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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ho Yoo Jan 24. 2021

같이 일하는 사람을 뽑으려고 할 때

긴 메모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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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아시는 바와 같이 제가 속한 티켓플레이스에서 개발자와 디자이너 직군을 계속 채용하고 있습니다. 이러면서 채용 과정과 인터뷰를 새롭게 설계하고 시행하는 와중에 여러 가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내부에서 여러 가지 메모를 전달을 하기도 하고 설명을 했습니다. 이제 아예 기록을 해놓고 공유해야겠다 하는 생각에 이 글을 적어봅니다.


이런 부분을 확인해야 한다

사람을 뽑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살려고요. 지금 회사의 일을 한 두 사람이 그냥 다 하려면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만큼 사람들이 축나고 제시간에 결과물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피로도를 줄이고 고객에게 새로운 기능을 전달하는 시간을 줄이고자 하는 채용을 하는 겁니다.


이 이야기를 뒤집어 보면 "도움 안될 사람은 뽑지 않는다"란 의미도 됩니다. 그러려면 분명히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임을 검증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세워야 합니다. 왜 강한 의지냐면,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아 이 정도면 된다', '내 지인인데 좀 뽑아줘', '뭐 그리 깐깐해' 등등 온갖 압박과 회유에 시달리는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을 찾아야 하느냐 하면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을 확장해서 할 사람을 찾거나 우리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입니다. 이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직도를 그리세요

이제 사람을 뽑아서 일을 하려면 어디다 배치할지를 정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어떻게 조직을 만들겠다'라는 계획이 서야 합니다. 이것은 바로 조직의 의사소통을 어떤 식으로 하려고 하고 어떤 식으로 일을 진행하려고 하는지를 결정하셔야 합니다. CEO가 정한 사업의 방향이 어떻게 하면 다른 C-level들을 통해서 전달되어서 실제 일을 수행할지를 고민하십시오.

특별히 신규채용을 대규모로 해야 하는 경우, 사람을 뽑아서 어디에 배치할지를 모르게 되고 우왕좌왕만 할 뿐입니다. 오합지졸이 아니라 실제 사업목표를 달성하는 조직을 만들려면 어떻게 의사 결정된 것이 제대로 실행되게 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러려면 조직의 구조를 결정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스타트업들의 경우, 채용을 한다는 의미는 조직의 확장과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동시에 그 확장은 단순하게 사람만 늘리는 게 아니라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조도 같이 늘어가야 한다는 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기존의 조직구조에서 사람을 채우는 것이라면,  대기업들이라고 해도 이 부분을 고민해야 합니다.


잘 알려진 글로벌 기업들의 조직도 t.ly/yEr5

위의 그림처럼 어떤 조직의 구조를 만들지를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직무 분석:JD(Job description)를 작성하세요

이제 조직의 구조가 나왔으면, 각 조직이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 '어떤 사람'을 정하는 게 Job description입니다.

직무에 대한 분석 없이 채용 없습니다.

"에이, 뭐 대충 마음 맞는 사람 뽑음 되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생각은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해당 직무에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없으니까 잘못된 일을 하더라도 제제를 가할 수가 없습니다.

책임의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으니 '권한'의 범위를 잡을 수 없습니다. 일을 실제 하려는 사람에게  충분한 책임을 주고 그에 따른 권한과 자원을 주지 않으면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떠한 부서의 작은 일이라도 이 JD를 반드시 정해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JD를 적어야 할까요? 아래 세 가지 내용을 위주로 적기를 권합니다.   

하게 될 일 : 해당 직위에 대해서 어떠한 일을 하게 될지를 적습니다. 바로 이 일은 이 자리의 '책임'입니다. 이 부분을 매우 명확하게 적으십시오. '지휘 감독한다'가 아니라 '~~ 을 마련한다', '~~ 을 개입하면 안 된다', '~~ 을 만들어야 한다', '~~ 을 따라야 한다'처럼 구체적인 행동을 적어야 합니다. 이게 뒤틀어지면 모두 끝입니다.


이 자리에 필요한 것들: 이것들은 위의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역량'입니다. 실제 우리가 면접 과정에서 검증해야 하는 부분들입니다. 이 부분이 부족하면 절대 더 이상 진행 해선 안됩니다. 다만 그 정도는 '책임'이 얼마나 위중했는지에 따라 달려있습니다.


