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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니 Sep 01. 2016

<후속편>카카오스토리는 어떻게 망했나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드립니다. 


지난 7월 발행한 '카카오스토리는 어떻게 망했나' 글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못해 어지러울 정도였다.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열기는 식지 않고 여전히 공유되고 있다. 카카오 내부에서도 널리 공유하고 읽었다고 한다. 


하나의 서비스가 성장하고 시장에 자리잡기 까지는 수많은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잘못된 결정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곤 한다. 카카오스토리가 한때 반짝 붐을 일으키다가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필자의 글은 매우 시기적절했던 게 아니었나 한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기 위해서인지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공감해주셨다. 


이전에 밝혔던 사실에 좀 더 첨언하자면 카카오는 카카오스토리 유료화, 이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내려는 구상을 초기부터 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 유저들을 위한 서비스와 소규모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기획이 별도로 있었을 것이다. 이게 적절히 잘 버무려지지 못했기에 현재의 안타까운 위치가 된 것이다. 


카카오는 카카오스토리로 수익을 내려했다. 성급하게. 


카카오스토리 론칭 이후 장사꾼들이 서비스로 모여들어 물건을 팔기 시작한 후, 카카오는 업체들로 부터 '사업자등록증'을 받기 시작했다. 초기에 사업자 신청 사이트는 '베타'서비스라는 명목으로 있어서 다소 허술해보였지만 검증은 까다로운 편이었다.  


카카오는 실제 자영업을 하는 사람인지 판단하기 위해 가게 내외부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야하는 등의 미션도 줬다. 인증을 모두 마친 업자들에게 카카오는 '카카오스토리 플러스'라는 자격을 줬다. 기존 카카오스토리는 친구가 500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카카오스토리 플러스는 무제한으로 친구를 둘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합법' 지위가 주어진 셈이라는 게 업체들에겐 가장 큰 의미가 됐다. 


하지만 제한을 두자 인증을 못하는 업자들이 카카오와 숨바꼭질을 하는 일도 비일비재했고, 업체들끼리 경쟁이 심화되면서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다. 이쯤 이르렀을 때 타임라인에 범람하는 광고성 글들에 피로감을 느낀 이용자들이 점점 카카오스토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이용자들은 처음에 자기 일상을 공유하는 용도로 카카오스토리를 이용했는데, 친구의 글보다는 장사꾼의 물건 판매글을 주로 보게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광고글이 많아진 이유는? '공유이벤트'가 성행했기 때문이다. 일반 유저들이 자신의 카스에 광고글을 공유하면 추첨을 통해 선물을 주는 식이다.


카카오는 이탈하는 이용자들도 잡아야했고, 유료화를 위해 사업자들도 잡아야 했기에 고민 끝에 탄생한 게 '카카오 채널'이다. 앞선 글에 밝힌대로 카카오채널은 카카오스토리와 같은 타임라인을 이용하면서도 업자들이 등록할 수 있는 정식 창구다. 페북으로 치면 '페이지'에 해당하는 기능이다. 


채널 운영자는 팔로어를 무한대 늘릴 수 있지만 하루에 글을 3개 이상 타임라인에 노출할 수 없으며, 공유이벤트를 진행할 시에는 카카오로부터 패널티를 받아 일정시간 이상 채널 운영을 할 수 없게 하는 등 강력조치를 받았다. 



카카오스토리에서 광고해서 대박났다는 그 곳.


또한 카카오는 '채널'을 도입하면서 사업자들에게 더이상 사업자등록증을 받지 않았다. 누구나 간단하게 신청만 하면 채널 운영자가 될 수 있게 한 것. 당시 카카오에서 영업했던 소상공인의 말을 빌리자면 "처음에 등록할 때 무척 까다롭게 굴더니, 나중에 개나소나 다 받아줬던 게 카카오채널이다"라며 "기존에 어렵게 등록업체가 된 사람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였다"고 회고했다. 


이때 또 등장한게 '옐로아이디' '카카오스토리 광고'다. 채널 운영자는 옐로아이디를 부여받고, PC사이트에서 고객관리와 일대일채팅이 가능해졌다. 자신의 채널을 홍보하고 싶으면 광고상품을 살 수도 있었다. 이때부턴 카카오가 아예 친사업자 정책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 땐 이미 카카오스토리는 일상공유를 위한 SNS도, 쇼핑센터도 아닌 무엇이 돼있었다. 한마디로 컨셉, 성격이 애매해져버린 것이다. 서비스 컨셉은 페이스북인데 속으로 들어가면 철저히 돈을 벌기 위한 상술이 난무하는 곳이 돼버린 것이다. 망가지는 데는 3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용자들이 떠난 카카오스토리는 판매자들에게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업체들끼리의 경쟁도 치열해져서 정말 작은 상공인들은 살아남기가 어렵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타임라인에 판매글을 올리는 단순한 방식으론 큰 매출을 일으킬 수 있을리 만무했다. 


수치를 보자. 


2014년 7월 기사를 보면 당시 카카오스토리의 월간순이용자(MAU)는 2,437만명이다. (예상 연매출은 403억원이었던 것으로 나온다.) 직접 수집한 2016년 현재 자료에 따르면 MAU는 1,500만명으로 약 40% 축소됐다. (생각보다 여전히 높지만) 축소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참고로 페이스북의 MAU는 17억명이다. 물론 글로벌 서비스지만.)


재미있는 것은 현재 카카오가 카카오스토리 광고를 다른 카카오, 다음 서비스들의 광고 상품과 번들로 판매한다는 점이다. 네트워크광고, 네이티브광고, 카카오이모티콘 등과 묶어서 말이다. 부익부빈익빈으로 살아남은 몇몇 업체들(주로 여성쇼핑몰)들을 성공사례로 내걸고 있다는 점도 재밌다. 보통 타겟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낸다. 


NEXT...


카카오스토리 몰락과 함께 사라진 업체들은 어디로 갔느냐? 네이버로 다 갔다. 

다음 편에서는 네이버 쇼핑윈도우, 스토어팜에 대해서 짚어보겠다. 또한 최근 카카오스토리의 새 컨셉 '小토리'에 대해서도 진단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3D'가 망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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