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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Oct 10. 2021

前우익이 넷우익을 조롱하다

쿠라야마 미츠루『보수와 넷우익의 근현대사(保守とネトウヨの近現代史)』

※일본어 책 관련해 오랜만에 포스팅합니다.


민주주의에서 생각의 차이가 진영의 차이를 낳는 일은 흔하다. 


생각이 바뀌면 때로 진영을 바꾸기도 하고 그 변화가 극적일 때를 가리켜 '전향(轉向)'이라 한다. 좌우대립으로 전쟁까지 치른 한반도에선 전향이 끊임없이 자의/타의에 의해 일어났다. 최근 한국 정치 지형을 봐도 '전향의 역동성'은 여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서는 냉전이 무너진 1990년대 다수의 '좌->우 전향'이 있었다. 


유명한 사람으로는 재일조선인 문제에 천착한 공산당원이다가 납치문제 해결에 주화입마해 우익으로 탈바꿈한 '구출회(救う会)' 전 회장 사토 카츠미(佐藤勝巳) 등이 있다. 이런 이들의 등장은 이른바 '일본의 우경화'를 실감케 하는 사례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본 내 보수/우익 내에서 분열과 전향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느낌이다. 


한때 '양아치 보수'를 자처하며 넷우익(참고: ネトウヨ, 네토우요-원래는 인타넷토 우요쿠インターネット右翼-라고 하고 일본어로 '네토네토'는 찐득찐득한 느낌, '우요우요'는 벌레가 들끓는 느낌을 자아내는 의태어. 즉 경멸어다)과 행동을 함께 했던 후루야 츠네히라(古谷経衡)는 지금 넷우익을 때리는 선봉장으로 변해 있다. 아래 사진 오른쪽 인물이다. 


'넷우익 생태와 대하는 방법' 출처: https://note.com/takamatsunana/n/n0de6b114d5c9



과거 '한국병합 정당화' 발언을 하거나 한류드라마를 내보냈다는 이유로 벌어진 후지테레비(참고로 산케이 계열) 포위 데모에 참가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아래에 소개할 펴낸 책 이름 몇 개만 봐도 감이 잡힌다.


'넷우익의 역습-'반한'사상의 신보수론', '알려지지 않은 대만의 반한-대만과 한국이 걸어온 기구한 전후사' 등등 혐한 비즈니스에 기생해오던 후루야는 '좌익도 우익도 거짓말뿐'(2015년) 이후 서서히 사상을 바꿔가더니 2018년 '애국노',  2019년 '애국장사' 등으로 입장을 바꾼다. '애국노'는 '매국노'란 말을 일삼는 넷우익을 조롱한 말이고 애국장사는 '혐한 비즈니스'를 비꼰 책이다.


아래 위키피디아 항목에 자세히 정리돼 있다. 



참고로 위 사진이 실린 블로그 기사에서도 후루야는 넷우익을 계속해서 조롱하고 공부를 하다 보니 넷우익이 한심해져서 업계(?)를 떠났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에도 어느 정도 알려지긴 했지만, 해당 기사에서는 넷우익 업계에서 한국 보수신문 일본어 기사가 좋은 소재가 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트위터에서 넷우익 계정을 구분하는 방법(사실 일본 트위터 유저에게는 이미 정설이긴 하나)도 소개됐다. 프로필에 '오른쪽도 왼쪽도 아니다, 그냥 일본인일 뿐' + '욱일기/일장기 사진'.




'뭐든지 고이면 썩기 마련'이라는 게 넷우익 세계에서도 통용되는 셈이다. 


이번에 간단히 소개할 책 저자는 비교적 진지하게 역사의 관점에서 보수/우익 활동을 하다가 돌연 지난해 넷우익 조롱 책을 펴낸 사람이다(물론 그렇다고 완전히 우익적 세계관을 버렸다고 하긴 어려워 보인다). 


쿠라야마 미츠루(倉山満)로 이 사람이 과거 펴낸 책들의 주된 출판사는 '역사 수정주의 교과서'로 유명한 후소사(扶桑社)다. 쿠라야마는 '거짓말 투성이'시리즈나 일본의 정통성을 따진 책들을 주로 펴냈다. '새로운 역사교과서' 사업에도 관여했다고 한다.


출처: https://office-kurayama.co.jp/


이번에 읽은 『보수와 넷우익의 근현대사(保守とネトウヨの近現代)』(2020년)는 시종일관 넷우익 세계와 보수/우익으로 알려진 정치가/논객들의 허상을 조롱한다. 


책 표지


아베 신조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신화'로 만들어진 사람이라며 깎아내리고 넷우익에게 보수 논객으로 알려진 사람에 대해서도 '인터넷 게시판에 댓글 달던 사람이 검증 없이 떠들어댄다'는 식으로 조롱한다. 넷우익 자체에 대해서도 '논리가 아니라 오로지 감정으로 움직이는 무리'라는 논조를 유지한다. 