있다면 좋은 것:  정말 '있다면 좋은 것'입니다. 절대 이 부분은 검증할 부분이 아닙니다.  이 부분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  필수 역량에 정확하게 맞는 사람들은 없기에 그 사람들이 필수 역량 외에 가지고 있는 것들 중 우리와 맞는 게 있는지 보기 위해서입니다. 둘째, 새로운 역량을 준비 중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성취를 확인하라

커피를 내렸다면 커피가 나와야죠, 성취를 확인한다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지원자의 어떤 것을 봐야 할까요? 그가 나온 학교? 그의 밥 먹는 모습? 그가 말하는 태도? "이것만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라는 온갖 방법들이 '라테는 말이야~~'라고 전해지지만 저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 사람이 '성취해온 역사'를 살펴라


여기서 '성취'는 무엇을 이루어왔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는 미래에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과거를 살펴서 그가 어떤 것을 이루어 왔는지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과거를 살펴보아야 할까요? 제가 제안하고 싶은 방법은 이렇습니다.

경력자의 경우는 이렇게 하기를 권합니다. 경력자는 과거에 이룬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중에 저희의 JD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사용해야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을 추려서 이것들에 대해 '탐색적 인터뷰'를 합니다.


'탐색적 인터뷰'에 대해서는 따로 길게 써야 하겠지만 이런 질문을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지원자가 Project A를 과거에 했다고 합니다. 그럼 그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두고 그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물어봅니다. 그다음 일들과 일들 사이에  본인이 '인식이 크게 바뀐 지점'이 어디인지 물어봅니다. 그리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물어봅니다. 그리고 이를 더 파 해쳐 갑니다.  (자세한 건 탐색적 인터뷰 방법론에서 따로 다루겠습니다.)


이렇게 물어보는 이유는, 그 사람이 자신이 기여한 부분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려 하려는 것입니다. 일의 시작과 끝에 어떻게 기여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거짓일 확률이 높겠지요. 그리고 '인식이 크게 바뀐 지점'을 물어보는 이유는 그 사람이 이 일을 하면서 상황을 인지하는 '메타인지'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보통 '일머리'라고 하는 부분들이 대부분 인지과학에서는 '메타인지'에 해당하는 것들입니다.


그럼 신입의 경우는 과거에 성취를 이룬 것이 없을 테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입사원 역시 자신의 인생에서 살아가면서 이룬 성취는 있을 겁니다. 그러나 직무에 연관된 것을 확인해야겠지요. 그래서 작은 프로젝트를 주고 이를 해보라고 한 다음 이에 대한 '탐색적 인터뷰'를 해보시길 권합니다. 저희의 경험상 이 과정에서 지원자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티켓 플레이스는 엔지니어인 경우 경력자든 신입이든 그 직무에 맞는 작은 프로젝트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를 분석해서 저희가 원하는 역량을 성취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면접 절차를 정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위의 과정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면접 절차를 정확하게 정의해야 합니다. 이 사람은 이렇게, 저 사람은 저렇게 가면 안됩니다. 이른바 구조화된 질문을 기반으로 실제 일하는 것과 같은 과제를 제공하기를 권합니다. 구조화된 질문의 좋은 예는 어디 있을까요? 인터넷을 뒤져보시면서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란 책에서는 미 재향군인회의 자료를 인용하면서 열심히 찾아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실제 열심히 준비해야 합니다. 계속해서 자기 조직에 맞는 '구조화된 질문'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이런 부분은 조심해야 한다

언제나 "~~ 하라" 만큼이나 "~~ 하지 마라"도 중요합니다. 제가 여태까지 일하면서 제가 자주 저지르던 실수들에 근거해서 적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Halo effect를 조심하세요 : 좋은 학교, 좋은 이전 회사, 유명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그 사람이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지 시켜보기 전에는 모릅니다. 책임이 많은 자리일수록 과거에 그에 대한 평판에 대한 조사도 절대 잊어선 안됩니다.


