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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익 Nov 01. 2022

빵집 아르바이트 아주머니의 이야기

유명한 빵집.

계산대 앞에 사람들이 잔뜩 대기하고 있었다.

줄은 도무지 줄어들 생각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여기저기서 짜증섞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저기요. 계산하는건데 왜이렇게 오래걸려요?"

"이것 주시구요, 저건 작은 박스에 포장 해주시구요. 계산은 포인트로 할꼐요 잠시만요"

"자기야, 이거 이쁘지? 이거 살까? 홀 케이크로 살까? 아님 조각으로 살까?"

"아. 왜이렇게 오래 걸리는거야, 나 주차 새로 해놓고 올께"


볼멘소리와 더불어서 맛있고 유명한 빵을 먹을 수 있다는 설렘도 간간히 들렸다.

나도 오랫동안 기다렸다.

물론 나도 짜증이 났다. 그냥 주문하고 계산만 하는건데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인가 싶었다.

이유모를 차량정체가 생각날 정도로 줄이 움직이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이 있는지 계산대로 다가갔다.


"아줌마, 이거 새로 해주세요. 아니 지금 케이크 크림이 찌그러졌잖아요."

"죄송해요..아 죄송해요.."

"벌써 몇번째 이신거에요? 정말 너무 하신거 아니에요?"

"죄송해요...OO씨 이게 상자가 작아서 케이크를 넣으면 이렇게..앗....죄송합니다"

"하...."


아르바이트가 익숙하지 않은 엄마뻘 되는 아주머니께서 울상이셨다.

안절부절 못하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셨다.

예쁘게 생긴 조각케이크 포장을 해달라고 주문을 받았는데, 조각케익이 상자에 맞지 않는거였다.

조각케익을 진열대에서 꺼내는 것도 문제였다.

손으로 집어서 꺼낼 수 밖에 없는데 케익이 워낙 부드럽고 정교해서 자꾸 끝부분이 뭉게지는게 문제였다.

벌써 서너번은 새로운걸 꺼내고 갖다놓고 하는것 같았다.


"아...정말 저 그냥 갈께요. 환불해주세요. 진짜 짜증나."

"죄송합니다. 이게....OO씨 이것 좀..도..와.."

"환불해주세요. 이게 뭐에요. 에이씨..."

"죄..송..합니다..아..."


아주머니의 고군분투가 마음 쓰였다. 다른 직원들은 아주머니의 곤란함을 외면했다.

모두들 바쁜 탓도 있었지만, 본인이 하더라도 아주머니의 실수를 고스란히 반복할 것 같아서 피하는것 처럼 보였다. 내가 봐도 케이크를 작은 상자에 담는게 불가능해 보였다.

손님도 이해가 됐다. 손님은 급했고, 그런걸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엔 촉박했고 바빴고 붐볐다. 몇번의 실랑이가 오가고 나더니 매니저라고 불리우는 사람이 다음 사람부터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우선 뒤에 서계신 분부터 이쪽에서 주문 받을께요. 뭘로 하시겠어요?"

나도 주문하고 음료와 빵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내내 아주머니의 당황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어쩔 줄 모르고, 진열된 조각케익이 절반이나 쓸모가 없게 된것이다. 주저 앉으면 어쩌지 조마조마하는 와중에 주문한 음료와 빵이 나왔다.


'지이이잉~'

진동벨을 들고 음료와 빵을들고 가게를 나가려 뒤돌아 섰다.

내가 문을 나설때 까지 아주머니는 계속 곤란해 하셨다. 손님이 환불하고 간다고 했음에도 불안해 하시는게 보였다. 본인이 하나에 만원가까이 하는 조각케잌을 몇개나 날려버려서 더욱 당황해 하시는거 같았다.


운전해서 집에 오는 내내 아주머니가 걱정됐다.

혹시 점장에게 혼나지는 않았을까. 하루 일당을 온전히 받지 못하는건 아닐까.

손님 마음도 이해가 가고 아주머니의 입장은 더더욱 이해가 갔다. 누구 잘못도 아니라서 괜시리 하루종일 마음이 불편했다. 다만, 상황이 야속했다. 점점 더 고립되어 가는 아주머니 모습이 속상했다.

모든 입장이 이해가 된다고 하더라도 매니저라는 분은 아주머니의 곤란한 상황을 도와줘야 하지 않았을까.


가끔은 나서서 욕을 먹더라도, 내가 나서야 할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런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케이크의 사이즈를 조절했든지, 아니면 상자를 케이크 사이즈에 맞춰 제작했든지 했겠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나는 비로소 걱정을 조금 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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