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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런 Jan 01. 2022

토스뱅크는 은행이 아니다

카카오가 은행을 바꿨다면, 토스는 은행을 지웠다.


토스뱅크가 문을 연 지 세 달이 지났다.


카카오뱅크를 워낙 좋아하던 나는 토스뱅크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매우 궁금했다. 과연 카뱅과는 무엇이 다를까. 기존 프로덕트와는 어떻게 연결했을까. 얼마나 쉽고 편리한 경험을 제공할까. 또 어떤 매력적인 상품을 선보일까.


사실 첫 느낌은 놀라움 보다 당황에 가까웠다. ‘뱅크’가 아니라 ‘뱅킹서비스’ 탭 하나가 추가된 정도의 인상이랄까. 그렇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굉장히 토스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Banking is Necessary. Banks are not.”

토스는 오래 전 빌게이츠가 했던 말을 인용했다. 워낙 유명한 quote여서 새롭진 않았지만, 토스뱅크를 설명하는 아주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이었다. 카카오뱅크가 은행의 모습을 바꿨다면, 토스뱅크는 은행의 모습을 지웠다. 심지어 별도의 앱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카카오뱅크가 오프라인 은행의 온라인 최적화 버전이라면, 토스뱅크는 기존의 프레임을 지우고 조금 더 과감하게 금융 경험을 바꾸고자 한 것 같다.


New Banking, New Bank

토스의 방향성은 Banking을 Bank 앞에 둔 그들의 캐치프레이스에도 드러난다. 만약 같은 단어로 카카오뱅크를 표현한다면 “New Bank, New Banking”이겠다. (사실 카카오뱅크는 그보다 조금 더 보수적으로, 스스로를 ‘같지만 다른 은행’이라고 정의했었다.) 그리고 토스가 제시하는 New Banking의 핵심은 토스가 늘 가장 중요하게 말하는 ‘쉽고 간편하게’인 듯하다.


지금까지 사용하면서 좋았던 점을 생각나는대로 적어봤다.




통장, 모으기, 빌리기

토스뱅크 아주 심플한 구조로 상품/서비스를 구분한다. (금융에 무지한) 나에게 은행은 돈이 흘러가는 길, 혹은 저금통, 혹은 대출 창고이다. 그리고 토스뱅크는 그것에 딱 맞는 3개 탭(통장, 모으기, 빌리기)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 플랫폼을 사용하기 때문에 여러 제약이 있었을 텐데, 매우 익숙하고 편리한 방식으로 프로덕트를 잘 녹였다.


무조건 연2%

아무리 좋은 제품이 있더라도 팔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토스뱅크도 결국 사람과 돈을 모아야 산다. 당장 대출을 내보낼 수 없는 상황에서 토스는 ‘무조건 연2%’라는 조건을 내세웠다. 보통은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우대금리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계좌/개인당 상한선을 두는데, 토스는 그것 조차 없앴다. 마케팅 비용을 금리로 태웠다고 보면 꽤 합리적이고 실효적인 카드가 아니었을까 싶다. (역마진 문제로 지금은 상한선이 생긴 것 같다.)


최적의 파킹통장

삼성전자 주주가 몇 백만 명인 시대에, 어차피 예적금 상품은 큰 메리트를 줄 수 없다. 오히려 보유한 현금을 별 생각 안 하고 넣어놓을 수 있는 최적의 파킹통장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매력적이다. 요새는 CMA도 연2%가 없으니 비교할 것도 없지 않은가. 별도의 조건도 없고, 상품별 차등 적용도 없고, 사용성이 몹시 좋은 앱이 뒷받침해주니 파킹 통장으로써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예적금 대신 모으기

토스는 예적금을 ‘상품’이 아니라 ‘방법’으로 제공한다. 사실 예적금이 옛날에야 돈을 불리는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그저 돈을 안 쓰고 모으는 정도의 목적으로 선택하는 상품이니까 토스의 접근은 매우 현실적이고 사용자 중심적이라 할 수 있다. 복잡한 가입/해지 절차도, 귀찮은 우대금리 조건도 없다.


빌리기

아직 빌려보지 못했는데, 일단 (사용성이 궁금해서) 마이너스통장은 하나 만들어보고 싶다. 초반에는 공격적으로 대출을 내보낼 것 같아서 기대(?)된다. 대출 신청단계 UX가 궁금해서 이자율 조회를 해봤는데, 역시나 굉장히 쉽고 빠르고 간결하더라.


카드 (feat. 교통비 캐시백)

앞서 말한 것들 만으로도 토스뱅크를 사용할 이유는 충분했지만, 내가 토스뱅크를 더 자주 더 많이 사용하게 된 것은 카드 때문이었다. 요새는 간편결제가 보편화되어 실물 카드 사용 빈도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여전히 실물 카드가 필요한 대표적인 경우를 하나 꼽자면 대중교통이 아닐까. '300원 캐시백'은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나 같은 직장인에게는 꽤 기분 좋은 혜택이다. (나는 카드 접촉 시 문제 발생을 피하기 위해 교통카드로 쓰는 카드만 지갑에 넣어두는데, 이것 역시 토스가 고려하지 않았을까 싶다. 기본적으로 카드가 예쁘고, OTP 기능을 탑재한  역시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다.)




좀 (많이) 두서가 없지만... 요약하자면,

+ 토스는 ‘은행’이 아니라 ‘은행 서비스’를
+ ‘상품’이 아니라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 어느 은행보다 ‘쉽고 간편하게’ 만들고 있다.



여전히 나에게는 한없이 어렵게 느껴지는 금융이지만, 토스뱅크가 말하는 것처럼 앞으로의 은행은 ‘고객이 돈을 모으고 보관하고 불리는 곳이자, 필요할 때 적절한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이라고 쉽게 부를 수 있는 무엇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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