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처럼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용어 정리 한 번 해드립니다.
우리는 매일 쏟아지는 비즈니스 트렌드와 방법론만큼이나, 이를 설명하는 새로운 ‘용어’들을 끊임없이 마주한다. 매번 새로운 용어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 번잡스럽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용어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같은 언어를 구사하는 동료들과의 효율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첫 단계이기에 필요한 용어는 한 번쯤 정리를 해볼 필요가 있다. CX(고객 경험)과 연관이 있는 용어들은 무엇이 있을까?
고객 경험(CX)과 유사한 용어는 4가지(CS, UX, BX, 그로스 해킹)로 정리할 수 있는데 오늘은 이 용어들의 차이점과 관계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우선, 전반적인 흐름 파악을 위해 CS, UX, CX의 관계를 정리한 그래프부터 살펴본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CX(고객 경험)’라는 큰 덩어리 안에 CS(고객 서비스)와 UX(사용자 경험)이 속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CX는 UX와 CS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운영, 마케팅 등을 모두 고려하는데, CX의 포괄 범위가 넓은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CX는 ‘고객이 브랜드를 대면하면서 겪는 총체적인 경험 과정’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CX는 ‘가격 정책’ 같은 비즈니스 전략까지도 포함한다. 가격의 수준 혹은 구성에 따라 고객의 경험이 천차만별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일은 고객 여정 맵(Customer Journey Map) 상의 “고객이 브랜드를 알게 되고, 설득되고, 결제하고, 사용하고, 리뷰까지 남기는 모든 과정”을 최적화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뭐?! 그럼 CX팀은 모든 일을 다 하는 팀인 것이라는 건가?” 좀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다. CX의 정의를 알고 나니, 오히려 더 헷갈리게 느껴지는 분들을 위해 ‘그로우앤베터’ 천세희 대표의 인용구를 잠시 빌려보겠다.
고객 경험(CX)은 ‘분야(Field)’라기보다
하나의 ‘세계관(Mindset)’입니다.
조금 더 와닿는가? CS와 UX는 구체적인 ‘분야(Field)’에 가까운 반면, CX는 여러 가지 비즈니스 요소의 바탕에 깔려있는 ‘세계관(Mindset)’에 가깝다는 것이다. 즉, CX 매니저의 역할은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만나는 모든 접점(Touchpoints)을 고객 경험의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조정하는 제너럴리스트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아직도 모호하게 느껴지는 분들을 ‘고객 경험’과 ‘그로스 해킹’을 비교해보도록 하겠다.
분야(Field)라기보다, 세계관(Mindset)에 가까운 또 다른 용어가 있다. 바로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이다. 그로스 해킹은 2014년 즈음부터 각광받기 시작한 용어인데, 라이언 홀리데이가 쓴 ‘Growth Hacker Marketing’을 읽으면, 이 책이 ‘고객 경험(CX)’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한다.
그로스 해킹은 하나의 도구라기보다는 세계관입니다.
Growth hacking is more of a mindset than a tool kit.
그로스 해커는 마케팅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케팅은 ‘제품 전반에 심어 구축하는 것’이죠.
A growth hacker doesn’t see marketing as something one does but rather something one builds into the product itself.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아닌가? 위에서 설명한 고객 경험(CX)의 맥락들을 그로스 해킹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CX 매니저’와 ‘그로스 해커’가 알아야 하는 분야를 살펴보면, 두 용어가 모두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있는 세계관(Mindset)에 가깝다는 것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그로스 해커는 퍼포먼스 마케팅, 데이터 분석, UX 디자인 등의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를 모두 갖춰야 한다.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여 끊임없이 시도하고, 테스트하고, 트래킹 하는 마케팅 과정이야말로, 그로스 해킹의 궁극적인 목표인 ‘비즈니스의 급성장’에 도달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CX 매니저는 CS, UX 디자인, 오퍼레이션, 마케팅 등의 역할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점검, 실행하는데, CX 매니저의 궁극적 목표는 ‘고객의 총체적 경험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CX 세계관은 고객 중심의 사고야말로 비즈니스를 안전하고 빠르게 성장시킨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어찌 보면, 고객 경험(CX)과 그로스 해킹(GH)은 중심에 두는 실무 영역이 상이할 뿐, ‘세계관’으로서의 역할과 지향점은 같다고 볼 수도 있다.
이 글의 초반에 제시한 밴 다이어그램으로 CX와 CS가 포괄하는 영역의 차이는 명확해졌을 것이다. 다시 한번 CS와 CX 차이를 말하자면, CS는 고객 서비스(응대, VOC 수집, 분석 등)에 특화된 분야(Field)이고, CX는 비즈니스 전반에 펼쳐져있는 고객 중심의 세계관(Mindset)이다.
그로우앤베터 뉴스레터에서는 CS와 CX를 이렇게도 비교했다.
CS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면,
CX는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고민하는 것.
예를 들어, 우리가 ‘감기’라는 문제에 직면했다고 가정하자.
CS는 ‘감기’라는 문제에 접근하여 빠르고 정확하게 이슈를 종료한다.
