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모서리 끝에 서 있다.
휴가 후 쌓인 잔무와 책상 정리에 정신없이 움직이다가 휴대폰 액정이 깨졌다. 휴대폰이 없으니 조바심이 나 영업 종료 전 수리를 위해 부랴부랴 서비스 센터를 찾았다.
번호표를 뽑아주는 직원, 번호표에 따라 각 수리 기사에게 업무를 할당해주는 직원을 거친 다음에야 내 휴대폰을 수리 해줄 창구가 정해진다. 그곳에는 이미 고객을 응대 중인 어린 수리 기사와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고장 난 휴대폰들이 줄지어 있다. 내 차례를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니 한 편에선 한 고객이 직원과 실랑이다. 가만히 내 말을 들으라며 직원의 말을 막더니, 점점 언성을 높인다. 한 편에는 장애를 가진 듯한 아이가 알 수 없는 말을 내 뱉으며 실내를 뛰어다닌다. 그 옆에 안내 직원은 불안한 눈빛으로 그 아이를 지켜본다. 하지만 뛰어다니는 이는 그 아이 뿐이 아니다. 수리를 맡은 직원들도 자재실로, 고객을 찾으러 뛰어다니고, 호명을 받은 고객들도 휴대폰을 찾으러 뛰어 간다.
15분 가량이 지나 내 이름이 호명된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며 허리를 굽힌다. 그의 앞에 나보다 앞서 수리를 맡긴 이들의 휴대폰이 아직 수리되지 않은 채다. 그는 나의 휴대폰을 살펴보는 중에도 다른 전화를 응대한다. 수리 견적을 받은 내가 자리를 뜨자마자 다른 고객을 찾는다. 옆자리의 고객은 또다시 언성을 높인다.
언뜻 보이는 자재실 안 화이트 보드에는 「자재는 돈이다!!」 라는 글씨가 굵고 붉게 쓰여 있다. 영업 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손님은 더욱 밀려 들어온다. 어린 직원은 자재를 찾으러,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러 뻘뻘거리며 뛰어다닌다. 수리를 맡긴 이들도 연신 시계를 쳐다보며 초조해한다.
내 휴대폰은 평소보다 늦은, 1시간 가량이 지나 수리가 완료되었다. 그는 연신 늦어 죄송하며 허리를 굽힌다. 그러더니 전산에 오류가 생긴 것 같다며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또다시 뛰어간다. 20여 분 간 뛰어다니며 중간중간 나에게 와서 정말 죄송하단다. 입구에서는 안내 직원들이 영업 종료 후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죄송하다며 허리를 굽힌다.
결제까지 마친 후 그는 나에게 수리 된 휴대폰과 자신의 명함을 건넨다. 그의 손이 떨린다. 수리 후 으레 주기 마련인 고객 평점 카드를 건네지 못한다. 그러더니 늦어 정말 죄송하다며 자신의 책상에서 볼펜 두 개를 꺼내 주더니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배웅한다. 그 볼펜에는 「‘고객 만족’ 10점 만점」 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나는 서비스 센터를 나와 메일과 메시지를 체크하며 초록 불로 바뀐 횡단보도를 향해 뛰어간다. 퇴근 시간의 사람들은 아직 정류장에 다다르지 못한 버스를 향해 뛰어간다. 나도 막 도착한 7737 버스에 몸을 싣고 재빨리 자리를 선점한다. 내 앞에는 해진 구두를 신은 퇴근 길 직장인이 고개를 떨구고 졸고 있다.
모두가 모서리 끝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