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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니 Jul 03. 2017

[후기] 세달 간 월요일 오후 1시 출근 해봤더니

좋은 복지를 누리는 스타트업 직원입니다


<35시간 근무제> 본격 실행으로 지난 세달 간 월요일 오후 1시 출근을 한 일개 직원의 후기다. 이 글은 철저히 내 주관에 의해 쓰여진 글이므로 회사 공식 입장과는 전혀 무관함을 알린다. 



- 4월, 회사가 가산(가리봉봉봉보옵,....)에서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복지마저 좋아졌다. 이때 <35시간 근무제>도 전격 시행됐는데 월요일 아침 오후 1시 출근에, 점심시간이 무려 1시간30분으로 늘어났다. 


-첫 2주간 아침 8시30분에 회사감. 첫주에는 9시 넘어서까지 왜 혼자 회사있는지 눈치를 못챘음.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가 말 걸어서 눈치챔 (빙신) 이렇게 노예적인 라이프사이클이라니 대다나다... 역시 습관은 넘나 무서운 것... 


-그러므로 나는 3주부터 복지를 누리게 되었다(...)  


-누군가는 <35시간 근무제> 같은 건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복지라고 비난할 진 몰라도(실제 비난하는 사람도봄) 직원 입장에서는 월요일 오후 출근은 무.족.권.(오타아님) 행복하고 무조건 좋은 것이다!!!!! 훠우!!!!!!!!!!!!!!!!!!!!!! 욕하는 사람 대표도 시행하고 욕해라! 훠우! 당신들 회사 직원 생각은 다르다 훠우!!!!!!!!!! 




-우선 월요일 오후 출근이 나에게 준 것

 

-1) 연차 안내고 2박3일 혹은 3박4일 여행이 가능 

물론 나와 같이 떠날 사람은 월요일 연차나 반차를 내야만 가능한 일정이겠지만 나만 아니면돼 

부담없이 2박3일 혹은 3박4일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금요일 밤에 6시 퇴근하고 월요일 오전에 돌아오는 일정이라면 국내 어디든, 땅끝까지 갈 수 있다. 비행기 아다리만 잘맞으면 사뽀로에 우동 먹으러도 갈 수 있게 됐다. 실제 여행을 많이 가게 됐고, 주말에 뭐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평일이 즐거워졌다. 


-2) 일요일도 술마실 수 있게 돼 국가 경제에 보탬이

필자는 동호회 생활을 하는데 하필 일요일 동호회다. 월요일 출근생각하면 일요일 밤에 술 마시는 건 꿈도 못꿨는데 <35시간 근무제>하고 나서부턴 부담없이 뒷풀이를 갈 수 있게 됐다. 그래서 국가 경제에 보탬을 줄 수 있게 됐으나 내 월급통장이 텅~장이 되는 속도가 더 빨라져...젠장.. 살도 더쪄... 더젠장

만일 숙취가 있더라도 월요일 아침에 여유롭게 일어나서 해장하고 출근해도 되니까 피곤하지도 않다. 


-3) 나는 아니지만 애기 있는 집은 좋다더라 

결혼을 안해서 모르지만 팀원중에 기혼자, 특히 애기가 있는 집은 가족평화에  <35시간 근무제>가 얼마나 쓸모있는지 간증을 해왔다. 요즘 tv cf를 보면 (박카스 광고였나) 예쁜 딸래미가 출근하는 아빠한테 "아빠 또 놀러와" 하는 씬이 나온다. 그만큼 집에서 아빠를 보기 어려워서 아빠가 집에 잠깐씩 놀러오는 건 줄 안다는거다. 울 회사 기혼자들은 월요일 아침만이라도 딸래미 차에 태워서 유치원에 델따줄 수 있게 됐다고 좋아 한다. 딸래미+부인 한테 점수딸 수 있으니 일타쌍피. 






- 이제부터 그 동안 느낀 대로 아무말 대잔치를 시작해보겠다. 

 



딴 데도 월요일 오후 출근하고 있었는데 따라한거 아니냐?


- 금요일 저녁 조기퇴근과 월요일 오후 출근 중에 고민할 때, 나도 금요일 오후를 선호한다고 응답했었다. 불금이 시작되는 시간을 좀 더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일단 시행되고 보니 월요일 오후 출근으로 확정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경영진이 내다본 미래에 무릎을 탁 쳤을 정도다. 그들이 얼마나 깊은 고민을 해서 선택했는지 깨닫게 됐다.

 

금요일 오후는 '소모되는 시간'이다. 불태우는 시간이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치유하는 시간은 아니다. 약속이라도 있어봐라, 남들 6시~7시에 마치니까 그 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 집에가기도 그렇고 회사에서 버티고 앉아있으면 반강제로 일하게 된다. 무엇보다 오후 조기퇴근이라도 오전에 남은 일이 있으면 잔업을 하게 될 위험이 크다. 그러므로 금요일 조기 퇴근은 휴식을 얻는 느낌이 아닌 것이다. 


반면 월요일 오전은 하루와 한주를 시작하는 날로, 일단 '시작'자체를 안해버리면 되니까 근무를 추가로 할 일이 없다.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여유롭게 한 주를 시작할 수 있다. 오로지 나만의 치유, 힐링 시간이 되는 것.


