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진 Jul 29. 2024

병원_육아일기 (D + 1126일, D + 501일)


 오늘은 아이들을 병원에 데려가기로 한 날이다. 첫째와 둘째 모두 노란색 콧물이 흐르기에 주말에 병원을 가려면 어려우니 금요일인 오늘 미리 다녀오기로 했다. 어린이집에 가기 전 자기주장이 강한 첫째에게 미리 얘기를 했다.


 "첫째야 오늘 어린이집 하원하고 병원 가자! 알았지?"

 "응! 알았어!"


 우렁차게 대답하지만 하원 후 병원에 잘 따라올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곧바로 웨건에 태우려 하면 옆의 놀이터에서 놀자고 떼를 쓰기 때문이다.  


 어느덧 하원시간. 웨건을 끌고 어린이집으로 가서 아이들을 하원시키는데 금요일이라 그런지 낮잠이불 등 짐이 한가득이다. 짐까지 가지고 병원에 가려니 복잡해서 고민하고 있는데 어린이집 선생님이 낮잠이불과 아이들 가방은 여기 놓고 가고 병원 갔다 오는 길에 가져가라고 먼저 말해주신다. 짐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들 손을 잡고 웨건으로 향하는데 역시나 첫째가 놀다 가겠다고 떼를 쓴다. 아침에 바로 병원에 가기로 약속했지 않냐고 말해도 전혀 듣질 않는다. 다들 하원 후 병원에 가기에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대기시간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 결국 병원에 다녀온 후 편의점에 들러 간식을 사주겠다고 꼬신 후 웨건에 태운다. 요즘 몸무게가 많이 늘어 단 걸 먹이면 안 되는데 오늘은 비상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 


 아내의 회사가 병원이 있는 건물에 있어 시간 되면 잠깐 애들 얼굴이라도 보고 가라고 문자를 한 후 웨건을 끌고 길을 나선다. 운전해서 가면 여러모로 편하긴 한데 아직 아이 둘을 차에 태워 다닐 용기가 안 난다. 다음에 마음에 준비가 되면 시도해 보기로 하고 걷기 시작한다. 병원에 도착해 접수를 하니 앞에 대기인원이 얼마 없다. 금방 진료하고 가겠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아내의 문자가 왔다. 바빠서 내려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내용. 아이들에게 먼저 이야기하지 않아 다행이다 


 금방 우리 차례가 되고 둘째 첫째 순서로 진료를 봤다. 귀와 코, 입 속으로 카메라를 넣어 살피는데 이제 둘째도 울지 않고 진료를 잘 받는다. 첫째는 귀지를 빼느라 고생을 좀 했는데 그래도 씩씩하게 진료를 마쳤다. 진료결과는 경미한 코감기. 열도 없고 증상도 심하지 않아 항생제가 없는 가벼운 약을 처방받았다. 아이들도 내 말을 잘 따라주어 가뿐한 마음으로 약국으로 가는데 전화기가 울린다. 아내가 짬이 좀 난다며 전화가 왔고 나는 약국으로 오라고 한 후 엘리베이터를 탔다. 


 약국에 도착해 처방전을 내고 기다리는데 아내가 도착했다. 첫째와 둘째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이내 반가워한다. 첫째가 편의점에 가는 대신 약국에서 비타민을 사달라고 해서 둘째의 음료수와 함께 결제를 하고 있는데 아내가 매의 눈으로 첫째가 소변이 마려운 것을 캐치했다. 아내가 첫째를 데리고 화장실에 가는데 뒷모습이 든든하다. 집에 가는 도중에 첫째가 소변이 마렵다고 했으면 둘째도 돌봐야 하는 내가 화장실에 데려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다녀온 아내가 자기가 할 일을 다했다며 뿌듯해한다. 나도 고맙다고 덕분에 편하게 집에 갈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잠깐 나온 것이기에 아내는 바로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 아이들에겐 첫째와 둘째가 아파서 엄마가 멀리서 차 타고 온 거라고 거짓말을 했다. 병원에 올 때마다 엄마를 찾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아이들은 아내가 이 건물에서 일하고 있는지 모른다. 철저히 숨길 예정이다.  


 첫째는 비타민, 둘째는 음료수를 쥐어주고 집으로 향하니 가뿐하다. 아내 덕분에 중간에 화장실에 가야 할 걱정도 없고 말이다. 이제 집에 가서 아이들 저녁을 준비해 먹이고 치울 때쯤이면 아내가 퇴근해 집에 오지 않을까. 이렇게 또 한 주가 마무리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손 씻기_육아일기(D + 1119일, D + 494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