“지금 감기가 걸렸으니, 우선 약을 먹어서 해결하자”
반면, CX는 CS 처리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 해결까지 고민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CX는 CS를 포함하기 때문에, (1) 우선 약으로 감기를 해결한 후 (2) 구체적으로 원인 파악을 해보고 (3) 궁극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근본적 원인 파악을 위해 “옷을 얇게 입은 3일 전 때문인가? 아니면 요새 피곤해서 면역력이 떨어졌나? 아니면, 요새 감기 바이러스가 그냥 많은가?” 등을 다양한 방식(e.g. 데이터 분석, 고객 서베이 등)으로 총체적으로 살펴보고,
두툼한 옷을 사서 입거나, 숙면을 위한 영양제를 사 먹거나, 바이러스 차단용 마스크를 끼거나 하는 미래 해결방안까지 설계하는 것이 CX의 전체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객 경험(CX)과 사용자 경험(UX)은 어떻게 다를까? CS와 마찬가지로, UX도 CX의 일부인 것을 앞서 확인했다. 이 외에 UX와 CX의 관계를 잘 설명하는 용어적 차이가 있다.
UX를 설계하는 사람은 ‘Designer’라고 부르고,
CX를 설계하는 사람은 ‘Manager’라고 부른다.
이는 ‘디자인’ 중심의 UX보다, CX는 ‘비즈니스’ 요소를 더 넓게 포함하기 때문이다. UX/UI 디자이너는 리서치, 사용자 서베이, 피드백 수집, 분석 등의 영역에 전문성을 갖춘 스페셜리스트 성향을 가진다면, CX/CS 매니저는 훨씬 더 제너럴리스트의 성향을 띤다.
사용자(User)와 고객(Customer)의 개념 설명을 통해서도 UX와 CX를 구분할 수 있다. ‘고객’은 우리 서비스를 구매한 경험이 있거나 구매할 가능성이 있는 예비 고객을 의미하는 반면, ‘사용자’는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모두 포함한다. 예를 들어, 우리 웹사이트에 잘못 접속했다 빠져나간 사람이 있다면, ‘사용자’로 분류되지만, 이 사람이 우리 서비스를 구매할 가능성이 낮다면 ‘고객’으로 분류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UX의 범위가 CX보다 좁은 이유는, UX는 ‘우리 서비스 안’에서의 사용자의 경험과 행동 패턴, 니즈, 가치 등을 집중적으로 고민하기 때문이다.
반면, CX는 ‘고객’, 즉 ‘돈’되는 사람들의 서비스 안과 밖에서의 전체 경험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파악한다. 타깃이 아닌 사용자는 배제하는 대신, 한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모든 채널과 제품, 비즈니스 요소를 총체적으로 포함해서 고려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BX는 고객이 우리 서비스에서 겪은 경험이 실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인지, 정서 등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쳐, 어떻게 브랜드와의 신뢰 관계를 맺는지를 모두 포함한다. 즉, CX를 통해 BX의 범주로 확장되는 과정인 것이다.
그럼, 이해를 돕기 위해 모든 용어를 적용해본 케이스 스터디를 나열해보도록 하겠다.
AAA 홈트레이닝 앱
: 나쁜 UX와 좋은 CS가 만나, 결국 긍정적 CX와 BX를 만든 사례
– UX (-): 서비스 해지 관련 메뉴가 없어, 고객의 의도와는 다르게 추가 결제가 되어버림
– CS (+): 이에 대한 컴플레인을 하니 CS팀에서 환불 처리도 깔끔하게 해주고, 14일 무료 프리미엄 서비스도 제공
– CX (+):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14일간 서비스를 써보며 제품에 대한 애착이 생겨 유료 결제 (*제품 내 다른 UX는 좋았으니 애착이 생길 수 있었을 것!)
– BX (+):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처럼 앱을 쓰며 고객의 건강이 좋아졌고 앱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다른 사람들에게 이 앱을 추천
BBB 항공사
: 좋은 UX와 나쁜 CS가 만나, 결국 부정적 CX와 BX를 만든 사례
– UX (+): 항공사 앱의 인터페이스가 심플하고 멋져서, 쉽고 기분좋게 항공권 구매 완료
– CS (-): 공항에서 온보딩을 하려 하는데, 고객보다도 직원들이 항공사 앱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항공권을 인쇄해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불친절하게 고지
– CX (-): 전반적인 고객 만족도가 낮아짐
– BX (-): 해당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생겨, 다시는 이 브랜드는 이용하지 않겠다고 결심
++
B 항공사 예시에 CX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가격’ 요소를 추가해보도록 한다.
BBB 항공사
– UX (+): 항공사 앱의 인터페이스가 심플하고 멋져서, 쉽고 기분좋게 항공권 구매 완료
– CS (-): 공항에서 온보딩을 하려 하는데, 고객보다도 직원들이 항공사 앱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항공권을 인쇄해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불친절하게 고지
– 가격 (++): 그런데, 뉴욕행 왕복 비행기 가격이 10,000원이었음
– CX (+): 아무리 CS가 별로였어도, 고객 입장에서의 종합적인 CX는 긍정적
– BX (+/-): 브랜드와의 경험을 가치 있는 경험으로 평가. 하지만, ‘가격’이라는 절대 요소가 변한다면, 해당 브랜드를 재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
BBB 항공사의 예시를 보면, ‘가격’이라는 절대 요소가 전체적인 고객의 경험은 긍정적으로 바꾸었지만, 비즈니스적으로는 건강한 CX를 설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면서도 고객에게도 극강의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용경 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