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rmen Sep 21. 2016

학교 안팎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공부하기 (2)

사교육 키즈의 대학원 적응기

대학원 수업만큼 많은 시간을 사교육에 쏟고 있다

사실이다. 1달 반 동안 3개의 학교 수업을 듣는 사이에 내가 들은/듣고 있는 사교육 (학교 밖 수업)은


Inferential Statistics (Coursera): https://www.coursera.org/learn/inferential-statistics-intro/home/welcome

Regression Statistics (Coursera): https://www.coursera.org/learn/linear-regression-model

Bayesian Statistics (Coursera): https://www.coursera.org/learn/bayesian-statistics

여러 가지 R 강의들 (Data Camp): https://www.datacamp.com/courses?learn=r_programming


위 강의들이 끝나면 알고리즘, 선형 대수, 파이썬 등을 계속 사교육으로 들을 계획이다.



이렇게 사교육에 매진할 거면 학교는 왜 다니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학교에 다니기 위해 지불한 기회비용도 어마어마 한데. 그냥 직장 다니면서 온라인으로 필요한 걸 배우면 되는 거 아닌가. 그리고 사교육 자체도 돈이 드는데 (Coursera 같은 MOOC 기관 중 무료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곳들도 있지만 Certificate을 받으려면 돈을 내야 함).


잠시 사교육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자. 한국에서, 특히 초중고등학교에서 사교육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의 해석은 이러하다: 한국에서 공부의 목적은 경쟁에서 이겨서 남보다 우월해지기 위함인데 (등수, 학벌..) 다 함께 받는 공교육은 디폴트이니 남들보다 더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남들이 안 하는/못하는 엑스트라가 필요하다. 만약 성적이 중간보다 밑에 있다면 우월함보다는 '남들 만큼은 해야 하니까'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사교육을 받는다. 우월함, 중간 정도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비교가 전제되어 있다. 그래서 요즘 코딩 과외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코딩이 정규 교과목이 될 예정이고, 거기서 또 비교가 생길 테니까. 무엇을 배우는지 그 자체보다는, 무엇을 배우든 비교에서 뒤떨어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한국 사교육의 다양화 (국영수에 코딩까지)와 규모를 키워왔다.


이렇게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는 나 자신도 충실한 사교육 키즈였다. 심지어 작년까지. 그나마 초등학교 때엔 취미 차원의 사교육도 받았지만 (피아노, 발레, 수영..) 중학교 이후 받은 주요 사교육들은

고등학교 입시를 위한 국영수사과 (비평준화 지역이었음)

수능을 위한 국영수사과 그리고 입시 논술 (재수까지 함)

취업을 위한 토익, 교환학생 지원을 위한 토플

대학원 지원을 위한 토플, GRE

보다시피 내가 받은 사교육의 공통점은 고득점과 합격을 목표로 했다. 논문 한 편 안 써본 나에게 있어서 공부는 '문제집을 풀어서 시험에 준비하는 것'이었다.



사교육과 학교 수업의 시너지  

학기가 시작하기 직전부터 허겁지겁 inferential statistics (추론 통계)을 Coursera에서 들은 이유는 내 가수 업을 못 따라갈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학부에서 기초 통계학을 들은 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서류상으로만 기초 통계학을 아는 사람이었고, 사실은 아무것도 (p-value 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수업에서 뒤떨어지는 건 싫었다. '중간은 가야 한다'는 사교육 키즈의 발상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걱정에서 시작한 사교육이지만,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사교육에서 배운 것들이 공고해지고 사교육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내가 듣는 과목 중에 수업에서 regression statistics (회귀 분석)을 간단히 짚고 넘어가는 과목이 있어서 Coursera에서 미리 배운 것들도 함께 복습할 수 있었다. 그리고 2개 과목에서 내준 과제를 하기 위해서는 R을 이용해서 회귀 분석을 해야 했다. 학교 수업이 R 자체를 배우는 과목이 아니었기 때문에 수업 중에 나 혼자 코딩을 연습해볼 시간은 없었다. 그래서 과제를 하면서 Data Camp로 R의 기본 문법을 연습하고, 통계 분석을 위한 R 강의를 들었다.


사교육이 학교 수업의 예습이 될 수도 있고 복습이 될 수도 있다. 사교육으로 예습을 하면 배경 지식이 생긴다. 그리고 사교육을 잘 이용하면 학교 수업에서 배운 지식을 점검하고, 혼자 응용을 해보면서 나의 지식과 스킬을 심화하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사교육에서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들도 배울 수 있다. 예를 들면 내가 속한 전공의 커리큘럼은 알고리즘 쪽 심화 과목이 없기 때문에 사교육을 통해 따로 배울 생각이다.



교육의 목적은 비교가 아니라 배움 그 자체

지금 내가 받는 사교육은 모두 '강의' 형태이지만, 나의 전공과 관련된 hackathon에 참가하거나, 세미나에 가거나, 심지어 학교 수업과 관계없는 기사와 논문을 읽는 것도 사교육에 포함된다.


학교 수업은 무엇을, 어떤 순서로 배워야 하는지 알려주는 뼈대가 된다. 여기에 살을 붙이는 것이 사교육이다. 나의 목표는 1등으로 졸업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하기 위한 기본기를 대학원에 다니는 동안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 나에게 필요한 지식과 스킬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주변의 리소스를 활용해서 그것들을 배우는 것 - 부끄럽지만 서른넷에 처음으로 고득점이나 합격과는 다른 차원의 미션을 가지고 공부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학교 안팎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공부하기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