참고로 쿠라야마는 2012년 일본 민주당 정권 때 '아베구국내각'을 만드는 운동에 참가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책에 별 하나를 준 아마존 평가를 보자. 제목은 '토사구팽'이다. 꽤 신랄한 평가지만 흥미로운 평가라 퍼왔다.


保守業界の内幕ものとしても読めるし、著者の愚痴・負け惜しみとしても読めて、1冊の本としてはなかなか読み応えがあった。著者はネトウヨを徹底的に攻撃しているが、かつてはそのネトウヨに媚びた主張ばかりしていたのに、いきなり「転向」されても説得力に欠けるというものだ。自分も同類だという自覚があるからこその「俺は、あいつらとは違う」という同族嫌悪だろうか?百田もそうだが、著者も過去の自分の行いを反省し、徹底的に自己批判しないと世間からは「お前が言うな」と思われるだけであるという事に気付かなければならない。

最後に、保守がずっと「左翼」に負け続けてきたのは、日本の歴史に関する認識が根本的に間違っていたからだよ、と著者に伝えたい。


보수 업계의 내막을 쓴 걸로도 읽을 수 있고, 저자의 푸념이나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집착으로도 읽을 수 있어 나름대로 책 한 권으로는 읽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저자는 넷우익을 철저히 공격하고 있으나 과거엔 그 넷우익에게 영합하는 주장만 하더니 갑자기 '전향'했다고 해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자신이 같은 부류라는 자각이 있기 때문에 나온 '나는 쟤네들하고 달라'라는 동족혐오인가? 햐쿠타 (나오키)도 그러하나, 저자도 과거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철저하게 자기비판하지 않으면 세간에서 "니 주제에 무슨 말을 하냐"라고 여겨질 뿐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수가 쭉 '좌익'에게 졌던 건 일본 역사에 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저자에게 전하고 싶다.


별 다섯 개를 준 사람은 '넷우익의 미래'라는 제목 하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상당한 조롱조다.


ネトウヨは不本意にも大阪トコーソー詐欺事件、愛知県知事リコール署名捏造惨敗事件、トランプ失職涙目事件と三連敗中である。今まさにネトウヨは真冬の時代に突入したのである。

アベ尊師様が畏れ多くも2度目の仮病退陣によって天上界に去られたばかりの傷心のさ中における三連敗はいかばかりであろうか。

「偽造捏造シュレッダーはネトウヨの三大特技」と言われて久しいが、日本のネトウヨも彼の国トランプ大統領閣下の病的なまでの捏造拡散には完敗であろう。

日本のネトウヨごときのメンタルではあの羞恥の欠けらも無い病的な執着心は足下にも及ばない。二度に及ぶ仮病退陣を果たしたアベ尊師様もアメリカに向けて土下座したというのだから何をか言わんやだ。

新型コロナ禍のさ中にあって、日本のネトウヨは何処へ向かって行くのであろうか?

日本のネトウヨは口先ばかりで日本社会に何一つ役に立たないなどと誹謗中傷を受けているが、トランプ大統領閣下をベストプラクティスとして更なる極みへと精進されることを願ってやまない。


넷우익은 뜻하지 않게도 오사카 도구상 사기사건(일본유신회가 오사카부를 오사카도로 바꾸자고 제창해놓고 2번 투표에서 짐), 아이치현지사 주민소환 서명날조참패사건(주민소환 명부 서명을 조작해서 관계자가 몇 명 구속됨), 트럼프 실직눈물사건(선거부정주장했으나 패배)으로 3연패 중이다. 지금 그야말로 넷우익은 한겨울에 돌입한 셈이다.

아베 존사님(尊師, 존사는 과거 옴진리교 교조 아사하라 쇼코에게 붙였던 존칭으로 넷우익의 교주가 아베 신조임을 조롱하는 말)께서 황공하게도 두 번째 꾀병 퇴진으로 천상계로 막 떠난 상심의 한가운데에서 3연패는 대체 얼마나 아픈 일인가.

오랫동안 '위조, 날조, 세절기는 넷우익의 3대 특기'라 알려졌으나 일본의 넷우익도 먼 나라 트럼프 대통령 각하의 병적일 정도의 날조 확산에는 완패인 것 같다.

일본 넷우익 수준의 멘탈로는 부끄러움 한 조각도 보이지 않는 저 병적인 집착심은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두 번에 이르는 꾀병 퇴진을 이룩하신 아베 존사님도 미국울 향해 도게자했다고 하니 무슨 말을 하랴.

코로나 한복판에서 일본 넷우익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일본 넷우익은 입만 놀리고 일본 사회에 뭐 하나 도움되지 않는다고 비방중상을 받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 각하를 베스트 프랙티스로 더더욱 극점을 향해 정진하실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위의 평가만으로도 대략 감이 잡히시리라 생각된다. 


