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업무관리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1인 기업을 하시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분이 고객 기업에서 WBS, MBO이야기가 나와서 이게 뭔가 찾아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선 이분은 이 단어도 처음 들어봤다고 합니다.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지 마세요!!” 이분이 갑자기 놀라서, 왜 그러냐고 해서 설명을 했습니다.
WBS라고 하는 업무를 쪼개는 방식은 사실상 Peter Drucker의 MBO (Management by Objective: 목표에 의한 관리)에서 나온 것입니다. 목표가 이것이니 이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관리하자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것은 Peter Drucker의 원래 가르침에서 중요한 것을 하나 빼버린 것입니다. 그것은 'Self control'입니다. 아래 링크에서 보듯, 원래 드러커가 말한 건 'Management by Objective and Self control'입니다 드러커가 이렇게 쓴 것은 이런 것입니다. 인간은 기계부품처럼 나눠서 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의 존재'인 유기체로 봐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즉 각 조직원들이 자기 통제를 할 수 있게 해 줘야 제대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요새 사람들이 OKR이나 MBO를 이런 식으로 일을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경영진부터 실무진까지 위에서 아래로 사업목표를 정해서 각 조직별로 목표와 결과를 정의하고 던집니다. 그리고 이대로 갑시다라고 합니다. 업무를 쪼개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질문, 이거하고 나서 마음이 개운하던가요? 대부분 답답할 겁니다. 왜 그럴까요? 이것은 위에서 내려온 것이다 보니 현장에서 수행하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1. 현장 모르는 소리만 내려옵니다. 2. 저 사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뭔가 해야 하는 것을 자신이 선택한 게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목표가 공유가 되면 될수록 협력보다 오히려 반목을 부르게 됩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이겁니다. ‘부분의 합은 전체가 아니다!’. 아무리 위에서 쪼개고 쪼개봤자 그 합이 전체가 되는 게 아닙니다.
Self control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것일까요? 1. 각 구성원들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행동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어야 합니다. 2. 이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조직 제도 운영의 공정성, 구성원들 간의 신뢰, 비전을 향한 열정, 마음과 마음의 교감이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DANO(Decentralized Autonomous Networked-Organization)이란 방법을 최동석 박사님은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뜻은 이런 것입니다.
Decentralized : 탈 중앙, 중앙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떨어져서 독립적으로 존재합니다.
Autonomous : 자율적인, 누군가의 지시만 받아서 하는 게 아니라 그 조직이 자율적으로 그들이 할 일을 정합니다.
Networked : 각 조직이 서로 협력하여 목표를 이룹니다.
이런 조직이 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Self control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런 것을 어떻게 할까요? 회사 경영진이 내년의 경영목표를 정했다고 합시다 그러면 이렇게 하자는 겁니다.
1. 각 조직의 장에게 이 경영목표에 대해 전달합니다.
2. 각 조직의 장에서는 이 목표를 어떤 식으로 달성할지 방법을 조직원들과 함께 결정합니다.
3. 각 조직 안에서는 직무 담당자들이 이 일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스스로’ 결정합니다.
4. 조직의 장은 이 검토 중에 불가능하거나 자원이 필요하거나 협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경영진에게 보고 합니다.
5. 경영진은 이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일부 경영목표를 필요하면 수정합니다.
6. 이 과정을 어느 정도 반복해서 목표를 잡으면, 실행하면서 계속 조정해 나갑니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명령/통제를 하면 안 됩니다. 목표만 정합니다. 방법은 각 조직이 만들어 옵니다. 명령/통제를 하지 않아도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조직원들을 설득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 이것이 리더십입니다. 설명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것을 강요하는 사람은 리더가 아니고 사람도 아닙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자율성을 발휘하는지 계속 살펴봐야 합니다. 각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 입법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는지, 아니면 눈치만 보고 있는지를 지켜봐야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자기 입법의 능력을 잘 발휘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눌리지 않게 해야 합니다.
무조건 자율만 있는 게 아니라, 정해진 시간 내에 결론이 나게 조직장들이 끊어주고 결론을 정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자율과 방종을 구분 못하게 되는 부분이 이런 이유입니다. 애자일 코치들이 맨날 타이머 들고 재면서 의사결정을 하는 이유가 이런 것입니다.
아무리 이래도 규칙을 깨고, 자기 고집만 세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조용하게 제쳐놓으십시오. 자신의 일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능력 (Accountability)은 자율적인 사람과 리더의 의무입니다. 이것을 못하는 사람에게 권한을 주면 안 됩니다.
OKR도 MBO도 이러한 개인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허용하지 않고 그냥 '까라는 대로 까'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대가리(?)들의 사고는 그냥 여기서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가 해본 조직이란 게 일본식 피라미드 권위주의 체계뿐이라서 그렇습니다.
진짜 업무관리를 해야 합니다. 그것은 각 구성원들이 살아있는 눈빛으로 자신이 결정한 방법으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사람들입니다. 스스로 협업하고 필요한 자원을 경영진이나 자신의 Boss에게 지원받는 그런 진짜 업무관리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짜 업무관리에 익숙합니다. 시킨 대로 까고, 바쁜척하고 불합리한 일들을 그냥 하는 게 업무관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자율성이 망가지면 인간은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이해를 더 하고 싶으시다면, '최동석 - 인간의 이름으로 다시 쓰는 경영학'이란 책을 읽어보시기를 꼭 권장드립니다.
P.S: 처음에 이야기 한 1인 기업 대표님이 이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 "왜 고객사 사람들이 뭔가 영혼이 나간 사람들처럼 느껴졌는지 이제 알았다"하시더라고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