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지익 Nov 24. 2024

출가하던 날

큰 형이 출가하던 날

소복소복 눈이 내리던 날

엄마손 꼭 잡고 암자 중턱까지 같이 갔드랬지


멀찌감치 떨어져 걷던 형

민머리 형의 뒷모습 보다못한 우리 엄마

이름한번 불렀드랬지


이리와 같이 손잡고 가자고

가기 전에 아들 손 꼭 잡아 보자고

그렇게 우리 셋은 산을 올라 갔드랬지


뽀도독 뽀도독

고요한 산길에 들려오는건

소나무에 걸터 앉았던 눈덩이가 떨어지는 소리뿐


손을 놓고 다시 큰 형을 보내던 엄마

먼저 올라 가라는 손짓으로 큰 형을 보내며

손바닥 흥건한 땀을 나는 느꼈더랬지


차마 울지 못해

으스러지는 마음 혹시 들킬까봐

내 손을 더 꼬옥 잡으셨드랬지


큰 형이 보이지 않을때 쯤

엄마는 우셨지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셨드랬지


내려오는 길

고요한 산길에 들려오는건

눈덩이 소리도 , 발자국 소리도 아닌

소리없이 흘러내리는 엄마의 눈물 소리뿐이었드랬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