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주 프레르, 꼼빠니 꼴로니알 그리고 다만프레르
보통 홍차의 세계에 입문하는 계기 중 하나로 가향 홍차를 꼽는다. 나의 경우는 밀크티로 시작해 2번째로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를 거치고 3번째 가향 홍차로 간 다음 4번째 다원차의 세계로 이동하고 있다. 어찌 되었건 가향 홍차의 세계를 만나 그 매력을 느꼈다면 당신은 어느덧 홍차 수집가의 반열에 올라 장바구니에 홍차를 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가향 홍차’란 정확히 무엇일까? 우선 일반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차는 크게 blended tea와 flavoured tea 이렇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blended tea의 경우 차 + 차를 혼합한 형태로 쉽게 생각해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홍차'가 여기에 해당된다. 대표적인 브랜드로 포트넘앤메이슨을 들 수 있는데 이 브랜드의 대표 상품인 로열블렌드, 퀸앤 등이 모두 여러 산지의 홍차를 블렌딩해 상품으로 만든 blended tea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flavoured tea는 차 + 허브 + 향 등이 첨가돼 차 외에 다른 부재료나 향이 입혀진 것으로 이것이 ‘가향 홍차’에 해당된다. 대표적으로 '얼그레이 홍차'가 있다. 유명한 차 브랜드에서 모두 가향차를 출시하고 있지만 향으로 유명한 나라, 프랑스 브랜드 마리아주 프레르가 가향차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있다.
오늘은 나의 최애 가향 홍차 중 프랑스 시리즈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마리아주 프레르, 꼼빠니 꼴로니알, 다만 프레르 이렇게 3개의 브랜드이며 각 브랜드의 대표 상품 2개씩을 선정했다.
(우림 조건 : 2g 홍차, 물 300ml, 3분)
첫 번째로 마리아주 프레르
마리아주 프레르는 1854년에 세워진 회사로 처음에는 차 도매만 했기에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 1983년 파리에서 유학 중이던 태국의 젊은이 '키티 차 상마니'라는 인물이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대중적인 상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하게 된다. 젊은 고객의 취향을 사로잡기 위해 가향차를 본격적으로 개발, 이렇게 탄생한 현대식 대표 가향차가 바로 '마르코 폴로'이다.
마르코 폴로는 과거 위대한 여행가, 마르코폴로의 발자국을 따라 머나먼 중국과 티베트로의 상상 속 여행을 그리면서 만든 제품이라고 한다. 마리아주 프레르의 경우, 외부적으로 ingredient를 공개하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그나마 홈페이지 등에 써 놓은 내용을 보면, fruity & flowery black tea로 이국적인 꽃과 과일에 대한 단어들을 볼 수 있다. 마리아주 프레르 홍차들이 더 놀라운 것 중 하나는 부재료가 육안으로 거의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 향 제조 수준도 워낙 높거니와 이런 브랜드들 자체적으로 향 입히는 기술이 워낙 좋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건엽을 보면 찻잎의 크기나 색상이 균일하지 않기에 다양한 찻잎의 블렌딩으로 추측할 수 있다. 달콤하고 섬세한 꽃향이 난다.
우려서 마셔보면, 이건 모 말 해 모해! 수준이다.
내 최애 홍차이기도 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건엽에서 맡을 수 있는 달콤하고 섬세한 꽃향이 맛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심지어 식은 후에도 향이 지속된다. 마르코 폴로의 향은 화장품 냄새 같은 그런 향이 아니라서 가향차 입문용으로 아주 좋다. 시원 향긋한 꽃향, 구수하고 부드러운 바디까지.
우려진 찻잎의 향을 맡아보면 달콤한 과일향보다는 아카시아 꽃향이 더 강하게 난다.
다음은 또 하나의 대표 가향차, 웨딩임페리얼이다. '사랑의 찬가, 환상적인 결혼의 징표'를 표현한 홍차라고 하는데 초코 계열이 달콤 스윗보다는 상당히 몰트하고 강하게 느껴지는 홍차라고 생각한다. 홈페이지 정보로는 골든 아쌈의 강한 몰트 향에 초콜릿과 캐러멜의 달콤함을 조화시켜 완벽하게 깔끔하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깔끔... 인지는 잘 모르겠다. 베이스 홍차가 아쌈이기에 강한 바디감이 크게 와 닿는다.
아쌈에서 흔치 않게 오서독스 방식으로 재배한 홀리프와 브로큰 등급의 찻잎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도 역시 초콜릿 조각 하나 부재료는 보이지 않는다. 시음해 보면 초코, 캐러멜이 확 올라오고 보리차 같은 구수한 바디감이 느껴진다. 우린 후 찻잎을 보면 마르코 폴로보다 훨씬 큰 잎을 볼 수 있는데 OP 홀리프가 거의 그대로 보인다.
