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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진 Jul 31. 2024

학부모 면담 _ (D + 1133일, D + 508일)

육아일기


 오늘은 학부모 면담이 있는 날이다. 첫째가 4시 40분부터 5시까지 20분간, 둘째는 이어서 5시부터 5시 20분까지 역시 20분간 진행될 예정이다. 평소 4시 30분이면 하원을 했는데 아이들이 5시 20분까지 연장반에 있어야 해서 아직 어린 둘째가 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니 겪어보기로 했다.  


 시간이 돼서 어린이집에 들어갔다. 혹여나 연장반에 있는 아이들과 눈이 마주치면 집에 가고 싶다고 난리가 나기에 고개를 푹 숙이고 상담실 들어갔다. 전에 상담지를 작성했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해 생각나는 대로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밥을 너무 많이 먹진 않는지(평소에 너무 많이 먹어 걱정이었다), 놀이할 때 주도적으로 참여하는지 아니면 수동적인지, 집에서처럼 항상 친구들보다 먼저 하겠다고 하진 않는지. 선생님의 대답이 다 긍정적이어서 안심이 되었다. 특히 집에선 둘째보다 항상 먼저 하겠다고 하는데 어린이집에선 차례를 잘 지키고 기다릴 줄 안다고 해주셔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상담을 마치고 가뿐한 마음으로 교실을 나섰다. 사실 첫째는 걱정이 되지 않았다. 가끔 어린이집에서 보내주는 사진을 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재밌게 놀고 있고 주말이 되면 선생님도 보고 싶고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고 계속 얘기하니 마음이 편했다. 


 둘째가 걱정이었다. 만 1세 반이라 아직 어리고 말도 제대로 못 하기에 적응을 잘하고 있는지가 걱정이었다. 특히 개인적 사정 때문에 앞으로 5시 정도까지 연장반에 있어야 하는데 환경이 바뀌는 연장반에서 잘 적응을 하는지가 궁금했다. 선생님과 상담이 시작되자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다행히 둘째는 잘 적응하고 있었다. 살짝 편식을 하려는 경향이 생기긴 했지만 밥도 잘 먹고 집에선 언니를 할퀴거나 무는 행동을 보이는데 친구들에게는 딱 한번 시도를 했으나 선생님께서 제지하고 나니 그 뒤로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정규시간에는 잘 적응하고 있고 연장반에서는 처음엔 어색해했으나 지금은 연장반 선생님과 유대도 생겨서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거기에 상담하는 내내 둘째의 담임 선생님이 애정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느껴져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에 부탁하실 내용이 없냐고 물어보시길래 부탁드릴 건 없고 둘째를 애정을 가지고 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며 상담을 마무리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몸은 편하지만 걱정이 된다. 가끔은 뉴스에 나오는 끔찍한 사건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상담을 하고 나니 한결 맘이 가볍다. 현재로선 딱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진다. 


 상담이 끝나고 연장반에 있는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나를 보자마자 달려들어 안기기 바쁘다. 예쁜 내 새끼들. 둘째의 얼굴을 살피니 울었던 흔적도 없고 잘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상담 때문에 아이들이 연장반에 오래 있느라 고생했으니 하원길에 가게에 들어 간식을 사주기로 했다. 신이 나서 웨건에 타는 아이들을 보니 흐뭇하다. 이런 평온하고 잔잔한 일상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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