:http://ridibooks.com/v2/Detail?id=372000951)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요? 답은 여러분이 하셔야 합니다.


단위업무 담당제 - 이게 글로벌 스탠더드


 이제 품의 미로탈출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단위업무 담당제(work unit system)입니다. (사실 너무 당연한 조직인데 품위와 구분하기 위해 최동석 님이 붙이신 이름입니다.) 사실 일본/한국 빼고 인간이라면(?) 사용하는 조직 구조입니다. 이런 식으로 돌아갑니다.



관리자가 의사 결정할 것을 들고 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동료들이 같이 검토합니다.

이때 그 사안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골라서 직위에 관계없이 상관은 업무지시를 내립니다.

지시받은 전문가가 다 해서 끝마칩니다.

관리자는 전문가가  하는데 어려운 일들을 도와줍니다. (보충의 원리)



 "뭐야, 유치원 애들도 할 수 있는 거네?”, “이거 우리 팀에서 이렇게 하는데?” 맞아요. 우리는 유치원에서 이미 다 배웠지요. 이 방식에는 이러한 원칙이 있습니다.


권한=책임입니다. 예를 들어 사장에게 보안 전문가인 과장이 일을 받았다면 과장은 이걸 대리에게 일 시키는 게 아니라 과장이 전문가로서 직접 어떻게 일을 할지 결과는 어떤지 직접 일합니다.

품의 형식 문서 없이 그냥 이메일이나 간단한 메모지 정도만 전달합니다. (이래서 복잡한 문서관리 시스템, 결재 시스템이 한국/일본 외에는 없습니다.)

모든 부하들은 또 각자 전문 분야가 있습니다. 상사가 이런 부하 일을 대신해주지도 않지만 부하들도 상사 일을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각자 자기 분야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전쟁 중에는 작전 전문가인 장군이 총지휘를 합니다.  대통령, 부통령도 옆에서 지켜볼 뿐입니다.  우리나라 정부와 회사는 어떤가요? 출처:http://time.com/


이런 원칙들은 아래의 세 가지 조직혁신의 조건에 맞습니다.



직무의 사유화:  네 일은 너의 일이니 네가 권한도 가지고 책임도 지세요. 시키지 말고

수요자에 의한 평가:  교수님 평가는 학생이 하고 의사는 환자들이 평가하는 법이지요.

선발의 객관화: 클라우드 개발자 뽑는데 “저희 아버지는 국회의원 OOO고요~~~~”라는 사람은 탈락하는 게 원칙 맞죠? (그런데 우리 성태형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입니다. 한국이나 일본이 개인 역량이 그렇게 뛰어남에도 정작 국가가 하는 짓은 병신 짓이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을 관통하는 핵심 단어가 있습니다.


민주주의


자, 앞의 단위업무제도가 돌아가는 것을 보십시오. 그리고 이것을 만약 우리 회사에 적용한다고 하면 어떨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가장 먼저 위의 부장님이 여러분에게 일을 던져 준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럴 때 “부장님, 이건 제 전문영역이 아닙니다. 다른 분 주십시오.”라고 말할 수 있나요? 그게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블랙기업이나 사축 기업이 달리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사내 의사결정구조에 권위주의가 환영받고 민주주의가 불필요한 것이 될 때 회사와 조직은 죽음의 별이 되는 것입니다.



네, 그리고 저 별에는 다스베이더도 있습니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Death_Star




사실 민주주의는 위기에 매우 적합한 의사결정 구조다.


 우리 사회는 언제나 독재가 위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늘 그런 것이 맞을까요? 놀랍게도 많은 조직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민주주의 구조가 더 맞습니다. 제프리 페퍼, 로버트 서튼의 증거 경영에 의하면 이른바 회사의 리더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고 리더가 지나치게 간섭하고 통제한 결과 수많은 기업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엔론 사태를 들고 있습니다. 리더가 분식회계를 해도 내부에서 이에 대해 저항하는 목소리를 묵살할 수 있을 만큼 권위적인 조직을 가지고 있다면 맛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위기일 때 중구 남방으로 의견을 내고 정리를 하지 말라는 거냐?”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혼란입니다. 언제나 최종적으로 중요한 결정을 낼 사람은 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대표 없는 집단지도체제는 그래서 말이 안 됩니다.) 다만 그 한 사람이 충분히 집단을 설득할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인 사람이어야 하고 구성원들 역시 합리적인 토론에 따라서 자신의 의견을 변경할 수도 있는 그런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만큼 조직의 구성원들 역시 고퀄리티의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우선 들이대는 분들(?)은 구성원이 되면 안 됩니다. 말이 안 되는 말을 주장하고 버티려면 그만큼 비정상적인 삶을 살아왔다는 반증이거든요.




