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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진 Jul 14. 2024

2023년을 보내며

육아일기 (D + 1021일 , D + 396일)


 22년 12월 1일. 둘째가 태어나고 병원과 조리원을 거쳐 23년 새해가 밝을 때쯤 갓난아이가 집에 왔다. 작년에 새해가 오는 걸 어떻게 맞이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것을 보면 밤잠 못 자는 둘째를 돌보느라 정신없이 보냈던 것 같다. 그해 비하면 올해는 여유가 있다. 애들을 재우고 치킨을 시켰다. 음식을 기다리며 이렇게 일기를 쓸 시간도 있으니 1년 새 많은 게 변한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로서 책임감은 막중하다. 둘째가 온몸에 알레르기 발진이 일어난 데다가 열이 나서 오늘은 맥주를 마시지 않기로 했다. 혹시 둘째가 고열이 나면 새벽에 운전해서 응급실에 가야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살짝 김 빠지긴 하지만 술대신 제로콜라로 한 해를 마무리해야지.  


 2023년은 아이가 한 명에서 둘이 되면 세배가 힘들다는 말을 체감한 시간이었다. 아이 한 명 키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둘이 되었을 때 아내와 난 말 그대로 멘털이 붕괴되었다. 아이가 한 명일 땐 한 명이 아이를 돌보면 한 명이 집안일을 하거나 정리하며 쾌적한 환경을 만들거나 쉴 수 있었는데 아이가 둘이 되니 그게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신생아땐 잠도 잘 못 자며 돌봐줘야 하니 말 그대로 고역이었다. 


 참고 버티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둘째가 밤잠을 자게 돼서 한숨 돌리고, 혼자서도 좀 놀아 또 한숨 돌리게 되다 보니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이제는 아이 한 명 돌보는 친구들에게 그게 뭐가 힘드냐고 핀잔을 줄 정도가 되었다. 자매 육아가 궤도에 올라온 느낌이랄까. 


 아이들은 무럭무럭 큰다. 둘째의 심한 알레르기 발진을 본 첫째가 둘째를 걱정한다. 평소엔 가까이 오기만 해도 자기 장난감을 흐트러트린다며 소리를 지르던 녀석이 오늘은 둘째가 열 때문에 축 쳐져있자 자기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 옆에서 놀아준다. 아픈 둘째를 귀찮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첫째에게 둘째가 힘드니 건드리지 말고 지켜만 보라고 이야기했더니 옆에 앉아 조잘조잘 말이 끊이지 않는다. 둘째의 털끝하나 건드리지 않고 말이다. 첫째가 대견하다. 


 2024년엔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내가 휴직했지만 아내는 한 달 뒤 복직이고 둘째는 3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닐 예정이다. 조금 더 규모가 있는 곳으로 보내기 위해 어린이집을 옮겨서 첫째도 새로 적응을 해야 한다. 연초에 좀 바쁘고 봄이 되면 좀 여유가 생길 것 같은데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계획대로 되는 게 없으니 생각대로 되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다 잘 됐으면 한다. 


 2024년 아내의 복직으로 주 양육자가 되는 나에게 당부를 하고 싶다. 


 새해엔 아이들의 감정을 조금 더 세심히 살펴줄 것. 


 아내는 항상 아이들의 감정을 더 살펴주라고 주의를 준다. 가끔 억울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맞는 말이다. 아이들의 감정을 생각해서 직접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기다려주며 조금 돌아가야 하는데 나는 항상 가장 빠른 길, 직선으로만 아이들을 끌고 가려한다. 살살 구슬려가며 해도 되는 것을 말이다. 그럴 때마다 갈등이 일어나고 아이도 나도 지친다. 올해는 그러지 않도록 노력해야겟다. 


 여느 날처럼 요즘도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행복하다. 새해에도 올해만 같았으면 좋겠다. 잘해보자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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