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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Jul 25. 2020

코로나 만연기 접어든 도쿄 신주쿠

일본 정부와 도쿄도가 손 놓은 결과

일본 코로나 상황은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자신들의 능력 과신과 경제에 대한 우려로 손을 놓았고, 그러는 사이 걷잡을 수 없이 환자수가 느는 양상이다.


중증자가 적어졌다거나, 사망자가 없다는 안심재료(?)를 강조하나, 검사가 턱없이 부족했던 지난 4-5월때도 초기부터 중증/사망자가 늘지 않았다. 어느 순간 급격히 늘었고, 그러던 와중에 여기저기서 중증환자(심지어 변사자까지)가 발견돼갔다.


그런데도 불과 2-3달만에 모든 걸 잊은 듯한 말이 나오고 있다. 검사가 약간 정비된 것으로 인한 착시효과가 크다고 보기 때문에 이제부터 2-3주간은 중증/사망자가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이 부분은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




이번주 23일부터 26일까지는 무려 4연휴다.


원래 3연휴였던걸 올림픽 개막식에 맞춘다고 10월에 있던 휴일을 가져왔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24일에 개막식이 열렸을 것이나 이미 연휴의 의미는 완전히 잊혀졌다. 정부가 제 정신이라면 연휴를 반납하고 일단 이동 자제를 요청하는 게 수순이었으리라 본다.


그러나 일본 정부나 각 지자체는 6-7월 검사체제나 의료체제 정비는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이번달 초부터 여행 장려 'GO TO 트래블'이라는 계획을 내놨었다. 호텔이나 식비를 보조해준다는 취지로 만약 코로나가 실제로(!) 종식됐다면 지역경제를 살리는 바람직한 캠페인이 됐으리라 본다.


심지어는  8월에 시작될 예정이었던 캠페인을 7월 4연휴에 맞춰 갑작스레 앞당겼다.


아니나다를까, 도쿄를 시작으로 곳곳에서 코로나 감염자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캠페인 실시 반대 여론은 한없이 높아져갔다. 아사히신문 조사에서는 74%가 캠페인 시작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다른 신문/방송 여론조사도 결과는 대동소이하다.


결국 이런 상황에 지난주 도쿄는 대상지역에서 제외된다.


도쿄에 주소지를 둔 사람이나 도쿄를 목적지로 하는 여행 모두 할인을 받지 못하게 됐다. 그러자 여행사에 수십~수백건 취소 요청이 쇄도했고 일본 정부는 처음엔 '취소 수수료는 각자가 알아서'란 자세로 일관하다 정부 부담으로 바뀌었다.


이것도 황당한 게, 만약 숙소를 도쿄인근 사이타마/치바/카나가와(요코하마)에 잡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서울을 제외한 뒤에 인천/성남/의정부/고양/부천은 그대로 둔다면 납득이 갈까? 지금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하네다 공항/도쿄역 이용도 문제없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이거야말로 창조경제라는 생각도 든다. 아마도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책에선가, 사회주의국가에선  '라디오를 조립하고 그걸 분해하는 식으로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는 걸 기억한다. 난형난제다.


전국 곳곳에서 코로나 환자수가 역대최다급을 찍는 와중임에도 GO TO 캠페인은 시작됐다. 아무리 이런 상황에도 여행을 가는 사람은 가게 마련이라, 적지 않은 곳에 관광객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에 비례해 다른 지역 차번호판에 테러를 가하는 이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른바 자숙경찰(自粛警察)들이다.




지도 아래 영상은 감염자숫자가 적은 돗토리현(鳥取県)에 쇼핑하러 갔다 번호판 테러를 당한 중년 여셩의 하소연이다. 차 번호판은 남부 히메지(姫路)라 돼 있는데, 효고현은 광범위함에도 북부지역도 히메지 번호판을 내준다고 한다. 고베/히메지 지역은 감염자숫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그러나 테러당한 중년 여성은 돗토리 바로 옆 동네 사람(신온센초)이었고, 해당 지자체에선 비슷한 민원이 잇따르자 돗토리와 같은 생활권임을 어필하는 스티커를 배부하기로 했다 한다('뭔가 해결책이 잘못된 거 아냐' 하는 느낌은 접어두자).


지도상에서 여성이 살던 지역은 맨 위쪽의 신온센초, 쇼핑지는 왼쪽의 돗토리시다. 하지만 번호판은 남쪽에 보이는 히메지시였다고 한다. 히메지와 북부 효고현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일본 전국 각지에서의 감염자수를 매일 체크하고 있는데, 한동안 잠잠했던 곳(미야자키현과 시즈오카현은 여태 한자리수였으나 오늘 갑자기 확 늘어났다)에서도 집단감염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에 계신분은 최소한 2-3주간은 움직이지 않는 게 답이라 생각한다. 감염폭발은 이미 가시권이다.



아래에서는 도쿄 감염원으로 지목/규탄받고 있는 신주쿠 지역 상황을 정리해볼까 한다. 신주쿠에는 가부키쵸(歌舞伎町)라는 전국 제일의 환락가가 있다. 온갖 종류의 낮/밤문화가 있다고 보면 된다. 이곳 호스트클럽과 캬바쿠라(술집)에서 6월말부터 집단 감염이 일어난다.