정/반/합의 원리로 토론은 진행되어야 하고 이를 할 수 있을 만큼 역량이 되는 사람들이야 말로 민주주의를 가질 자격이 있습니다. 출처: http://hkpark.netholding


물론 정말 긴급한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 아래 성급하게 분석 없이 결정을 내린 경우와 차근차근 모든 정보를 모아놓고 전문가의 토론을 거쳐서 내린 경우 두 가지중 어떤 것이 성공확률이 높을까요? 실제 플라톤의 제자 크세노폰의 이야기과 비밀 대한독립군(?) 일지 모르는 일본 관동군 렌야 장군의 이야기를 비교해보시면 답이 나옵니다. 둘 다 전시의 위기 앞에 한 사람은 군대를 설득해가며 페르시아 사막을 건너왔고 한 사람은 막무가내로 살아남으라는 명령만 던져서 자신의 군대 대부분을 잃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사람이 더 여러분의 상사로 조직을 지배하기 좋은 구조입니까?



IDEO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좀 더 쉽게 설명드리기 위해서 아래 동영상을 추천합니다. 이 동영상을 가지고 설명을 좀 들여보고자 합니다.


 IDEO는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디자인 회사입니다. 여러분이 쓰는 마우스부터 혁신적인 의료장비, 칫솔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적인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회사입니다. 이 회사에 ABC방송이 1주일간 시험 삼아 혁신적인 쇼핑카트를 만들어보라고 주제를 주었습니다.  


먼저 회의를 하는 모습을 보세요. 전원이 둘러서 리더가 주제를 두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 사진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여기 있는 사람들이 이제 가서 밑에 있는 사람들한테 일을 다시 가서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팀이 다 같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 사람들은  공학자, 심리학자, 디자인, 언어학자, MBA 등등의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있습니다.


이제 이 사람들이 어떻게 사람들이 쇼핑카트를 쓰는지 현장에 갑니다. 밑의 사람을 보내는 게 아닙니다.


인터뷰 후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이 관찰한 것들을 이렇게 나눕니다. 토론 결과 정리된 것만 보고서로 받는 게 아닙니다.


그다음에는 각자 아이디어들을 만들어 놓고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때 원칙이 몇 가지 있습니다.


Defer judgement (타인의 아이디어를 비판하는 것을 미뤘다가 하세요.)

Build on the ideas of others (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 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세요.)

One conversation at a time (말 많이 하고 싶지만 한 번에 한 가지씩 이야기합시다.)

Stay focused on topic(한 가지 주제에 집중해야 합니다.)

Encourage wild ideas(좀 거친 아이디어라도 내놓을 수 있게 합니다.)

Be visual (눈으로 짠 하고 보여줍시다.)


회의 진행자 (Facilitator)는 회의를 하면서 비난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을 막습니다. 일정하게 되면 회의 진행자 (Facilitator)는 몇몇 아이디어를 묶어서 새로운 것을 같이 만들어 냅니다. 실제 어느 정도 Time boxing을 이용해서 제한 시간 안에 논의하고 시간 내에 결론을 내고 다시 진행하는 방식을 씁니다.



그리고 실제 위와 같이 정리된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진짜 만들어봅니다. 실제 이 회사에는 이런 물건을 실제 만들어볼 수 있는 공구실, 재료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제 이것들을 모아서 마지막으로 이러한 제품으로 만들어 냅니다.



만약에 한국 회사에 이런 일을 맡겼다면 어떻게 일을 할까요? (뭐 말 안 해도 지옥도가 그려집니다만…) 이렇게 일하는 게 어색하신가요? 그렇다면 지금 여러분은 점점 개저씨에 동화되어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IDEO가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정제되지 않은 아이디어라도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 주고 판단은 미뤄 놓는다는 겁니다. 즉 구성원들이 혁신적인 시도를 하다가 실패를 하더라도 이를 감안하고 인정해주는 안전한 조직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조직이 이후 혁신할 수 있게 하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실제 병원들 중에서 최신 심장수술 방법을 빨리 익히는 병원들이 있어서 조사를 해보니 이 조직은 구성원의 실수를 용인해주고 있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조직 내 심리적 안정감이 있어야 혁신이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지금 이것을 거꾸로 우리 사회, 회사에 돌이켜 보면  무엇이 부족한지 아시겠습니까? 인간의 존중입니다.



우리는 지금 인간을 어떤 존재라고 생각합니까?


  사실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문제의 배경을 잘 봐야 합니다. 지금 한국에는 인간을 자원으로 보는 미국식 경영학의 폐해가 권위주의적 조직문화와 정당성 없는 권력으로 버티려는 국가제도가 같이 엉켜져 있는 상황입니다. 이것을 한 번에 해결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른 거 다 빼놓고 한번 긍정 탐구(Appreciative  inquery)를 적용해보자면 이런 물음을 생각해봤습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우리를 가장 창조롭고 적극적으로 만들었던 조직은 무엇이었을까?”


 뜻 맞는 친구들과 무언가 만들어보던 모임, 노래하고 춤추고 했을 때 손뼉 쳐주던 가족들, 퇴근하고 힘들지만 좀 더 세상을 좋게 만들어 보겠다고 모여서 하던 봉사모임 등…. 아마 많은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 모임들의 느낌을 기억하고 지금 그 모습을 당장 우리가 속한 조직에서 구현해보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지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다시 물어봐야 합니다. 우리는 인간이 어떤 존재라고 이야기하고 있나요? 그리고 그 답은 여러분의 가족과 동료들에게도 적용되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