다만 월요일은 출근하고 나면 생각보다 엄청 바쁘다. 

그리고 월요병은 없는데 화요병은 있....


-암튼 누굴 따라했건 안따라했건 건에 월요일 오후 출근은 무조건 좋은 거다. 누가 먼저 했느냐가 시방 지금 중요한 게 아니라고. (빼액!!!!)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한다 해놓고 야근 있는거 아님? 


- 예전에 페북에 <35시간 근무제> 이야기를 썼더니 야근 있으면 소용없는 거 아니냐는 댓글이 여러개 달렸었다. 나도 전 회사에서는 5일 중 3일을 밤 12시까지 야근하고 주말에도 밥 먹듯 출근했던 사람으로써 그 관점 이해함 ㅇㅈ 


- 회사는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면서 다시 한번 R&R을 재정립했으며, 지금도 꾸준히 밥 먹듯이 틈만나면 정리하고 또 정리해서 명료하고 또 명료하게 명문화하고 있다. 그 만큼 직원 개개인이 기둥 뒤에 숨어서 남 모르게 하루를 보내는 일도, 대충 뭉뚱뭉뚱하게 일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단 말이다. (K본부 기둥뒤에 서서 월급받아가는 사람이 몇천명이라던데)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성과를 내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지 직원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는 구조다. 


- 회사 입장에서는 적어도 직원 개개인이 그 분야에서 만큼은 선수라고 인정해준 거다. 선수한테 일을 맡겨서 제대로 안나오면 그 선수는 선수가 아닌 거다. 그럼 회사에 있을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회사는 냉정하다. 


- 그러므로 야근은 개인의 능력 문제고, 본인 알앤알에 쓰여진 일을 근무 중에 못해냈으면 스스로 야근을 해서라도 만들어 내야한다. 그걸 해내라고 회사는 그를 고용했고, 복지를 제공하며, 월급을 지급한다. 

줄건 주고 받을 건 받는다. 당연한 일이다. 

상사 또한 야근을 강요하지 않는다. 나는 1년반 가까이 이 회사를 다니면서 야근을 타인에 의해서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야근하고 싶으면 하고, 아님 만다. 개인 일 한다고 지금처럼 앉아있는 일도 있음.  

직원 중에 칼퇴를 반드시 하겠다, 내 사전에 야근은 없다, 하는 직원도 있다. 그 사람은 자신의 일을 시간 내에 탁월하게 해내는 것을 자부심으로 가지고 있다. 그 직원이 일을 잘하는지 탁월하게 해내는지 나는 잘 모른다. 솔직히 관심없다. 그 사람과 나의 알앤알은 달라서 사적으로라도 평가 대상이 아닌데다, 어차피 인사고과가 그를 나중에 잣대질 할 것이다. - 나의 경우 (대부분 직원들이 그런 것 같지만) 근무 시간에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서 일을 한다. 휴게실도 있는데 갈 시간이 없다. 솔직히 35시간 근무제 실시 이후 근무 시간 내 업무 강도는 더 높아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



회사는 얻은 것/ 잃은 것 중에 무엇이 더 클 까?


솔직히 경영진이 아니라서 잘 모른다. <35시간 근무제>하고 나서 분명 회사도 모르긴 몰라도 댓가를 비용으로라도 치르고 있을 것이다. 뭐든 그냥이라는 건 없다.

 

다만 직원이 월요일에 좀 늦게 출근한다고 해서, 금요일에 몇시간 일찍 퇴근한다고 해서 회사가 느리게 성장하고 있고, 다른 팀들보다는 생산성이 낮은 것 같다고 추측한다면 그 건 틀렸을 것이다. 솔까말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도 그 회사의 생산성은 똑같을 것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분명한 건 일하는 시간이 강제로 늘어날 수록 퇴사자는 증가할 것이다.)


끊임없이, 시키지 않아도 성과를 내게 하는 동시에 일을 미친 듯이 하게하는 비결은 직원에 끊임없이 모티베이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상사나 시스템이나 분위기나 비전이나 동료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전에 직원(결과물)과 회사(월급)가 줄건 줄고 받을 건 받아야 한다. 애사심을 강요하지 마라 이게 나라냐!!


10년 가까이 직장생활해보니 일명 지랄총량제 처럼 일감총량제(?)라는 것도 있는거 같다. 일 많이 하고 일 잘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그 사람의 일 그릇은 그정도다. 일 몰고 다니는 놈은 항상 어딜가나 일복이 터진다. 일복 많은 사람은 그 만큼 일도 잘하는 것 같다. 


일 못하는 사람한테 끊임없이 일 시키고 모티베이션 해줘봤자 그 사람이 하는 일의 양과 성과는 아주 천천히 증가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 뽑을 때 잘 뽑아야 하겠지. 인사검증 시스템이 우선돼야 하고, 우리 회사가 밖에서 볼 때 매력적인지 냉정하게 평가해보자. 


복지가 솔직히 전부는 아니다. 나는 오만 온갖 복지보다 고연봉이 좋다 (진심)  비슷한 조건에 괜찮은 복지가 더 있는 곳이라면 그 곳을 고민없이 선택하게 되는 건 있을 것이다. 솔직히 <35시간 근무제>는 정말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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