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아내의 복직이 결정됐다. 원래는 3월 말까지 휴직을 해서 첫째와 둘째를 어린이집에 같이 적응시키고 복직할 예정이었지만 아내 회사 인사담당자의 전화를 받고 고심 끝에 조기 복직을 결정했다. 인사담당자는 정기 인사시즌이 아닐 때 복직할 경우 육아에 대한 배려를 고려할 수 없어 먼 거리에 복직을 시킬 수도 있다며 협박에 가까운 압박을 했고 아내와 나는 고민 끝에 고생스럽더라도 회사에 맞춰주는 걸로 의견을 모았다.
반감이 든 건 사실이다. 내가 느끼기엔 인사담당자가 인력배치를 하는데 적합한 인력이 부족해 아내에게 연락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3월 말 복직으로 못 박아 놓았던 휴직을 당겨가며 복직하라고 할 이유가 없다. 인력이 부족하지 않다면 정기인사 시즌에 인사배치를 하고 복직자는 자기와 상관없으니 그냥 되는 대로 사람 받아주는 지점에 인사를 내면 된다. 물론 이상한 배치를 받은 우리는 고생을 하겠지만 말이다.
이러니 저러니 생각이 많았지만 아내는 결론적으로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에 인사배치를 받았다. 둘째가 어린이집에 가기 전까지 내가 두 달간 독박 육아를 해야 하지만 최선의 결과를 받은 셈이다. 더욱이 자주 가는 병원의 위층이 아내의 근무지이다. 아내는 자기가 먼저 가서 병원 예약을 해줄 수도 있겠다며 좋아했다.
좋은 결과지만 난 좀 심란하다. 혼자서 둘을 봐야 하는 독박육아에 당첨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에 혼자서 둘을 보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아내와 나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혼자서 둘을 보는 상황을 피해왔다. 못할리는 없겠지만 힘들게 뻔하니 말이다. 그런데 내가 혼자서 둘을 봐야 한다니. 부담감이 엄습한다.
우선 혼자서 아기띠로 둘째를 업는 걸 연습했다. 그동안은 아기띠로 둘째를 업을 필요가 없었는데 아이들을 돌보며 집안일을 하려면 꼭 필요한 스킬이 되었다. 앞으로 아이를 안으면 요리를 하거나 청소를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급하면 둘째는 업고 첫째는 안아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장모님께서 등원시킬 때 도와주러 오겠다고 하셨지만 일단 혼자서 해보겠다고 말했다. 물론 그렇게 해주시면 편하겠지만 언제까지 아이 한 명당 어른 한 명이 붙어있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둘째도 혼자서 노는 시간이 생기고 첫째와 어느 정도 교감도 되는 것 같으니 도전해 볼 적당한 시기가 되었다.
아내의 복직까지 이주가 남았다. 아내 역시 복직할 생각에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3년 가까이 업무 공백이 있었으니 어찌 일해야 하는지 까마득한가 보다. 그래서 내게 복직 후 당분간은 칼퇴는 힘들 것 같다고 선언을 했다. 복직 환영 회식도 있을 테고 업무숙달을 위한 야근도 필요할 테고. 다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 여파를 나는 온몸으로 버텨야 하니 심란할 따름이다.
그래도 끝은 있다. 내가 휴직 중이니 육아에 올인할 수 있고 둘째도 3월부터 어린이집에 갈 테니 그때까지만 버텨보자. 내 새끼 내가 보는데 뭐가 그렇게 어렵겠냐.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 혼자서 다섯 명을 보는 데 말이다. 할 수 있다.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