일본 정부와 도쿄도는 '밤 거리(夜の街)' '환락가(歓楽街)'라는 애매한 말을 쓰며 여기에 가는 걸 자제하고, 충분히 통제되고 있다는 식으로 떠들어댄다. 지난 글에도 적었듯 밤에 활동하는 사람이라 해서 낮에 어딘가에 틀어박혀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여기만 문제'라는 식으로 안심시킨다. 그리고 미디어도 사람들도 '그냥 뭐 그런가보다' 하고 대책을 준비해야 했을 6월 한달간을 허비한다.


그리하여 신주쿠를 기점으로 정말 모든 곳에서 감염이 일어나게 됐다.


아래는 어제 발표된 도쿄도내 감염자숫자다. 신주쿠(新宿, 맨위 왼쪽에서 네번째)가 1620명으로 가장 많은 걸 알 수 있다.


이미 이렇게 될 조짐은 6월부터 나타나고 있었다.


아래는 신주쿠구청이 내놓은 자료로, 지역 내 민간 검사를 제외한 보건소검사를 기록해 놓은 자료다. 6월 양성률이 무려 20.8%에 이른다. 검사체제가 다소간 확보됐다고 하나 이미 따라잡기 어려운 속도로 퍼지고 있었던 셈이다.


가장 충격(?)을 안겼던 건 소극장 집단감염이다.


아래 사이트에 써있는 아이돌 출연 연극(?) 공연에서 집단감염이 터져나왔다. 6월말에 스탭 중에 열이 나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대처 없이 공연을 강행했다. 나름 신경을 쓴다고 맨앞자리 관객은 페이스실드와 마스크를 하게 했다고 하는데, 이미 마스크 안 쓰는 출연자가 감염된 상황에선 소용이 없었다.



이곳에서 확인된 감염자만 7월 22일 기준 115명이다. 인기 있는 아이돌이어서였는지 전국 각지에서 공연을 보러 모여들었다. 전체 관객과 출연진을 합치면 900명 안팎이라 하니, 일본의 검사/추적 능력으로 봤을 땐 이미 늦었다고 생각된다.


이 집단감염 하나만으로도 힘에 부치는 상황인데 전국에서 크고 작은 집단 감염이 일어나고 있다. 인구 5000명 작은 섬에선 50명 가까운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게다가 감염원으로 지목받는 게 유일한 병원의 간호사여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지자체나 상황에 따라 걸린 장소 공개가 결정된다(즉, 원칙이 없다는 뜻). 그럼에도 음식/소매기업에서는 은폐 뒤 벌어질 신뢰문제 때문인지 대체로 공개하는 편이다. 그 중에서 신주쿠 지역 사례를 몇 개 가져와본다.


먼저 신주쿠에 있는 대형 백화점 이세탄이다.


한층만이 아니고 여러층 여러 매장에서 어제까지 모두 7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그럼에도 어디에서 걸렸는지, 왜 걸렸는지 불명확하다. 심지어 트위터에는 대충 소독하고 묻어서 계속 감염자가 나오는 거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중이다. 집단감염이라는 뉴스도 아직 없다.



비슷한 대형 백화점인 타카시마야 신주쿠점에서도 감염자가 나왔다.


JR이 운영하는 지하 쇼핑몰 루미네.


https://www.lumine.ne.jp/est/topics/topics_details.php?article_no=5296


다음은 유니클로 자매브랜드 지유(GU) 신주쿠 매장 종업원.


https://www.gu-global.com/jp/ja/corp/company/pressrelease/pdf/200721_gubikkuro.pdf


카페체인 르노아르 신주쿠 매장 종업원.

https://www.ginza-renoir.co.jp/images/information/GR102_COVID19_20200721.pdf#view=Fit


코메다 커피점 신주쿠.



신주쿠 파크 타워(대형 오피스 빌딩)에서 다수의 감염자.

https://www.tokiomarine-nichido.co.jp/company/release/pdf/200717_01.pdf


카부키초에 있는 편의점.


https://news.shoninsha.co.jp/strategy/155708


그야말로 신주쿠 전체가 감염원(?)이 돼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대책이랍시고 신주쿠 환락가 업소들에 대한 경찰 단속을 들고 나왔다.


경찰이 환기나 각종 사항을 지키는 걸 점검하는 차원이라는데, 인권/사유재산 운운하며 일본의 뛰어난 대책을 강변하던 상황에서 후퇴했다고 밖엔 말할 수 없다. 게다가 경찰이 점검하다 감염될 위험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무언가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신주쿠만이 아니라 도쿄 다양한 곳, 그야말로 일상적인 곳에서도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혹시 궁금하신 분은 트위터에서 #今日のコロナ調査 로 검색해보시면 "아, 이런 곳까지!"하는 반응이 나오리라 믿는다. 트위터에 뜨는 각종 감염 속보를 보고 있으면 하루하루 충격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도 든다.


이번 4연휴 감염자수는 민간 검사 업체가 다수 쉬는 가운데 나오는 숫자라 한다. 그럼에도 7월 초중순보다 많다. 일본 정부가 할 수 있다며 자랑스러워한 '경제와 방역의 양립'은 이미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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