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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진 Jul 28. 2024

손 씻기_육아일기(D + 1119일, D + 494일)


 둘째는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며 많이 성장했다. 담임선생님 이외에도 낯선 선생님들, 비슷한 나이또래 아이들과 교감하며 나름의 사회생활을 하니 집에만 있었던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중에 하나가 손 씻기이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교실에 아이를 들여보내기 전에 제일 먼저 아이들을 데리고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긴다. 그리고 나서 오늘도 재밌게 놀라고 인사를 하며 헤어지는 게 루틴인데 문제는 둘째가 손 씻기를 너무 좋아해서 화장실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빠와 떨어지기 싫은 게 아니라 손을 더 씻고 싶어서 떼를 쓴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밖에 나갔다 들어와서 손을 씻자고 이야기하면 두 팔을 걷어붙이더니 화장실로 제일 먼저 향한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말을 계속하며 빨리 세면대에 올려달라는 시늉을 한다. 발판을 가져와 세면대 높이를 맞춰주고 물을 틀어주면 손을 씻으며 계속 논다. 손세정제를 뿌려달라고 요구하며 손을 문지른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요구하기에 이제 그만하고 물로 헹구라고 하면 소리를 지른다.  


 계속 끌려다닐 수 없어 손을 내가 헹궈주고 안아서 화장실 밖으로 나오면 울기 시작한다. 닫힌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손을 더 씻고 싶다고 오열한다. 첫째 때도 그랬던 것 같긴 한데 이맘때 아이들이 손 씻기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첫째와 둘째를 동시에 욕조에서 씻길 때도 물이 나오는 자리는 둘째의 차지다. 따뜻한 물에 얼굴이 벌게질 때까지 계속해서 손을 씻고 물을 가지고 장난을 친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안고 나오려고 하면 역시 오열하며 운다. 물장난이 그렇게 재밌는지 웃기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달래려면 한참이 걸린다. 


 둘째를 돌보다가 괜한 심술을 부릴 때 "손 씻으러 갈까?"라고 물어보면 어두운 얼굴이 대번 밝아진다. 두 팔을 걷어붙이고 화장실 앞으로 가서 문을 두드린다. 둘째를 발판에 올려주고 세면대에서 물장난을 치는 동안 나는 변기 위에 앉아있다.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손을 씻기에 나는 옆에서 핸드폰을 하며 기다린다. 정신없는 육아 중 잠깐의 쉬는 시간이다. 어찌나 달달한지 쉬고 싶을 땐 계속 손 씻으러 가자고 꼬시고 싶을 때도 있다.  


 물을 가지고 한참을 놀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니 둘째가 배시시 웃는다. 귀여워서 내가 활짝 웃어주니 둘째가 까르르 소리를 내며 웃는다. 불필요한 물을 쓰기에 지구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당분간은 이렇게 계속 손을 씻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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