저자가 책에서 특히 철저하게 비판하는 건 넷우익이 즐겨보는 유튜브 가운데 하나인 사쿠라채널(桜チャンネル)과 운영자 미즈시마 사토루(水島)다. 방송 내에 주장의 모순이 아무리 많아도 '보수가 하는 말이면 다 괜찮아'라는 시청자들의 '사고 정지 상태'를 수차례에 걸쳐서 비꼰다.



(현재는 DHC텔레비전, 그중에서도 토라노몬 뉴스(虎ノ門ニュース)가 좀 더 넷우익의 정보원이 되고 있다. 저자는 토라노몬 뉴스의 모순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또 보수우익 업계의 거물이자 '아이돌'로 불리는 사쿠라이 요시코(櫻井よしこ)에 대해서도 조롱을 아끼지 않는다. 


사쿠라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언론테레비(言論テレビ, 일본어 言論에는 미디어만을 가리키는 의미는 없고 '언론의 자유'할 때의 언론 의미에 더 가깝다)'에는 아베와 스가가 현역 수상으로 수차례 출연하기도 했다.


(기시다가 이런 부류의 방송에 출연하는지도 사상검증?의 한 지표가 될 듯싶다. 아래와 같은 인물들은 별 거리낌 없이 이런 극우 넷우익 채널에 등장했었다)




책 후반부에 등장하는 직전 천황 퇴임 관련한 내용도 흥미롭다. 


천황에 대해 반기를 들지 않는 것이 '일본 보수 본연의 자세'임에도 유명 보수 논객들이 2018년 천황 퇴위 결정에 대해 일본 역사나 다른 나라 예를 들어 가르치려 들거나 천황을 '헌법수호론자'로 규정해 험담을 한다는 얘기다. 


특히 아베 중심으로 반대한다는 얘기가 보수/우익 세계에 퍼지자 일부에선 '천황이 굳이 퇴위하려는 건 헌법위반'이라는 적반하장의 반응도 나왔다고 한다. 이쯤 되면 아베가 천황인 셈이다.


저자의 인식은 보수가 오랜 기간 언론/사상계에서 힘을 얻지 못하다 90년대 새역사교과서와 2002년 납치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다양한 이들이 넷우익으로 주목받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 가운데서 '재특회(在特会)'와 같은 차별 단체도 등장한다.


한국과 관련해서도 재미있는 언급이 있다(143-144페이지).


혐한책 붐에 대해 '한국의 나쁜 점을 쓸 수 있다면 뭐든지 팔린다'는 인식이 퍼지자 불황에 허덕이던 출판계가 영합한 것이고, 이는 특히 넷우익의 어떤 '컴플렉스'를 건드렸다고 지적한다. 


즉 미국 / 소련 / 중국은 애초에 '대국'이라는 인식이 있는 데 반해, 한국에 대해서는 '격이 낮은 소국이라는 생각이 강해서 절대로 질 수 없다'라고 분노한다는 얘기다. 일종의 열등감이 혐한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최근엔 많이 나오는 얘기지만 우익 업계 출신이 직접 고백한다는 점이 신선하다고 하겠다.


그리고 다음 부분. 넷우익 내부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넷우익을 포함한 보수계에 지배적인 게 '피해의식'이다. 전후 일본에서 정치 외에 좌파에게 사상이나 논쟁에서 계속해 졌고 제대로 대접을 못 받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다른 하나는 연공서열이다. 저자 주장에 따르면 보수/넷우익 업계에 나이를 따지는 문화가 강하다고 하는데, 정작 사이가 나빠지면 그걸 완전히 무시한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위에서 언급했던 후루야도 동일하게 연공서열을 지적하는 걸 보면 과장은 아닌 듯싶다.


이들에게 주로 읽히는 보수 잡지에 대해서도 평가를 아끼지 않는다(169페이지).


일본 내 주요 보수 잡지의 '보수'는 사상이 아니라 그저 아사히신문이나 한국 등을 비판하는 비즈니스에 충실한 수준이며, 보수 논객이 좌파를 욕하는 걸 보는 독자나 시청자는 그저 '격투기 보는 관객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조롱한다. 


(참고로 저자는 일본회의 음모론에 대해서도 과장된 게 많다고 하며 오히려 그게 넷우익 여론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비판한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저자의 논조는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보수/넷우익을 비꼬는데 이 지점이 꽤 웃음(?)을 자아냈다. 양판소처럼 책을 찍어낸 사람이기 때문인지 전혀 내용은 어렵지 않다. 기초 지식도 필요 없고 저자 자신도 '완전한 문외한'을 상정했다고 적고 있다. 


이런 '전향자'가 하나둘 나오는 것도 '아베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징표가 아닌가 싶다. 물론 한국에서 바라보는 '우경화 프레임' 극복과는 다소 괴리가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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