두 번째로 소개할 브랜드는 '꼼빠니 꼴로니알'
1848년 프랑스 파리 오페라가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주로 엘리제궁, 유럽 왕실과 귀족 등 특권 상류층에서 향유되어온 홍차이다. 찻잎에 향을 내는 것에 독점적인 스팀 공정을 이용한다고 한다 (와우 세상 부럽!) 찻잎 안에 향을 주입하는 이 방법으로 인해 찻잎에 특유의 광택이 나는 것으로 유명하다.
- 홈페이지 ingredient : 중국산 홍차 + 붉은 과일향 천연향료 - 딸기, 체리, 라즈베리, 크랜베리 4가지 가향 + 라즈베리 조각을 블렌딩
중국산 홍차는 기문인 것으로 추정해 본다. 홈페이지에 '상큼 발랄 로맨틱 향기'라고 표현되어 있는데 베리 가향이 특징인 홍차이다. 과일 가향 상품이 많은 스리랑카 브랜드의 과일 홍차보다 과일의 향과 맛을 좀 더 세련되게 표현하고 있다. '붉은 과일향 천연향료 4가지'를 찻잎에 입혔는데 실제 아래 건엽을 보면 광택이 난다. 이 향을 주입하는 게 놀라운 기술이다.
우린 잎 향을 맡아보면, 매운 향도 나는데 베리향을 받쳐주기 위해 다른 허브향도 들어간 게 아닐까 추정해 본다.
- 홈페이지 ingredient : 중국산 홍차 + 천연향료 (피스타치오향) + 피스타치오, 라즈베리 조각
19세기 3명의 여왕들이 모여 꼼빠니 꼴로니알의 차를 마셨던 것을 기념한 블렌딩이라고 한다. 지중해의 향기를 담아 라즈베리, 피스타치오가 블렌딩 되어 있다. 여기 중국산 홍차 역시 기문으로 추정해 본다.
찻잎에 섞인 피스타치오 조각이 아주 잘 보인다. 그러나 이런 조각만으로는 향과 맛을 내기에 부족한가 보다. 마셔보면 피스타치오의 상쾌, 달콤함, 아카시아 꿀 향, 꿀물 같은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세 번째로 소개할 브랜드는 '다만 프레르'
1692년 루이 14세로부터 프랑스에서 티 독점권을 포함한 신임을 받으며 브랜드가 시작되었다. 1950년대 티 역사상 최초의 프랑스 가향티를 선보였다고 한다. 전 세계 산지를 직접 방문해 프랑스 본사로 옮겨진 찻잎은 약 4,000평의 생산 시설을 통해 직접 분류 및 블렌딩 되어 전 세계 약 60여 개국에 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매장이 들어와 있는데, 2015년 다만 프레르 티 부티크 1호점이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지하 1층에 론칭했고, 2018년 티 부티크 2호점이 제주 서귀포시 신화월드 내 론칭했다. 그 외에도 국내 콘래드 호텔, 신세계백화점, 청담 분더샵, 커피 리브레, 롯데 시그니엘, 마켓컬리 등에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 홈페이지 ingredient : 홍차 (중국산 66%, 스리랑카 28%), 천연향료 (천연루바브잎향, 천연딸기향) + 수레국화꽃잎, 해바라기꽃잎
다만 프레르를 상징하는 '푸른 정원'이라는 의미의 쟈뎅 블루 홍차이다. 다만 프레르를 처음 마셔본 건 약 4~5년 전 광화문 매장에서였다. 당시 쟈뎅 블루 밀크티로 마셨는데 딸기향이 좋아 꼭 스트레이트로 다시 마셔보고 싶었던 홍차였다.
수레국화 덕분에 '푸른 정원'을 연상하기에 더 좋다. 천연 루바브 향을 강조하고 있는데 사실 '루바브'향이 친숙하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딸기보단 들꽃향이 더 올라온다. (이게 루바브라고 추정) 은은한 꽃향을 딸기가 감싼 느낌이라고 할까. 기억 속에는 딸기가 강하게 남았었는데 그동안 여타 스트로베리 과일 홍차를 많이 마셔서인지 오랜만에 다시 마시니 딸기는 좀 멀어진 느낌이다.
- 홈페이지 ingredient : 홍차 (중국산) + 베르가못 + 천연 오렌지향
다만 프레르의 설립자인 Jean Jumeau-Lafond이 1950년 그의 부인을 위해 만든 최초의 가향 홍차. 신선하고 풍부한 오렌지향이 특징이라고 한다.
나는 원재료만 보고 트와이닝스의 레이디 그레이가 떠올랐다. 그런데 마셔보면, 그 홍차와는 완전히 다른 맛이다.
오렌지 조각하나 보이지 않지만 오렌지향이 확 퍼진다. 그러나 실제 마셔보면, 오렌지가 치고 올라오진 않고 베르가못 향이 메인인데 오렌지가 이를 받쳐주고 있다. 시트러스보단 좀 더 색다른 얼그레이 홍차 쪽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다.
이런 가향 홍차들도 음식과의 페어링이 아주 좋다. 아침으로 빵과 계란 등을 먹는 날이면 마르고폴로나 꼼빠니 꼴로니알 홍차에 손이 간다. 프랑스 와인 말고, 프랑스 홍차 한잔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