내 맘대로 사람을 데려와서 앉히지 마세요 : 어쩌다 보면 내 생각에는 딱 맞는 사람인데 주위 사람들이 반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 "내가 책임질게"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마시길 권합니다. 보통 잘 되는 경우보다 안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특히 면접자가 유난히 대단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같이 일하게 되는 사람들이 받쳐주지 못하면 어차피 제대로 면접자가 일을 잘해도 힘들어하기 때문에 결국 어렵습니다.


지금 몇 번의 인터뷰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실제 인터뷰 과정을 아무리 통틀어도 실제 이 사람을 다 알 수 있을까요? 제가 단언합니다, "아닙니다". 쪼갤 수 없는 한 사람에 대해 우리가 이 인터뷰로 알 수 있는 것은 다가 아닙니다. 심지어 구조적 인터뷰의 향후 업무 성과 예측의 정확도가 26%밖에 안된다는 연구결과는 우리가 겸허해져야만 함을 일깨워 줍니다. 심지어 면접관의 상태/기분 등등 너무나도 변수가 많습니다.


사람은 오래 보고 어려울 때 봐야 합니다. 성과가 다가 아니고 또 좋은 사람이 좋은 것도 아닙니다.

겸허해지세요. 너무 좋은 사람을 찾았다고 좋아하지 마시고 너무 안 좋은 사람을 미리 걸렀다고 다행이다 생각하지 마세요. 지속적으로 모든 과정, 면접자, 지원자 모든 것들 면밀하게 살피고 잘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면접 보는 과정 전체도 늘 주의 깊게 되돌아봐야 합니다. 참고로 티켓 플레이스의 모든 JD는 지속적으로 개정하고 있는데,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결론

힘듭니다, 어렵습니다, 그런데 확실하게 조직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것이 '채용'입니다. 중요한 일이다 보니  온갖 수단을 동원합니다만... 그것들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더라고요. 정말 어떤 부분에서는 채용만큼이나 적절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을 격리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도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늘 겸허하게 바라보시고 지속적인 개선을 해야 합니다.

커피 한잔 마실 여유를 두고 계속해서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늦어지거나 힘이 너무 든다면 잘 가고 있는 건지 의심해야 합니다.


사족


정말 안 볼 거면 저런 거 준비 왜 하라고 하는 거죠?

위의 그림이 SNS에 계속 돌아다니기에, 아내에게 이 그림을 보여줬습니다. 그랬더니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왜 저게 불필요하게 되었는 줄 알아? 다 가지고 있으니까. 그럼 저것들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결국 누구도 보지 않는 것들을 갖추지 않으면 기회도 없는 세상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만큼 이른바 '좋은 일자리'가 없어져 가다 보니 이런 '불신'아래 '안전 위주의 닫힌 사고'를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슬픈 이야기입니다.


이런 글에서 보듯, 아직도 한국기업에서 사람을 뽑는 분들의 사고가 저는 과학적인지 의문이 듭니다. 좀 오래된 일이지만 '한국인은 미쳤다'에 나오는 대기업의 행태를 보고 있으면 회사가 안 망하는 게 신기해 보입니다.

저는 젊은이들이 저런 '닫힌 사고'에 갇혀 사는 것이 진짜 삶이라고 강요하고 진짜 그렇게 '닫힌 사고'에 갇힌 사람을 뽑아대는 기업들이 있는 한 청년의 절망은 계속될 거라고 봅니다. 한국의 교육이 답답하다 어쩌다 하지만 결국 그런 사람들을 기업에서 뽑고 그런 자들에게 사회가 기회를 주기 때문에 이런 교육이 유지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가 "한국기업의 절망적 생산성"같은 자료를 보면 할 말이 없습니다. 게다가 한국사회가 공부하는 방식은 마치 공부의 식민지가 된 거 같이 느껴집니다. 왜 그럴까요?


"어떠한 사회를 우리는 앞으로 만들어야 하나?"이 어렵고 귀찮고 골치 아픈 질문을 이제 외면할 수 없습니다. 이 질문에서 교육, 산업, 행정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열린 사고'를 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사회가 '닫힌 사고'를 요구합니다. 왜? 시행착오를 줄이고 위험을 없애는 데에는 '생각 없이 절차에 따르는 게 빠르기'때문입니다. 그동안 한국은 중진국으로 이른바 선진국이 된 나라들이 해온 것들을 '생각 없이'해오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한국이 선진국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떡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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