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 D + 1028일, D + 403일)
어린이집 적응 2주 차가 되었다. 등원 전날엔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다. 주말 동안 집에서 부모와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동안 어린이집에서 적응한 게 다 리셋된다고 한 아이들 선생님의 말이 떠올랐다. 교실에 들어가지 않고 울면 어떡하지. 2주 가지고 적응기간이 부족하면 이 일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뒤척이다 잠이 들었고 금새 월요일 아침이 되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했던 첫째도, 아직 어린이집 가방을 챙기는 게 어색한 둘째도 큰 탈 없이 등원준비를 했다. 그리고 대망의 등원시간. 첫째는 수월하게 등원을 했고 어린이집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가기 싫다고 낑낑대던 둘째도 생각보다 장모님과 교실에서 잘 적응했다. 다행이었다.
둘째와 같이 있는 장모님을 뒤로하고 나는 바로 집에 돌아가 점심 준비를 했다. 10시 좀 넘어 장모님이 나오시는데 어린이집에 12시까지 다시 되돌아가야하기에 점심을 먹기 빠듯했기 때문이었다. 점심 준비를 대강 하고 10시쯤 다시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장모님은 둘째를 선생님께 맡겨놓고 나오셨다. 다행히 많이 울지는 않았다고 하는데 마음이 편치 않다. 둘째가 어린이집에서 주는 점심을 잘 먹고 12시까지 있어줬으면 좋겠는데. 혹시 호출이 있을지 모르니 전화를 벨소리로 바꿔두고 집으로 향한다.
준비했던 점심을 먹고 치우니 시간이 딱 맞다. 이제 첫째와 둘째를 데리러 갈 시간이다. 첫째는 점심도 잘 먹고 잘 놀았다고 하고 걱정했던 둘째도 다행히 시간을 잘 보냈다고 한다. 물론 할머니를 찾으며 좀 울긴 했지만 말이다. 주말이 지난 첫째 날 이 정도면 선방이었다. 둘째가 낮잠을 자야 하기에(첫째가 있으면 잠들지 않는다) 나와 첫째는 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 키즈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 왔는데 첫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돌아오는 차에서 첫째를 재웠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첫째의 생떼에 혼쭐이 나고 다음날부턴 주변을 돌며 차에서 30분이라도 재운 후 집에 돌아왔다.
2주차 둘째 날은 첫째가 처음으로 바뀐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는 날이었다. 12시쯤 둘째를 장모님과 같이 하원시키고 나서 나는 장모님과 둘째를 집에 두고 아파트 도서관으로 향했다. 어른이 두 명이 있다고 둘째가 낮잠을 잘 자는 것도 아니었고 혹시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오면 바로 첫째를 데리러 가야 하기에 밖에 있기로 한 것이었다. 마음을 졸이면서 핸드폰을 계속 쳐다봤지만 다행히 어린이집에서 연락은 없었고 세시반에 첫째를 데리러 가니 선생님이 첫째가 잘 적응했다고 말해주었다. 다만 피곤했을 텐데 낮잠이불에서 잠들진 못했고 계속 가만히 쉬고 있어서 조금 걱정했다고 하셨다.
잠이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잘 적응해서 다행이었다. 울면서 집에 가겠다고 한 건 아니기에 조금 더 적응하면 잘 자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다음날부터 첫째는 낮잠을 잘 잤다. 그 뒤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첫째가 아침에 어린이집을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기도 했지만 하원할 때 아이스크림 사준다는 말로 잘 꼬셔서 위기를 넘겼다.
첫째가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기 시작하자 이제 혼자서도 두 아이를 적응을 시킬 수 있을 것 같아 목요일부턴 장모님께 힘드실텐데 오지 않으셔도 혼자 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내색은 안 하셨지만 아이들이 아무리 예뻐도 체력적으로 힘드실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내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번 어린이집 적응과 같이 어쩔 수 없을 때는 도움을 요청해야 하지만 혼자서 할 수 있을 때는 힘들더라도 버텨서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편하자고 장모님께 부탁드리면 안 되니 말이다. 하지만 장모님께선 그럼 등원이라도 도와주겠다며 목요일 금요일 아침 일찍 우리 집에 오셨다. 너무 감사했다. 특히 금요일은 바삐 등원준비를 하다가 내가 씻질 못해서 그대로 아이들과 등원을 하려고 했는데 장모님이 오신 덕분에 세수와 머리를 감고 밖에 나갈 수 있었다. 장모님이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두 아이의 육아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내일이 3주차 등원인 지금 걱정되는 마음은 많이 옅어졌다. 이제 둘째도 낮잠을 잘 예정인데 선생님들과 많이 친해져서 잘 해내지 않을까 싶다. 첫째는 자기 전에 어린이집에서 친한 사람이 두 명이 있는데 이번에 같이 어린이집을 옮긴 친구와 담임 선생님이라고 했다. 담임 선생님과 제일 친하다니 뭐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이번에 두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을 시켜보니 이 역시 보통일이 아님을 느꼈다. 아이들이 더 크면 적응도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낯선 환경을 겪기엔 아직 어린 첫째와 부모와 떨어져 본 적 없는 둘째를 어린이집에 놓고 온다는 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노력과 마음 씀씀이가 필요했다. 아직도 첫째가 발버둥 치면서 교실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우는 모습이 선명하다. 그때 아팠던 마음은 두고두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몸 편히 의자에 앉아있어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계속 어린이집 창문을 왔다 갔다 하며 첫째가 울지 않나 확인했던 그때의 마음. 이게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